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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⑬]물고기 등엔 가시가 있다
2019년 06월 10일 (월) 12:15:20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물고기 등엔 가시가 있다
조미희


아무도 안을 수 없는 날
태양의 혓바닥이 미끄럼틀처럼 기울어진다
불손한 씨앗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끝없이 목구멍으로
굴절된 발음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물고기의 가시 돋친 등에
내 가슴을 비빈다
마음에도 가난이 있어
가시 돋친 너의 등이라도 필요한 오후
어디 나사 하나가 툭 빠지고
꽃 한두 송이 떨어지고
너무 개미처럼 살았어
우리는 자주 센 척하고 졸렬하고 연약했다
 
어제 나는 앙다문 입술로
최소 다섯 가지 죄를 지은 것 같아
눈꼬리에 힘을 주고 너를 미워하기로 했다
시간은 하루하루 잡다한 일들로 무용하고
구름 덩어리가 흩어지듯 미움도 오해도 결국 한 올씩 풀어진다
갑자기 나는 순한 병아리가 되고 싶다

유치한 멜랑콜리
한낮 홀로 먹는 점심, 창문에서 식탁까지 떨어지는
햇볕 한 장
심장에서 소나기를 꺼낸다
가슴께에선 수시로 파도와 순풍과 천둥이 몰려온다
인간은 느끼는 감정들로 네가 아닌,
나하고 싸우는 일
등에서 자라는 가시들로 무리 짓는 우리는
누구를 안을 수 있나


사람은 안으면서 살아가고 안기면서 살아간다. "아무도 안을 수 없는 날"이 찾아오면 "더는 견디지 못"해서 "가시 돋친 등"이라도 "가슴을 비빈다". "마음에도 가난이 있어/가시 돋친 너의 등이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난한 마음이 되었을까. "어디 나사 하나가 툭 빠지"면서 "너무 개미처럼 살았"다는 자괴감으로 인해 "자주 센 척하고 졸렬하고 연약"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는 아픔과 후회가 밀려와서일까.

"어제" 지은 "죄"로 인한 "미움"과 "오해", 그리고 "한 올씩 풀어"지면서 "순한 병아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유치한 멜랑콜리" 같기도 하지만, "홀로 먹는 점심" 시간에 "창문에서 식탁까지 떨어지는/햇볕 한 장"이 "심장에서 소나기를 꺼"낸 이후 "파도와 순풍과 천둥"까지 몰려와 결국 "네가 아닌" 나 자신과 "싸우는 일"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내 "혓바닥"에서 "불손한 씨앗들이 우르르 쏟아"졌었고, 내 "목구멍"에서는 "굴절된 발음"이 "끝없이" 흘러나왔었다. 비록 말을 하지 않았을지라도 "앙다문 입술"과 "눈꼬리에 힘을 주고"있는 표정으로 "최소 다섯 가지 죄"를 품고 있었다.

이것들이 내 등의 가시였을 터, 다른 사람이 나를 안지 못하게 만들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안기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안지도 못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래서 내 혀에서 유순한 씨앗들이 우르르 쏟아지기를, 내 목구멍에서 굴절되지 않은 발음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보는 것이다.

나아가, 홀로 일용할 양식을 먹는 나의 식탁에 "햇볕 한 장"비춰주셔서 내 심장과 가슴을 온통 흔들어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등에서 자라는 가시들로 무리 짓는" 것이 사람이어서 "누구를 안을 수 있나"라는 인간론에 관한 명제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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