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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억만]커피를 숭늉처럼 좋아하고 있습니다.
2004년 07월 16일 (금) 00:00:00 한억만 기자 ponamch@hosanna.net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저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었는데 어느 때 부터인가 커피를 숭늉처럼 좋아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커피 종류도 잘 모르지 그 중에서 저는 자판기 커피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 커피가 가장 맛이 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서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좋고 또 바쁜 일상에서도 적은 돈으로 큰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강릉에서는 영동최초 길거리 카페의 원조인 안목바닷가 자판기 헤즐러 커피가 단연 최고입니다. 저는 가끔 그 곳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그 때만큼은 모든 생각들을 내려놓고 신선이 된 듯 바다에 취하고 커피에 취해봅니다.

그 때의 편안함이란 모처럼 휴가를 얻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보다도더 여유가 있고 더 큰 평온함이 있습니다. 적어도 그 때만큼은 천국에 들어간 것처럼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고 제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곤 합니다.

가끔 저는 그 곳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성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지만 그것은 분명 자기 생각대로 모든 것을 다 이룬 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언제나 똑같이 내려봅니다. 그것은 분명 여유 없이 바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바쁜 중에서도 한 잔의 커피와 같은 작은 여유를 가질 줄 아는 사람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 향내가 머리를 맑아지게 하고 그리고 지금 자기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들이 벗겨짐을 느낄 수 있다면,커피를 마시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이전에 만났던 그 어떤 사람을 생각하며 웃음 지을 수만 있다면 그는 진정으로 오늘에 슬퍼하지 않고 내일이 있는 성공적인 사람일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불행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삶 속에 이런 여유(餘裕)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몇 년 전에 '3초의 여유 속에 담긴 사랑'이란 글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3초만 기다리세요.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출발 신호가 떨어져 앞차가 서 있어도 경적을 울리지 말고.. 3초만 기다려 주세요.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있는지 모릅니다.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라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내가 화낼 일이 보잘것없지는 않은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빨리빨리'라는  을 가장 먼저 배우듯이 한국인들은 위의 글처럼 3초의 여유도 없이  사에 조급하고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고로 우리는 그림을 그려도  백(餘白)이 있는 넉넉한 민족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서양문화 처럼 여유 없이 살아간단 말인가요.그것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첫 번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탄핵 정국 때문에 온 국민이 두 편으로 갈려 동네 패싸움을 하면서 우리가 그렇게 듣기 싫어하는 냄비근성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탄핵을 찬성하면 극우가 되고 반대하면 진보가 되어 버리고 있습니다. 도무지 중간(中間)이 없습니다.이것은 아마도 어릴 때부터 O, X 문제에 길들어져 있어서 '이것이 옳으면 저것은 그르다'라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살이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닐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똑떨어지게 옳고 그르다라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그것은 인간 자체가 미완성의 존재이면서도 인간 스스로가 어떤 질문의 주체와 객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 다른 이익관계의 복잡성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에 어떤 결정을 내려도 만족할 수 없기에 옳고 그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양사상의 중용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에 서서 자리를 지키는 미덕의 학문입니다. 우리의 불행은 이러한 중심적인 중용의 덕을 잃어버릴 때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고집 때문에 우리는 지금 서로 간에 화목은 없고 대치만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의 근본 원인은 사실 자아(自我)를 버리지 못한 욕심 때문입니다.

   

저는 토요일마다 한 주간동안 모여진 신문과 우편물들을 거의 한 박스 정도씩을 버리곤 합니다.이렇게 매주 마다 정리함에도 제 사무실은 서류와 책들로 좁혀져만 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生命)은 '호흡'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곧 숨을 한 번 마신 후에 반드시 그 마신 숨을 다시 내 뱉어야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만약에 숨을 마시기만 하고 내 뱉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은 이러한 호흡처럼 얻은 것만큼 내 놓을 줄 알 때 건강하고 행복한 생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 분과 호흡할 여유(餘裕)가 있다면 아무리 여유가 없어도 내 이웃과 호흡하듯이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면 그는 이미 행복한 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날마다 '자기'라는 ...'편견'이라는 '자신의 이익'이라는 숨을 뱉어야만 그 분과 우리의 이웃과 호흡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옳다면 그도 옳기 때문입니다.

▒ 한억만 기자님은 강릉포남교회 담임목사 이시며 관동대학교 겸임교수 입니다.
영동크리스챤 편집위원.  다음카페 '경포호수' 시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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