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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리하는 '동태한그릇' 변광섭 사장
"식당은 종합예술이다. 뭐하나만 삐끗해도 골로 간다"
2018년 01월 29일 (월) 07:29:28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본 기사는 정재현 부천시의원(원미1동, 역곡1·2동, 춘의동, 도당동 출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newmo68)에 실린 기사를 정 의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대담 : 정재현 부천시의원, 정리 : 최수진 프리랜서>

1호선 역곡역에서 7호선 까치울역으로 시원하게 뻗은 역곡로에는 '맛집'이 모여 있다. 역곡초등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 어느 가게 커다란 간판에 쓰인 인상적인 문구가 눈길을 잡는다. '그냥 가시나요? 동태 한 그릇 푸짐합니다.' '동태한그릇'의 간판이다.

   
▲ 동태한그릇

식당 주요 메뉴는 동태탕이다. 그런데 사장이 냉면집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냉면은 '친정'에 가서 4월에 돌아온다는 안내가 곳곳에 붙어있다. 동태탕 맛이 슬슬 걱정된다. 하지만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동태탕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고르곤졸라 피자를 준다. 데운 것이 아니라 직접 구운 것이다.

푸짐한 동태탕은 2인분을 시켰는데 3명이 먹어도 배가 부르다. 생선이 별로인 사람도, 편식하는 꼬마 손님도 피자는 꿀맛이다. 음식 값을 현금으로 내면 아이스크림도 공짜다. "처음 나오는 상차림도 중요한데 다 먹고 나갈 때 상차림도 있어요." 그가 디저트를 준비하는 이유다.

싹싹한 직원의 서비스와 식사를 마무리해주는 달콤한 디저트 덕분에 손님들은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다. 평범한 메뉴 동태탕으로 손님들의 마음까지 요리하는 변광섭 사장(부천시 역곡1동, 45세)을 만나보았다.

음식하는 유전자

1974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6살 때 부천으로 이사 온 변 사장. 그는 부천시 소사본동 부원초, 남중, 원종고를 다녔다. 부천 대보시장에서 아버지는 방앗간을 했다. 고춧가루도 빻고 기름도 짰다. 전라도 종갓집 며느리라 손이 컸던 어머니는 반찬가게를 했다. 가게 이름은 동방상회. 40년째 운영 중이다. 

부모님이 장사 때문에 항상 바빴다. 3남매에게 재료만 사주셨다. "우리끼리 해먹어야 했어요. 누나와 여동생은 귀찮아서 하지 않았어요. 요리는 귀찮지 않았던 내 담당이었어요. 그땐 먹으려고 김밥도 싸고 했어요."그에게는 음식 하는 유전자가 있었다.

변 사장은 중앙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복사기 회사 '제록스'에 입사했다. 영업직으로 3년 정도 일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 사업을 하고 싶었다.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변 사장은 2003년에 샌드위치 가게를 열었다. 가게 이름은 바른생활샌드위치. 서울 면목동 서일대 앞에 1호점, 부천 괴안동 유한대 앞에 2호점을 냈다. 2년쯤 했다. 큰 재미도 못 봤지만, 적자도 아니었다. 재미가 없어서 3, 4호점이 나올 쯤 그만뒀다.

2년마다 직업을 바꾼 30대

그에게는 남대문에서 잡화 장사를 크게 하는 고모님이 있었다. 32살쯤 좋은 자리가 났다는 고모님의 권유로 남대문에서 장사를 2년 정도했다. "유통 쪽은 잘 모르고, 어려웠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어요. 손님들이 가게 주인 보다 물건 값을 더 잘 알았어요." 남대문 장사를 접고 재무 설계를 2년 정도 했다.  "소속된 회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동종업계 다른 사람보다 수당을 너무 적게 주는 회사였어요. 나이도 점점 먹고, 경력도 차단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무 설계는 그의 길이 아니었다.

   
▲ <동태한그릇> 변광섭 사장

서른여섯, 인생냉면을 만나다

어느 날 친구가 수원에 맛있는 냉면집이 있다고 말했다. 수원 영통에 있는 담소정. 근처를 지나다가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냉면집에 들렸다. "너무 맛이 있더라. 냉면 맛이 자꾸 생각났어요. 그때 당시에는 그 냉면만 배우면 뭐든 될 거 같았어요." 그 당시 36세였다. 그리고 가장이었다. 냉면을 그 나이에 다시 배우긴 너무 면목이 없었다. "집사람한테는 도저히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고민만 했죠." 시어머니가 말하니 며느리도 한풀 꺾였다. 그때 냉면을 배우러 갔다.

