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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억만]'진실하게 산다고 누가 밥 먹여줍니까?'
2004년 07월 16일 (금) 00:00:00 한억만 기자 ponamch@hosanna.net

   

부천타임즈 : 한억만 기자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어느 임금이 백성들에게 꽃씨를 나누어주고 가을에 심사하여 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정성을 다해 키웠지만 이상하게 꽃이 피질 않자 꽃집에 가서 새 꽃씨를 사서 다시 심어 예쁜 꽃으로 임금 앞에 내 놓았습니다. 그런데 임금은 그 꽃들을 보자 큰 실망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소년만이 아무 꽃도 피지 않은 빈 화분을 들고 두려움 속에 떨고 있었습니다. '임금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니다, 너야말로 정직하게 꽃을 키웠구나!' 사실은 백성들이 얼마나 정직한지를 시험하고자 임금은 처음부터 볶은 꽃씨를 그들에게 주었던 것입니다.

   

익히 아는 이 동화를 어느 라디오에서 들을 때 저는 마치 무엇을 훔치다가 들킨 사람처럼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릅니다. 어쩜 신(神)은 그 임금처럼 우리에게 볶은 씨를 주었음에도 우리는 거짓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워놓고 흡족해하지만 속은 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고슴도치처럼 가까이 하려면 가시로 찌르고 또 그냥 놔두면 얼마나 보기 흉한지 모릅니다. 저도 사람들이 저의 외적인 일만 보고서 가끔 좋은 평가를 할 때,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속에서는 이런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내가 네게 준 양심은 어디 가고 화류계여자들처럼 겉으로만 그렇게 아름답게 꽃을 피우려 하느냐...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도록 한단 말인가요. 그것은 현란한 현대문명의 산물인 배금주의가 첫 번째 용의자가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우리나라만큼 물질로 행복을 추구하는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초등학생에게 장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아도 서슴없이 '부자'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는 지금 돈 중독증 환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돈이라면 뇌물도 부실공사도 심지어 원조교제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정말로 물질이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로 돈으로 책은 살지라도 지혜는 살 수 없고 돈으로 집은 살지라도 행복한 가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침대는 살지라도 평안한 잠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단 말인가요.

오히려 물질은 우리의 인격을 값싸게 만들었고 영혼에 대한 허탈감만 커지게 하여 자기 스스로 세상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습니다. '대장금' 마지막 회 때 장금이는 궁을 나오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궁(宮)은 음식을 만들게 했고 의술도 배우게 하고 또 님도 만나게 했지만, 그러나 궁(宮)은 어머니를 잃게 했습니다.

   

화려하게 보이는 것일수록 실제는 슬픔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밋밋하게 보이는 그 인생이 오히려 더 행복하다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두 번째 겉과 속이 다르게 사는 이유는 정말로 진실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에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을 하면 그것은 세상물정 모르고 고지식하게 사는 사람이요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인식되며 때론 위선자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존경했던 지도자들도 양심을 포기하고 아이들조차도 거짓말을 아무 가책 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심각한 일은 자신도 그렇게 거짓으로 살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위기감에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이 세대의 불행입니다. 진실로 무릎꿇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보려면 내 생명을 몽땅 주어도 아깝지 않는 어떤 대상을 만나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기에 오늘도 방황하며 자신도 그렇게 거짓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이와 다른 월등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래서 내 인생의 배경이 될 것 같기에 좋아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은 순수한 미소나 아니면 곧은 심성 때문에 또는 언제나 나를 담을 수 있는 넓은 마음 때문에 결국 그의 진실한 모습 때문에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이렇게 질문하고 싶겠죠. '진실하게 산다고 누가 밥 먹여줍니까?' 곧 우리는 밥이 먼저냐 진리가 먼저냐를 선택해야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밥을 먼저 택하면 진리는 오지 않는데 진리를 먼저 붙잡으면 밥은 그냥 따라옵니다.

   

요즘 '더 페이션 어브 크라이스트'라는 영화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는 연한 싹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장엄한 모습도 없고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아름다운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상처는 우리의 허물과 우리의 죄악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오직 우리의 화평을 위하여 징계를 당하였고, 우리의 치유를 위하여 채찍을 맞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에서 쓰여진 책의 절반 이상이 그와 직간접으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음악사의 절반 정도는 그의 영향 속에 있습니다. 전 세계 문화가 전 세계의 언어가 전 세계의 철학이 그를 배제하고는 도무지 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그의 겉모습은 호감 끌 것이 없었지만 그의 진실한 삶은 우리 모두를 살렸습니다. 차라리 나의 모습에서 꽃이 없다해도 제 속에는 꽃보다 더한 그러한 향기가 있었으면...

▒ 한억만 기자님은 강릉포남교회 담임목사 이시며 관동대학교 겸임교수 입니다.
영동크리스챤 편집위원.  다음카페 '경포호수' 시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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