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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04년 07월 19일 (월) 00:00:00 이상철 시민기자 ad2061nn@nate.com

   

최근 '등대지기'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가시고기'라는 소설로 유명해 진 조창인선생님의 작품입니다. '가시고기'라는 소설에서는 새끼들의 부화와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담수어인 [고시고기]를 소재로 병든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그려 놓았는데, [등대지기]는 <구명도>라는 외롭고 조그마한 섬에 세워져 지나가는 배들의 길을 안내하는 등대를 지키는 사람, 즉 등대지기를 소재로 자식을 한없이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려 놓았습니다. 참으로 가슴 찡한 소설이었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청년 재우가 구명도라는 외딴 섬에서 8년간 가족을 등지고 등대지기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집을 찾았던 재우는 치매가 들어 8년 만에 만난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떠맡기려는 것에 대하여 분노하고 섬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구명도까지 찾아 와 한 달만 어머니를 모셔 달라고 애원하는 형수의 간청 때문에 어머니를 떠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형과 형수, 누나까지 철저하게 어머니를 버린 것이었습니다. 재우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어머니를 모시기로 하였지만 어머니의 치매 증세는 호전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날로 악화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온 다음 재우의 생활은 모든 것이 다 변해 버렸습니다.

매일매일은 삶은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 따라 왔습니다. 그야말로 전투장과 같았습니다. 어머니를 원망도 하고 소리도 치고, 어떤 때는 협박조로 달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엉망으로 변해만 갔습니다.

겹친데다 덥친다고 구조조정이라는 구실로 등대지기를 감원한다는 소식과 구명도를 무인등대로 변경한다는 소식으로 초조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급기야 재우는 어머니를 육지에 있는 복지시설에 맡기기로 결심을 하고 육지에 올라왔다가 어머니를 잃고 밤새껏 찾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새벽에서야 빈의자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빈 의자에 앉아 추위를 견디며 밤을 새우며 재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일을 계기로 재우는 어머니와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구명도로 돌아갑니다.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추석 무렵, 동료들이 휴가로, 추석을 식구들과 보내기 위해 육지로 나갔습니다. 홀로 등대를 지키고 있는 그 해 추석, 무서운 폭풍우가 들이 닥쳤습니다. 충직한 등대지기였던 재우는 등대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폭풍우를 헤치며 등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휴즈가 나갔던 것입니다. 그것을 갈아끼우고 내려오려는 순간, 재우는 벼락을 맡고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의식이 들어 왔을 때, 재우의 타버린 입술이 젖고 있었습니다. 치매와 심장병으로 고생을 하던 어머니가 재우의 위험을 직감하고 그 위험한 등대의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왔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베풀수있는 마지막 사랑을 아들에게 쏟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우의 입에 빗물을 받아 넣어 주었던 것입니다. "이제 내가 살려주마"라고 말하면서 아들 재우를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치매로 인해 배고프다고 칭얼대고 욕설을 퍼부엇지만, 어머니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어머니는 자기의 속옷을 벗어서 빗물을 적셔 재우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체온은 그 등대 위에서 식어지고, 마침내 호흡도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재우는 어머니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를 떠나 보낸 뒤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던 것입니다. 그동안 어머니는 한 번도 직접 나서지 않았지만, 재우를 위해 강아지 [해피]도 사 보내고 철마다 옷을 사서 보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치매 중에 어머니는 "엄마"라고 부르게 하였습니다. 치매가 든 어머니는 6개월 동안 재우와 함께 지내면서 재우의 마음을 한없이 아프게 하였지만 재우에게 "사랑"이라는 것, "용서"라고 하는 것을 일깨워 주었던 것입니다.

등대지기에 나오는 어머니의 사랑을 저는 "슬픈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지금 구명도의 등대는 아무도 지키는 이 없는 무인등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재활치료를 마친 재우가 그 섬에 찾아 와서 어머니의 유골을 뿌립니다. 그 섬에는 어머니의 흔적이라고는 그것만 남아 있습니다.

등대지기를 읽고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저에게도 8순이 넘은 외할머니가 계시답니다. 어머님이 직접 모시고 있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머니와 8순이 넘은 외할머님 생각이 많이 났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난 구정때 세배를 하고 봉투를 드렸는데, 어머니는 다른 봉투 하나를 갖고 계셨습니다. 뿌리쳐도 기어이 주머니에 넣어 주셨습니다. 봉투 안에는 천원권 지폐 몇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어릴 때 머리맡에서 눈물로 기도해 주시고, 팔베개를 하게 한 다음 찬송가를 들고 불러 주었습니다. 따라 부르면서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무엇이라 한 마디로 표현할 길은 없지만 [등대지기] 때문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목사라는 직분, 선교사라는 직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목사나 선교사는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는 등대(예수 그리스도)를 지키는 자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어두운 세상이지만 사람들이 등대에서 비치는 그 빛을 보고 항로를 잃지 않고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자입니다. 그래서 등대지기는 등대의 불을 밝히는 일을 최우선으로 해야하고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등대가 있는 곳은 그곳이 한국이든지, 선교지이든지 외로운 고도입니다. 
 

▒ 이상철 시민기자는  부천시에 살고 있습니다, 신학을 전공한 크리스찬으로 본업은 인형극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소설[체인지 근대사] 등을 썼으며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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