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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낸시랭의 '터부요기니-헐리우드 러브
터부요기니에 담긴 암호의 숫자는 12.15.22.5
"사랑, 꿈 그리고 고통까지도 작품에 영감이 돼요"
2019년 01월 07일 (월) 03:44:26 최수진 기자 thinkcareer@naver.com

부천타임즈:양주승, 최수진 기자

취재에 동행한 서양화가 김미정 작가는 낸시랭(Nancy Lang)의 개인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익숙한 것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낯설어야한다. 이게 뭐지? 했을 때 예술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예술가들의 역할이고,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닐까요?"

   
▲ 낸시랭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팝아티스트이며 방송인이기도 한 낸시랭(Nancy Lang)이 2018년 12월 14일부터 2019년 1월 6일까지 서울 역삼동  '갤러리 오월'에서 개인전 터부요기니-헐리우드 러브 (Taboo Yogini - Hollywood Love)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만났다.

작품 속에는 배트맨을 비롯하여 슈퍼맨, 마릴린 먼로, 할리퀸,오드리 햅번, 제임스딘,엘비스 프레슬리, 찰리 채플린,다스 베이더,조커 등 할리우드 스타와 명품 가방 등이 등장한다.

 3년 만에 개인전을 연 낸시랭은 작품에서 '터부요기니'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낸시랭의 팝아트 작품은 예술계에서 금기시하는 물질주의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갤러리 오월에서 낸시랭을 만나 작품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 3년 만의 개인전,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여러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어요. 다만 신작으로 개인전을 못 열었어요. 이번 개인전은 2018년 여름부터 큐레이터, 갤러리와 함께 작품을 준비했어요. 중간에 개인적인 일로 준비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지난 3년간 개인전을 못했던 목마름과 열망으로 2019년에는 3번의 개인전을 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콘셉트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평면작품으로 캔버스에 풀어낼 예정이에요.

2. 터부 요기니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터부요기니(Taboo Yogini)는 금지의 의미가 있는 '터부(Taboo)' 와 영적 수행을 하는 자 '요기니(Yogini)'의 합성어에요. '터부요기니'는 신과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영적인 메신저인 동시에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모두 가진 금기된 존재죠. 금기를 깸으로써 인간의 잠재의식 속 잃어버린 꿈과 사랑을 되살린다는 콘셉트의 작품으로 모든 사람의 꿈이 간절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보여주고 있어요.

'터부요기니'는 인간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 죽고, 다시 부활하는 존재에요. 하나님의 사랑과 같죠. 미술은 종교적인 부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터부요기니 작품을 통해서 그런 부분을 함축적으로 담고자했어요.

작품 마다 '12.15.22.5'라는 숫자가 암호처럼 적혀있어요. 알파벳에 순서대로 숫자를 붙여보면 12번째는 L, 15번째는 O, 22번째는 V, 5번째는 O가 있어요. LOVE는 남녀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하나님의 사랑이에요. 저는 예술과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의 사랑, 하나님의 사랑 같은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이요. 모든 사람들이 엄마의 사랑처럼 서로를 대한다면 이 세상은 아마 파라다이스가 될 거에요. 그리고 예술은 이데올로기와 시공간을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문제 제기를 하죠.

3. '터부요기니'는 사람 얼굴에 로봇의 몸체, 다리와 날개는 인체 장기나 기계로 표현하고, 로봇은 명품 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다. 작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얼굴
그동안은 어린 아이의 얼굴을 썼어요. 어린 아이의 순수한 얼굴은 아티스트의 초상이자 신의 모습이죠. 이번에는 헐리우드 스타들의 얼굴을 썼어요. 이미 앤디워홀 등 수 많은 팝아티스트들이 유명 스타들의 얼굴을 작품에 이용했는데, 저는 그동안 안했어요. 이번에 헐리우드 스타들의 얼굴을 쓴 이유는 터부요기니와 헐리우드 배우들이 만나면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고, 터부요기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미 고인이 된 헐리우드 스타와 영웅들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또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캐릭터에요.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Star)과 같은 헐리우드 스타들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잖아요. 영화를 통해서 말이죠. 영화 자체도 예술(Art)이고, 그런 영화를 보며 누군가 꿈을 꾸고, 또 이루기도 해요.

그리고 작품 속에서 헐리우드 스타의 얼굴만 보이는 게 아니라, 스타가 가지고 있는 특징, 사건, 이야기를 녹이고 싶었어요. <터부요기니-마릴린 먼로>에 샤넬 로고를 넣었는데, 마릴린 먼로는 알몸으로 향수 '샤넬 No.5'를 바르고 잤다는 유명한 일화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터부요기니-제임스 딘>같은 경우는 작품에 오브젝트로 건담 프라모델을 붙이는 대신 자동차를 붙였어요. 제임스 딘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탔던 '포르쉐 550 스파이더'에요.

#몸통
몸체는 건담이에요. 어릴 때부터 사촌오빠를 통해서 건담 같은 애니메이션을 접했고, 그 영향을 받아 터부요기니의 바디를 차갑지만 단단한 로봇 이미지를 쓰게 됐어요. 싸워서 이기자는 목적의 로봇 바디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어의 의미에요.

