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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아의 여행스케치 ⑤] 하코네 (3)
2004년 09월 15일 (수) 00:00:00 배선아 기자 immyself@freechal.com

1개에 7년 더 산다는 '쿠로 다마고'를 먹다
<누워 잠을 청하다가 문득 중학생이 된 후 첫 수학시간에 점과 선, 면, 그리고 도형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났다. 하루하루 ‘점’들이 모여 한달이나 일년과 같은 단위의 ‘선’을 만들고, 그 선이 차곡차곡 모여 세월이라는 ‘면’을, 쌓여진 세월은 마침내 인생이라는 ‘도형’을 만든다고 대입시키면 말이 될까. 물론 이 때의 도형은 사람마다 제각각의 모양으로 생겼음직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내일이 사실은 인생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당연한 사실도 이 곳 하코네에서는 새삼스럽다. 소중한 오늘, 허공에 점 하나를 꼭 찍어본다. 정도(正道)가 따로 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2004년 6월 ‘여행수첩’ 중에서)
    

  
   
▲ 고라(强羅)행 등산열차는 레일 마모를 방지하기 위해 차바퀴와 레일 사이에 물을 뿌리면서 달린다. 보통은 기름을 바르지만 워낙 급경사라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물을 사용한다고

잠결에 창 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벌써 아침인가. D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5분만 더!’ 이불로 똬리를 틀며 저항을 시도해보지만 D의 표현을 빌자면 ‘택도 없는 소리’다. 큰일이다. 여독으로 퉁퉁 부은 몸이 여전하다. 간단히 조반을 먹고 나니 호텔 체크아웃까지는 시간이 넉넉했지만 늦장을 부릴 수는 없었다. 하코네 프리패스로 온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아침 온천욕을 짧게 끝내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하코네 유모토(箱根湯本) 역에서 등산전철을 탔다. 1919년에 개통된 일본 유일의 산악열차인 이 하코네 도잔덴샤(箱根登山電車)는 ‘스위치백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외길철로를 따라 산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오르내리며 12.6m를 달리면 1m씩 고도가 높아진다. 상행과 하행의 열차가 만나는 세 군데의 중간지점에는 양방향 철로가 짧게 놓여 있어서 일단 서로 멈추어 선 다음 한쪽이 먼저 갈 수 있게 다른 한쪽이 잠시 비켜준다. 이 때 양열차의 선두방향이 바뀌게 되는데 산중 높이 올라가 멈추어 선 열차 밖으로 역무원들이 자리를 바꾸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앞뒤로 번갈아 방향을 바꿔 달리는 열차도 재미있지만 가면 갈수록 평지와 멀어지는 발 아래 풍경에는 잠시 아찔해지기도 한다.

 소운잔(早雲山)으로 향하는 하코네 도잔케이블카(箱根登山ケ-ブルカ-)의 외부. 열차와 흡사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체 위 아래로 케이블과 연결되어 있다. 
도잔덴샤(登山電車)에서 내려 프리패스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나오면 바로 고라(强羅)역이다. 계속 이어지는 환승 시마다 프리패스로 이동해야 했으므로 행여나 표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몇 번을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이 곳에서 하코네 도잔케이블카(箱根登山ケ-ブルカ-)로 갈아타고 소운잔(早雲山)으로 향한다.

   
▲ 소운잔(早雲山)으로 향하는 하코네 도잔케이블카(箱根登山ケ-ブルカ-)의 외부. 열차와 흡사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체 위 아래로 케이블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의 케이블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공중을 떠가는 그것이 아니다. 레일 위를 케이블의 힘으로 달리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고 하는데 생김새는 오히려 열차에 가깝다. 산의 경사도와 열차의 기울기가 같아서 내부에서 보면 좌석이 계단식으로 배열되어 있다. 맨 앞자리에 앉으면 비스듬히 산 위로 올라가는 기분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어서 하코네 로프웨이(箱根ロ-プウェイ)라는, 진짜 케이블카를 탔다. 1959년에 첫 운행을 한 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관광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소운잔(早雲山)에서 토겐다이(桃源台)까지 대략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로프웨이 130m 아래로는 나무의 정령들이 오순도순 정답게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넓고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후지산이 보이기도 한다는데 이 날은 다소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서 볼 수 없었다. 

   
▲ 오와쿠다니(大涌谷)로 향하는 편안한 승차감의 하코네 로프웨이(箱根ロ-プウェ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울창한 숲의 행렬이 장관이다.

나무들의 초록 물결마저 약간 지겨워지려고 할 때쯤 드디어 암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화산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산을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추워서 누군가 바위 틈에 군불을 때는 것도 아닐진대 여기저기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드디어 오와쿠다니(大涌谷)에 도착한 것이다. 

   
▲ 바위 틈에서 허연 증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면 오와쿠다니(大涌谷)에 거의 다다랐다는 소리다. 푸른 숲이 언제 있었냐 싶게 화산암반지역이 넓게 펼쳐진다.
   
▲ 로프웨이에서 내려 150m 쯤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오와쿠다니(大涌谷). 보기만 해도 델 것 같은 뜨겁고 뿌연 온천수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행로의 한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오와쿠다니(大涌谷)는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한국말도 들린다. 단체관광객들인 모양이다.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대로 쫓아가면 갈수록 매캐한 유황냄새가 진동을 했다. 안 그래도 배꼽시계가 울리고 있던 참이라 제일 먼저 오와쿠다니의 명물인 쿠로다마고(검은 달걀) 판매소로 향했다.

근처에서 단체관광 팀을 인솔하고 있던 한국인 가이드의 말씀을 살짝 귀동냥해서 들어보니 이 쿠로다마고 1개를 먹을 때마다 수명이 7년씩 길어진단다. 덕분에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달걀을 꾸역꾸역 세 개나 먹었다. 달걀껍질이 검은 것은 온천수에 포함된 유화수소와 철분의 화학 작용 때문이며 온천수 성분이 함유된 달걀은 보통 달걀보다 육질이 더 단단하다고 한다. 찜질방에서 먹던 맥반석 달걀과 그리 다를 바 없는 맛이었지만 유난히 쫄깃쫄깃한 흰자위를 씹는 맛이 제법이었다.

   
▲ 동행인 친구 D와 사이좋게 세 개씩 나누어먹은 쿠로다마고. 80도 정도의 온천물에 익혀서 껍질이 까맣다. (쿠로는 검다), (다마고는 달걀)이라는 뜻이다

   
<배선아님은>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작사가, 잡지 자유기고가 등으로 글을 쓰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위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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