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양주승 대표기자

▲ BIAF2017,'마스터 클래스:가이낙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2017) 개막 3일차에 접어들며 10월 22일(일) 오후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과 아사오 요시노리 프로듀서가 참석한 <마스터 클래스 : 가이낙스>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클래스에서는 가이낙스 중역들의 20대 당시의 모습이 담긴 NASA 취재 영상이 공개되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과 아사오 요시노리 프로듀서는 먼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사다모토 요시유키 캐릭터 디자이너의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관객들과 아쉬움을 달랜 후 본격적으로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먼저 아사오 요시노리 프로듀서는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에게 <왕립우주군>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물으며 토크를 시작했다.

▲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은 "당시 대학생이었고, 취직과 면접이 싫어 면접관이 되자는 마음으로 회사를 차렸다. 첫 작품을 진지하게 만들어보고자 <왕립우주군>을 기획했다."며 "학생이었지만 당시 우리는 프로의 테크닉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이며 웃음지었다.

이어 <왕립우주군>의 로켓 발사 장면을 그려낸 이유에 대해 "클라이막스 장면으로 사람들이 박수를 칠 수 있을 만한, 파편이 튀는 폭발 장면을 그리고 싶었다. 또한 발사가 되는 폭파장면에 세세한 작화가 뛰어난 작화가 안노씨의 장기를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며 장면에서 출발해 거꾸로 스토리를 만들게 된 계기를 답했다. 설명과 함께 <왕립우주군>의 로켓 발사 장면을 감상하며 폭발 장면부터 로켓 발사 장면까지 30년 전 CG 없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장면들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명장면을 관객들과 함께 돌아보며 가이낙스의 중역들은 당시 <왕립우주군>의 로켓 발사 장면을 위해 NASA에 방문했던 취재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마스터 클래스에 함께 참석한 가이낙스 직원은 3년전 취재 영상이 발견되었지만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이 영상을 중요히 여기지 않아 사무실 이전과정에서 영상이 버려질 뻔한 위기의 일화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영상 속 가이낙스 중역들의 풋풋한 20대 시절 모습이 비춰지며 객석이 웃음으로 물들기도 했다.

이어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이 기획, 아이디어 발상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은 " '무언가'를 할 때, 일상생활과 약간 다른 경험을 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저는 대체로 관객들에게 어떤 놀라움, 신선함을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그런 테마로 일상에서도 놀라움을 느끼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편이다. 예를 들어 현대의 대학 건물을 보면서 중세의 성을 떠올리거나 할 때 등이 그러하다."며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나누는 편이다. 상대방이 질문에 대답을 이어가면서 이야기의 빈틈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기획을 발전시킨다."며 그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발상 방법을 청중과 공유했다.

아울러 이미지를 구체화하거나 캐릭터를 만드는 시기에 대해서는 야마가 히로유키는 "그림 역시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 프로덕션 기간이 정해지면 1년 이내 작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개인적으로는 작화, 스토리, 음향 등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요소들이 모이는 순간, 그 타이밍을 중요시 여긴다."고 답했다. 이어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을 정할 것, 그리고 시간을 많이 들이지 말 것."이라는 두가지 사항을 꼽으며 그만의 창작철학을 보여줬다.

이어 가이낙스의 두 중역은 기획하고 있는 신작 정보를 공개했다.

▲ 아사오 요시노리 프로듀서ⓒ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아사오 요시노리 프로듀서는 "신작은 마츠모토 레이지 감독의 원작 <은하철도 999>의 에메랄다스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야마가 히로유키가 감독을 맡아 프로젝트를 막 시작한 단계"라고 전했다.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이 세부적인 프로젝트 설명을 이어갔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1970년대 일본 오타쿠계 애니메이션의 가장 고전적인 위치에 계신 분이다. 음악으로 치면 '바흐'에 비견할 수 있는 분의 작품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하게 접근하고자 하지만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 자아를 표현하기 보다는 제 안에 녹아 있는 마츠모토 레이지 감독의 면모를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아마 사다모토 요시유키 캐릭터 디자이너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이어 아사오 요시노리는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함께 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차기작과 함께 BIAF에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어서 "우연하게도 올해 BIAF2017에서 <은하철도 999>전시를 보았다. 사다모토 요시유키는 중학교 때 마츠모토 레이지 감독의 광팬으로 장면을 따라 그리며 공부했다고 들었다. 시간이 되시면 전시를 꼭 관람하시길 바란다. "고 덧붙였다. '발표 40주년 기념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 999전'은 BIAF2017이 준비한 Ani-마스터展으로 오는 11월 5일(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1층 제2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2시간여의 클래스를 마치고 이어진 Q&A시간에는 '심플로우 시스템'으로 온라인으로 질문을 받았다. '심플로우 시스템'은 모바일 웹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질문이 채택된 관객에는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의 사인이 담긴 <왕립우주군> 엽서를 증정해 많은 관객들이 질문을 쏟아내며 열정을 보여줬다.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이 세계관 및 배경 창작에 영감을 얻는 방법에 묻는 질문에 야마가 히로유키는 "뭐가 더 있을까? 라는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현시점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제 영감을 얻었는지 생각해보면 항상 '관찰'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내 안에 없었던 새로운 생각들을 하고, 그 생각들을 모았을 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오랜 시간 애니메이션에 몸담은 만큼 그만의 확고한 철학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이어 기존 팬과 새로운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지 위해 어떤 접근 방식으로 팬들에게 만족을 줄 계획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는 "취향은 다양하고 저는 각본가이기에 주로 스토리를 고민한다. 그림 이외의 컨셉을 제대로 만들어 관철시키는 것이 작가로서의 본분이 아닐까 한다."며 가이낙스를 33년간 이끈 거장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 BIAF2017,'마스터 클래스:가이낙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