냉면 레시피는 1년 안에 다 배웠다. 주방장이 손을 다치는 바람에 빨리 기회가 주어졌다. 가게를 차려야 하는데 고민이 됐다. "손님들도 맛있다는데 장사가 안됐어요. 하루에 7만원도 못 팔던 날도 있어서 월급받기가 미안할 정도였어요." 그는 가게를 차려도 장사가 안 될까 봐 걱정이 앞섰다. 불안했다. 냉면집 담소정은 중간에 업종을 바꿨다. 고기 집을 했다. 가게는 점점 상승세를 탔다. 가게가 변화되는 걸 지켜보며 식당 영업을 배울 수 있었다. 냉면집과 고기 집을 합해 5년을 그곳에서 일했다.

5년 동안 음식만 배운 게 아니었다. 맛을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음식점을 창업하는 사람들은 맛을 맹신을 한다. '이 맛만 내면 되겠다.' 라는 맹신. "하지만 음식점도 '장사'를 하는 겁니다. 손님들과 스킨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되요. 내성적인 직원도 있는데 이런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손님들의 반응이 달라져요."

생선 안 먹는 남자, 동태탕을 끓이다.

<동태한그릇>은 2014년 11월 10일에 개업했다. 전 직장을 다니면서 9월에 가게 계약을 했다. 건물 먼저 계약하고 메뉴는 나중에 고민했다. 오픈하기까지 두 달 사이에 아이템도 정하고, 시장조사도 했다.

원래는 칼국수 같은 면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옆집이 칼국수집이라 포기했다. "전 원래 생선을 안 좋아해요. 당연히 생선탕도 잘 안 먹었어요. 엄마도 잘 해주지 않았어요." 동태탕 집을 하기 전까지 변 사장은 생선이나 탕 반찬은 먹어보질 못했다. "그런 제가 먹어서 맛있을 정도면 진짜 맛있는 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 사장이 동태탕을 메뉴로 정한 이유다.

   
▲ 동태한그릇

그렇다고 동태를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다. 변 사장은 동태탕을 먹으러 식당을 서른 곳도 넘게 갔다. "광장시장부터 유명한 곳은 다 가봤어요. 포장까지 해 와서 먹어봤어요. 그 중에 시원한 맛을 내는 곳이 있었어요."  먹어보고 떠올린 레시피로 동태탕을 끓였다. "주방 쪽에 있다 보면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생겨요. 감이 와요. 딱 맞을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어요. 2%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더 개선하면서 메뉴를 완성했어요."

변 사장은 맛있는 동태탕을 위해 특별한 검증과정을 거쳤다. 포장을 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줬다. "친구들은 무조건 칭찬하던지 너무 분석을 해요." 변 사장은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자신이 만든 동태탕을 포장해서 마치 다른 가게에서 사온 것처럼 지인들을 속였다. 지금도 신메뉴 개발할 땐 이렇게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게를 알리다

가게를 개업하기 전에 식당을 홍보하려고 그가 한 일이 있다. 인형 탈을 쓰고, 보리강정을 보따리로 싸서, 명함을 넣어서 공짜로 나눠줬다. 30분도 안되어 다 동이 난다. 그리고 그는 시장 상인들에게 동태한그릇 상호가 인쇄된 비닐봉투를 공짜로 나눠줬다. "시장에 상인들이 비닐 봉투를 쓰잖아요. 사람들이 시장에서 그 비닐봉투에 담아가면 우리 가게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상상을 했어요." 그의 아이디어는 기똥차다. 마케팅 전공한 사람보다 훨씬 낫다. 변 사장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마다 메모를 해둔다.

