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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⑤] 꽃꽂이 강좌
"꽃이 죽어야 꽃이 산다"는 말은 너무 아픈 말이면서, 너무 큰 말
2019년 04월 14일 (일) 20:15:14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꽃꽂이 강좌
김감우

과감하게 버리세요.

아까워 무작정 꽂았다간 아름다울 수 없거든요 가장 간절한 여운 하나만 남기고 모두 잘라버리세요 꽃이 죽어야 꽃이 사는 것이지요 1주지와 2주지 사이에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터주세요 비운 공간 속에 잘려 나간 꽃의 노래 흐르게 하세요

침묵하는 비밀을 터득한 말의 법이 오래 가듯.


꽃꽂이 강좌의 첫 가르침이   "과감하게 버리세요"라니 뜻밖이다. 보통은 '이렇게 꽂으세요'라고 생각할 텐데. 이유가 있다. "아까워 무작정 꽂았다간 아름다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간절한 여운 하나만 남기고 모두 잘라버려야" 한다.

"과감하게 버리"고 "잘라버리"는 강의를 듣다보니, 한때 관심을 가졌던 미니멀리즘의 핵심이 적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많이 버리는 것에 있음을 떠올린다. 적게 가져서 문제가 아니라 많이 가져서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게 가지기 위해 "간절한" 것들만 남기고 많이 버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겠다.

"꽃이 죽어야 꽃이 사는 것"이라는 말. 희생의 대상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바로 그것을 희생시켜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희생이라는 말과 가치가 강의의 주제로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에 "꽃이 죽어야 꽃이 산다"는 말은 너무 아픈 말이면서, 너무 큰 말이다.

"1주지와 2주지 사이에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터주"라는 말은 그렇게 해야 "잘려 나간 꽃의 노래 흐르게" 할 수 있다는 말일 텐데, 바람의 길목을 꽉 막고 살아온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니 살아있는 꽃의 노래는커녕 잘려나간 꽃의 노래도 흐를 수 없었겠지.

아무래도 헛된 인생을 산 것만 같아서 마음이 너무 허하다. 엉뚱한 강의만 듣고 산 것 같아서 「꽃꽂이 강좌」를 복습하고 또 복습한다. 지상에 꽂아놓은 하늘의 꽃꽂이를 보면서 또 다시 복습한다. 하늘 강사가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데, '과감하게 버리라'고 말씀하신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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