작품 마다 건담 프라모델이 붙어있어요. 초창기에는 제가 직접 프라모델을 조립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더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개인전에는 전문가에게 맡겨 프라모델을 제작했어요. 제가 직접 디렉팅하여 작품의 밀도가 더 높아질 수 있도록 구성했죠.

#날개와 다리
날개와 다리 부분은 인체 장기의 단면 이미지를 쓰는데, 깊은 상처(Deep Pain)를 의미해요. 특히 심장과 뇌의 해부학적 이미지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한 뜨거운 심장과 명철한 두뇌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날개는 상승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을 더 강조하죠. 다리는 뾰족하게 표현했어요. 홀로그램으로 번쩍이는 느낌도 줬고요. 터부요기니가 항상 공중에 떠있거든요. 마치 아톰이 발에 불을 뿜으면서 날아가는 것처럼 상승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터부요기니-찰리 채플린>에서는 보석 이미지를 이용했어요. 찰리 채플린의 경우 사람들이 코미디언으로 알고 있지만, 창의적인 예술가이자 천재적인 감독이에요. 우리에게 보이는 어릿광대의 모습이 아닌 반대의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석의 이미지를 사용해 말하고 싶었어요.

   
▲ 낸시랭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4. 작품의 영감은 어떻게 받나요?

한 순간 딱 영감이 오는 그런 건 없어요. 모든 아티스트들은 자기가 있는 환경에서 영감을 받고 있어요. 기쁨, 슬픔, 아픔, 지루함과 같은 감정, 책, 뉴스,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공감각적으로 다가오며 동기가 되요. 특히나 여행을 가게 되면 영감을 많이 받아요.

일상을 벗어나면 다른 나라의 하늘, 땅, 바람, 다른 사람의 전시나 책 등 모든 것이 새로워요. 그런 경험들이 영감이 되죠. 그리고 꿈에서 영감을 가져오기도 해요. 저는 자면서 꿈을 꿀 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이 느껴요. 컬러풀하고 다이나믹한 꿈을 꾸는데 2가지 인생을 사는 기분이에요.

작품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이런 영감들이 더해져 작품에 녹아나게 되죠. 이번에 힘든 일을 겪으며 저의 아픔과 시련, 고통을 컬러로 풀어냈어요. 기존의 터부요기니는 밝고, 경쾌하고, 컬러풀했어요. <터부요기니-오드리 햅번>을 통해 처음으로 블랙을 선보였어요. 블랙은 저에게 죽음으로 느껴지는 색이에요. 그리고 <터부요기니-마릴린 먼로>에는 '레드(Red)'를 사용했어요. 저의 고통과 시련을 빨간색으로 표현했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보면, 흑백 영화에서 빨간색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전쟁터를 돌아다니는 소녀, 그리고 그 소녀가 시체 더미 속에 있는 장면에서 소녀의 옷만 빨간색이에요. 그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 낸시랭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5. 팝아트는 무엇인가요?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팝아트를 선보이게 됐나요?

미술은 카메라가 등장하며, 마르셀 뒤샹이 변기로 작품을 만들며, 현대미술이 생겼어요. 현대미술은 작가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갈래가 달라져요. 사람들이 봤을 때 바로 인식되지 않아요. 한참 생각해야 하죠. 작가의 컨셉(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술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작품을 즐길 때 작가나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 훨씬 이해가 쉬워요.

현대미술 안에 팝아트(Pop Art)가 있어요. Popular Art의 준말이에요. 팝송, 팝페라처럼 가장 '대중적', '상업적'인 미술이에요. 미술이라는 분야 자체가 상위 1%가 즐기는 문화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팝아트가 나오면서 대중들이 더 폭넓게 즐기게 됐어요.

홍대에서 미대 학사, 석사를 하면서 평면 작품을 했어요. 캔버스에 페인팅, 드로잉, 콜라주, 오브젝트들을 붙이기도 하고, 라이트(전기)도 사용하며 굉장히 컬러풀하고 입체적인 평면 작품들을 선보였어요. 당시에는 이런 게 굉장히 실험적이었어요. 그러한 저의 성향을 터부요기니에서 볼 수 있죠.

6.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초대받지 않는 꿈과 갈등-터부 요기니 시리즈>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퍼포먼스를 시작한 계기는?

제가 처음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당시 미술계는 설치미술과 비디오아트가 붐이었어요. 설치미술이나 비디오아트를 선보이면 앞서나가는 아티스트의 느낌이었죠. 그때 저는 이미 평면 개인전을 2번 한 상태였고 새로운 장르의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설치미술과 비디오아트는 돈이 많이 드는데, 저는 재정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퍼포먼스를 알게 됐죠. 돈이 없어서 퍼포먼스를 한 셈이죠. 부잣집 외동딸로 고생 없이 자란 제가 집이 망하고, 아픈 어머니에, 가장이 된 현실을 벗어나고픈 욕망도 있었어요.

낸시랭은 1년에 한 번 열기도 힘든 개인전을 올해 3번이나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한해가 될 것 같다"는 낸시랭의 다음 개인전도 기대가 된다. 대중에게 낯선(?) 예술 작품으로 다가와 주길.....

   
▲ 낸시랭이 서양화가 김미정 작가, 부천타임 최수진 기자와 함께 기념촬영ⓒ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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