가게 곳곳에도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냉면 사진은 일부러 겨울부터 걸어둔다. 겨울에 광고보고 내년 여름에 찾아오라고 미리 홍보한다. 가게 곳곳에 붙은 인상적인 카피들, 기발한 메뉴판은 우연히 생각나는 대로 한 장난스러운 문구가 아니다. "카피는 봐주는 형이 있어요. 카피 컨설팅 하는 분인데 1인 기업하시는 분이에요. 전에 일하던 식당 컨설팅을 해줘서 연이 됐어요. 그 분의 컨설팅으로 가게가 바뀌는 걸 보고 많이 느꼈죠. 카운터에 있는 컨설팅 책들이 그 분이 쓰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식당은 종합예술이다. 뭐하나만 삐끗해도 골로 간다."

3인분 보다 배부른 2인분

양이 많다. 고르곤졸라 피자까지 먹으면 다 못 먹는다. 2인분에 2만 원대. 동태탕이 일인당 1만 원대면 비싸게 생각한다. 그래서 3명이 오면 2인분만 시켜도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처음엔 어르신들이 오면서 화부터 냈다. "동태에 황금을 둘렀어? 동태가 왜 만 원이 넘어. 피자는 왜 줘? 안 먹어. 왜 줄을 30분이나 서야 돼?" 그런데 이렇게 말하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피자를 더 잘 드신다.

하지만 동태한그릇에서 안되는 게 두 가지 있다. 예약과 과음. 동태한그릇의 홀은 그리 크지 않다. 고작 4인용 테이블 10개, 최대 40명이 들어온다. 그래서 기다림이 길다. 개업한지 3년이 넘고 1년 전부터는 기다림은 더 길어졌다.

그래서 주말에는 테이블 6개가 놓인 지하도 연다. 그래도 예약은 안 받는다. "처음에는 예약을 받았어요. 식당 앞에 줄을 서있는데 예약자가 들어가면 기다리는 손님들이 기분 나쁘잖아요. 그래서 예약은 없앴어요." 술은 2병 이상은 못 먹는다. 주말에 기다림이 너무 길어서 술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평일에 한가할 때는 그냥 편하게 드시게 해드려요." 애주가들은 불평하지만, 이유가 있는 불친절함이다. 처음 오픈했을 때 그는 직원을 여유 있게 4~5명 뽑았다. "직원이 남더라도 처음에는 손발이 안 맞잖아요. 손님이 벨 누르고 기다리면 안 되니까요." 변 사장에게 손님은 왕이다.

창업 성공비결, 돈보다 공부

장사 노하우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체인점 낼 생각 없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변 사장은 돈 있다고, 체인점 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 가게도 처음 창업비용이 보증금 포함해서 1억 5천만 원은 들었어요. 창업했다가 망하면 집안이 파탄이 나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집안의 운명을 걸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더 신중해야 돼요. 진지하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간절하신 분들에게는 가르쳐 드리려고 해요." 그는 핫도그, 인형 뽑기방이 유행한다고 무작정 창업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변 사장은 창업해서 성공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으로 하는 공부도 중요한데, 경험이 중요해요. 철저하게 공부해야합니다. 저에겐 그 과정이 있었어요. 그걸 무시할 수는 없어요."

푸짐한 동태한그릇, 계속 하고 싶다

오전 11시30분에 가게문을 열어 오후 2시 20분에 주문을 마감을 한다. 물론 홀에서는 식사를 계속 할 수 있다. 브레이크타임을 가지고 오후 5시에 다시 오픈을 해 저녁 8시20분이면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쉰다. 명절에 3일씩 쉰다.

아내 전성미 씨와는 친구 소개로 만나 2년 열애 끝에 2005년 4월 결혼했다. 그는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 "30대 초반에 직업도 자주 바꾸고, 36살에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냉면 배운다고 수원까지 갔잖아요. 아침 7시에 나가면 밤12시가 넘어야 들어왔어요. 아내도 항공사 지상직으로 일해서 근무시간이 서로 다르다 보니 그 당시엔 아내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이제 11살 된 두 딸은 쌍둥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당시에는 이혼하자고 한 적도 있었어요. 아내가 잘 견뎌줘서 고마워요. 그 후로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지만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의 미소에서 이제는 안정이 느껴진다.

"가늘고 길게 계속 가고 싶어요. '오랜만에 역곡에 왔는데, 온 김에 동태탕 한 그릇 먹고 갈까?'하며  들어올 수 있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어요."

   
▲ 동태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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