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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친구 숙에게! 일반부 최우수상 우영희
2004년 09월 19일 (일)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 ⓒ부천타임즈

그리운 친구 숙에게

숙아! 그 무덥던 여름더위 어떻게 보냈니?
뭐가 그리 바쁘다고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살았구나. 이젠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속엔 가을의 냄새가 담뿍 묻어난다.  아니 가슴이 먼저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친구들이 보고 싶고 옛일이 자꾸 그리워 지는 걸 보면......

올해로 벌써 결혼 20년.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에 둥지를 틀고 자리잡은지 스무해나 지났구나.
결혼과 함께 내가 나서 자랐던 고향을 떠나 처음으로 발 디딘곳 부천, 그리고 원미동.
모든게 낮설고 서먹해서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늘 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살았었어.
그 무렵 우연찮게 양귀자님의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지.
신기하게도 내가 사는 동네가 글의 배경 장소였던걸 발견하고는 무척 재미있어 했다.
행복미용실, 부여정육점 등등....

나도 글속의 한 등장인물 마냥 일부러 행복미용실, 부여정육점 등을 찾아가보고 또 동네 곳곳을 기웃거려도 보았다.그러면서 원미동에 차츰 정을 붙여갔었다.

하루는 네가 그렇게 전화를 해왔지.
“얘, 원미동이 부천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며?”
“글쎄, 조금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인지 몰라도 나처럼 모든게 부족하기만 한 새내기 주부에게는 아주 소박하고 살만한 동네더구나. 교통 편하고 가까이 관공서, 은행, 시장들이 있어 좋고 특히 원미산이 있어 맘에 들어.

봄날 밤, 원미산에서 퍼져오는 아카시아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 줄 아니?“ 조금은 섭섭한 마음에 열심히 원미동을 옹호했던 기억이 난다.
책속의 사람들은 모두들 원미동을 떠나고 싶어 했고, 그져 스쳐 지나가는 동네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나는 그냥 원미동에 자리잡고 눌러 앉아 버렸다.

함께 정붙이며 살던 이웃들이 중동 신시가 지가 들어서면서 하나 둘 떠나 갈때는 마음의 흔들림도 없지는 않았지만 두 아이 낳고 키우면서 부대끼며 열심히 살았던 원미동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겠더구나.

63-14번지 조그만 연립에서 열여섯해를 살고 처음으로 이사한 곳도 결국은 먼저 집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지금의 아파트 였으니까.

원미동도 내가 처음 왔을 때 보다는 많이 달라졌어. 하지만 신도시 중동 쪽에서 원미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보여지는 원미동은 확연히 구분이 되어 진다.

그래도 원미동이 보이기 시작하면 마음이 아늑해 지고 따뜻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나는 가끔씩 그 느낌을 즐기고 싶어 일부러 1시간여씩 걸어올 때가 있어. 푸근하고 정겨운 고향 마을에 찾아 들 듯이 그렇게.....

   
▲ ⓒ부천타임즈

우리동네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 참 많다. 더운 여름날 밤 가족과 함께 올라간 원미산 벤치에 누워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도 좋고....
조마루길의 사시사철 변하는 가로수 은행나무도 굉장히 좋아해. 앙상한 가지에 연두빛 싹을 튀워 하루가 다르게 짓푸러지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온통 눈부신 노란 빛으로 물들이는 은행나무의 변화는 해마다 보는 것이지만 늘 탄성을 자아내게 해.
조마루길 초입에 들어서면 날 저절로 미소짓게 하거든. 비오는 날 커피 한잔의 향을 즐기면서 집에서 바라다 보는 촉촉이 젖은 원미산은 정말 분위기 근사하다.

겨울 눈내리는 날의 원미산은 말 그대로 한폭의 산수화고, 나는 어린애처럼 손가락으로 네모틀을 만들어 구도 괜찮은 그림을 감상하듯 한참을 바라보기도 해.
그리고 우리 아파트 뒤로 난 도로를 걷는 것도 좋아하고 싱그런 나무터널 사이를 걷고 있자면 그 싱싱함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 오는 느낌이야.

   
▲ ⓒ부천타임즈

웬지 사는게 시들하고 재미없을 때면 원미동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곤 한다.
그들의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내 스스로를 반성하고 나 또한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온단다. 이왕이면 대단지 아파트에서 살아야 집값이도 오르지 않겠냐는 염려어린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난 쉽게 원미동을 떠나지 못 할 것 같아. 그동안 들인 정이 얼만데....

 

숙아!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번 놀러오지 않겠니?
요즘 새로 조성된 구청앞의  ‘원미동 사람들’의 거리를 함께 거닐면서 옛 얘기, 우리 그동안 각자 살아온 얘기 서로 나눠 보지 않을래?  보고 싶다.

2004년 9월 18일 원미동에서 영희가

   

덧붙이는 글

원미동사람들「문학의밤」 축제에서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우영희씨는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어머니 입니다.

취미는 클래식 키타를 즐기며 편지에 등장하는 친구 ‘숙’이는 충북 제천에서 초중고를 함께 다녔던 친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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