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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②] 가로수의 수학시간
가로수가 보여주는 저울의 좌표는 도시의 현재를 계산한다
2019년 03월 24일 (일) 23:33:01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 ⓒ부천타임즈

가로수의 수학시간(오새미)

잎새 사이 보이는 하늘이 풀리지 않는다
세로로 자라는 가로수에 맞게
그림자는 가로로 누워 눈금을 그린다

나무와 그림자는 어떤 관계일까
모든 것을 서서 보는 가로수
그림자를 통해 짚어가는 세상

왜소한 인간들의 막대그래프가
들쭉날쭉 부풀어 오른다

잎사귀가 품고 있는 허공
솟구치는 땅에서 받는 기운
바닥에 발을 딛고
머리를 하늘에 두면서 문제를 푼다

새를 품은 우듬지의 떨림은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어
도시의 매연 속 은행나무
눈짓만으로 다닥다닥 함수를 풀어간다
햇빛에 투영된 이자는
언제나 곱하기 100이다

자동차 너울거리고 사람들 파도칠 때
가로 세상을 꿈꾸는 떼구름
아랑곳 하지 않고
세로로 올라가는 건물들

가로수가 보여주는 저울의 좌표는
그림자를 늘렸다 거뒀다 반복하며
도시의 현재를 계산한다


지난겨울 도시의 가로수는 방학이었으나, 이제 봄이 되어 수학 시간을 맞이했다. 도시에는 '풀리지 않는 하늘'이 있고 그 아래 "왜소한 인간들"이 있으며, 그 인간들이 이용하는 '자동차의 매연'으로 가득하고 "세로로 올라가는 건물들"로 가득하다.

그 도시에서 "잎새 사이 보이는 하늘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 하늘 아래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왜소하고, 그런 왜소한 인간들이 허망하게 꿈꾸는 수평과 수직의 상징적 자동차와 건물들이 매연을 뿜어내면서 하늘을 치받아 올라가기 때문이다.

도시의 이런 긴박한 상황이 가로수가 직면한 현실이어서 가로수는 "세로로 자라는" 동시에 "가로로 누워 눈금을" 그리는 그림자를 늘인다. 그런데 그 사이에 "왜소한 인간들의 막대그래프가/들쭉날쭉"하다는 것이 문제다. 복잡하기 그지없고 그 성질을 파악하기가 여간 고약한 것이 아니어서 정답을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잎사귀의 허공과 땅의 기운을 받아 바닥에 서서 머리를 하늘에 두고 해법을 찾는 것이다.

문제를 푸는 가로수의 자세는 왜소한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왜소한 인간은 매연을 가득 채울 뿐이며 구름을 아랑곳하지 않고 위로 올라갈 뿐이지만, 가로수는 잎새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걱정하고 우듬지에 새까지 품어준다. 왜소한 인간과는 격이 다른 차이가 난다.

가로수는 수학 문제를 어떻게 풀까. 쉽게 정답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왜소한 인간들의 부풀어 오름이 언제나 변수라서 가로수는 "그림자를 늘렸다 거뒀다 반복하며/도시의 현재를 계산" 하기에 바쁘다. 가로수가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도록 인간들이 왜곡하거나 비틀어도 가로수는 묵묵히 세로와 가로로 움직이며 "함수를 풀어"가는 것에 집중한다. 인간의 왜곡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가로수의 해법 찾기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봄에 연둣빛 새싹을 내밀며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할 가로수에게 나는 어떻게 비칠까. 가로수의 문제풀기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방해만 될까. "가로수가 보여주는 저울의 좌표"에 나의 가벼움이 표시되었을까봐, 또는 쓸데없는 내 욕심의 무게가 잔뜩 기록되었을까봐, 가로수가 정답을 제출하는 날에 당할 부끄러움으로 인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 이종섶 시인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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