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양주승 대표기자

8월 19일 막을 내린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버린 '주객전도'의 킬러콘텐츠 부재의 알맹이 없는 축제였다.

총 입장객 122,253명(유료 21,775명, 무료 100,478명)으로  2015년 128,585명(유료 23,512,무료 105,073명)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입장수입은 역대 만화축제 중 최고 1억 5백만 원을 돌파해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축제로 보이지만 '만화, 그 너머' 슬로건에 걸맞은 한국만화의 현재와 미래를 알차게 조명 하는 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 만화적 스토리텔링 부재의 이상봉 만화패션쇼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개막식과 함께 열린 이상봉 만화패션쇼는 세계 최초라며 야심차게 홍보했지만 '만화적 스토리텔링 부재'의 억지춘향전식 1시간의 패션쇼가 너무 지루했다는 게 만화인들과 관람객들의 평가였다.

메인 프로그램인 몸통으로 승부해야 할 만화축제가 부대행사의 성격으로 열린 '제2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 챔피언십'과 '애니송 콘서트' 공연이  만화축제 관객유치의  구원투수가 된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버린 '주객전도'의 축제가 된 것이다. 주 메뉴보다 밑반찬이 성찬이 된 밥상이 된 것이다.

박물관 일층 로비 황금 동선에 축제의 대표 상품을 내세워야함에도 콘텐츠부족으로 만화와 상관이 없는 완구판매장 임대, 스티커사진 자판기 설치, 케익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등 3천원~4천원 유료 체험비를 받아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축제의 공익성, 공공성을 져버린 상업주의로 변질해 버린 것은 앞으로 개선해야할 과제다.

▲ 박물관 1층 로비에 입장료 5천원 외에 3~4천원 유료체험비를 받아 축제의 공익성 공공성을 상실해 버렸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특히 한국만화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 관람객이라며 1층 로비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부스를 기억할 것이다. 남녀 작가가 상시 근무하는 캐리커쳐 부스는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캐리커쳐를 그리고 또한 선물하는 관광상품이었다. 관람객은 능숙한 솜씨로 캐리커쳐를 그리는 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감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좋은 콘텐츠인 관광상품 캐리커쳐 부스를 없애고 그 자리에 스티커 사진 자판기 두 대를 설치하는  황당한 일이 생겼다. 부천시민의 혈세 11억원으로 치르는 공공기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상업주의로 추락해가는 과정이며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귀신체험전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번 만화축제가 모두 내용이 평범했다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리트머스전'이나 '귀신체험전'은 의미 있는 기획 전시였다고 본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 15만 명 관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다는 측면도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5층 비즈센터와 만화박물관은 목적사업을 위해 이미 꽉찬 공간이다. 창의도시고 문화도시라면 이제 만화‧영화‧애니 등 3대국제축제의 대형 컨퍼런스나 마켓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

한편 장제훈 축제 운영위원장의 사임도 충격이었다. 올 1월에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된 장제훈 위원장이 축제를 코앞에 둔 5월에 사직한것도 축제사무국과의 엇박자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되고 있다. 

위촉당시 만화영상진흥원측은 서울랜드 공연부장 역임 등  다채로운 경험과 경륜으로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외연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를 걸었지만 만화계 일각에서는 축제행사관련 장 위원장의 요구가 묵살된 것이 사퇴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