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이광민 기자

▲ 엄기철 위원장과 부인 이해란씨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31년 전 그러니까 일을 시작하고 1년 만에 100만 원짜리 1톤 트럭을 샀을 때,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 얼마나 좋았던지 트럭에 사람들을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니까."

32년 동안 정육장사를 해 오고 있는 엄기철(60)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오정동에서 '서산정육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엄기철씨는 오정동 주민자치위원장이기도 하다.

오정동에 잔치가 있을 때마다 또는 노인경로잔치가 있을 때마다 소고기 수십 근씩 뚝딱 썰어주던 그의 마음처럼 언제나 후한 인심이 가득했던 그의 정육점과 식당이 3월 31일 마지막 영업을 앞두고 있다. 그 자리에 새로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

"한번은 소를 사러 농장에 갔는데 소 고삐가 풀려 도망가더라구.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언덕을 넘어 숲으로 들어가 버린거야. 반나절을 쫒아 다닌 끝에 기진맥진해서 데리고 왔지. 한번은 돼지우리에 들어갔다가 제일 덩치 큰 녀석이 나를 보자마자 머리로 들이박더라고. 난 돼지가 그렇게 무서운 줄 그때서야 알았지"

▲ 가게 앞에서 웃고 있는 엄기철 위원장과 부인 이해란씨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울그락불그락 무서운 듯 한 인상과 맞지 않게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고 순박한 소년처럼 지난날 에피소드를 들려주던 엄 위원장은 "이제 떠나야 할 때가 왔어. 자그마치 32년이야. 요즘은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가게에 멍하니 있는 시간도 생겼어"라고 심정을 털어놓는다.

새 건물이 들어서면 다시 가게를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젠 다리도 고장나고 힘도 부치고.. 그런데 쉬지 않고 일만 하다가 하루순간 일을 놓아버리면 병든다고 하대"라고 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32년 동안 참 고마웠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엄기철 위원장과 부인 이해란씨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