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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아의 여행스케치 ①] 프롤로그
2004년 07월 16일 (금) 00:00:00 배선아 기자 immyself@freechal.com

배선아의 여행스케치 ①]  탈(脫), 삶의 모르모트…동경행 비행기를 타다 
 
"눈을 뜰 때마다 이내 시작될, 아니, 이미 시작된 하루의 무게가 부담스러우리만치 묵직하여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망설여지는 아침이 반복된다면, 방금 갈은 커피원두의 향이 폐부에 가득 스며들어도 마비된 마음의 후각은 그조차 맡지 못한다면, 길 가다 스친 쇼윈도에 비춰진 내 모습이 타인처럼 낯설다면, 내딛는 두 발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으로 마치 미아가 된 듯 거리를 서성거려야 한다면... 그럴 땐 미련 없이 가방을 꾸려도 좋다."
  (2004년 5월 <여행수첩> 중에서)

   
▲ 여행 나흘 째, 쉴 참에 아이스커피 한 잔. 오래 걸었더니 덥고 발도 아프고 해서 신주쿠에 있는 한 ‘스타벅스’에 들렀다. 신주쿠에는 직접 본 것만 해도 5개 이상의 스타벅스가 있었는데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배선아

 삶은 때로 안일한 일상을 갑작스레 비집고 들어와 심술궂은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그랬다. 지난봄은 쉴 새 없이 잔인한 미소를 던져주었다. 오랜 친구의 배신과 구설수, 가벼운 그러나 연이은 교통사고, 짧지 않은 동안 일하던 잡지사와의 뜻하지 않은 결별 등등... 아무리 ‘내 탓이오’를 외치고 ‘액땜이겠거니’ 하며 넘어가려해도 원치 않았던 삶의 복병들은 연일 따발총을 쏴댔다. 사방이 꽉 막힌 틀 안에서 모르모트가 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만회의 시도가 오히려 더한 악재를 부르기도 했다. 방법이 없다. 그럴 땐 그저 납작 엎드려 수많은 포탄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악운이나 불운에게도 언젠가 총알은 떨어지기 마련인 까닭이다.

어느 가공할 순간에, 충동적으로 수화기를 잡고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 동안 살이 쭉 빠진 예금통장은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나는 흥, 하며 짐짓 시치미를 떼고서는 어깨너머로 그를 휙 던져버렸을 뿐이었다. 세상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어쨌거나 출발은 닷새 뒤. 티켓 값까지 치르고 나자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만일의 경우 적금을 깰 마음까지 먹고 고른 이번 여행지는 다름 아닌 동경이었다.

원래는 동남아 쪽으로 가보려고 했으나 여권만료기간에 부딪혔다. 여행기간이 1주일 밖에 주어지지 않았으니 비행기 시간이 가장 짧은 동경이 다음 물망에 올랐다. 10배가 조금 넘는 환율과 살인적인 물가를 떠올리면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곳을 택해야했겠지만, 몰리고 지친 나는 배짱을 부려보기로 했다. 한적한 휴양지보다 차라리 바쁘고 활기 넘치는 대도시로 가는 것이 머리 속을 비우기에는 더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동경은 그립고 보고 싶은 친구 D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던가.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졌다.

아아, 뜬다, 뜬다. 마침내 떠나고 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다. 가스밸브를 세 번이나 확인하고서야 집을 나섰다. 맨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잠그는 동안에는 잠시 경건해지기까지 했던 것 같다. ‘부디 행운을 빌어줘!’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간단한 수속을 마치자마자 투명망토를 입는 ‘해리포터’의 심정으로 재빨리 출국장 게이트 안으로 숨어버렸다. 배낭에 들어있는 비행기 티켓이 마법의 지팡이처럼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이제 와 고백하자면, 비행기가 마침내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에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스며들었다. 어딘가로 떠나게끔 나를 몰아세워준 예의 ‘삶의 복병’들에게 반대로 감사의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귀가 멍멍해진다. 얼마나 고대하던 순간인가. 눈을 질끈 감는다. 아아, 뜬다, 뜬다. 마침내 떠나고 있다!

그야말로 무작정 떠나는 내 멋대로의 여행이었다. 사전에 준비한 것이라고는 비행기표를 사고 간단한 짐을 꾸린 것과 D에게 전화를 걸어 민박집을 좀 알아봐달라고 한 부탁이 고작이었다. 즐비한 여행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 넘치는 관광정보 따위에는 도통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일정은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지도 한 장과 D의 조언에 의존하기로 했다. 기대와 흥분이 배가되었다. 어디를 가게 될까. 누구를 만나게 될까. 그리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득 월드컵이 개최되었던 2002년 가을, 친구와 동행했던 후쿠오카의 선술집이 떠올랐다. 맥주 몇 잔에 두 여자가 겁도 없이(!) ‘대~한민국~’을 열창하자 주변 손님들이 ‘한국축구, 정말 멋졌어요!’라는 칭찬과 함께 미소를 보내주었다. 주인아저씨는 인심 좋게 서비스 안주 한 접시를 내어주시기도 했다. 당시의 4강 진출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었다. 그러니 이 작고 낯선 여행객에게 동경 역시 호의적이기 만을 기대할 수밖에.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고대 도시이든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마을이든 사람을 잘 만나고 볼 일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추억은 잘 찍힌 사진보다도 선명하게 가슴에 남는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별 것 아닌 도움으로 난처한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었으며, 친절한 미소와 호의 한 자락에 바가지만 잔뜩 쓴 여행의 불쾌함을 한방에 날려버린 적도 있었다. 동전의 양면이라더니, 내게 삶의 활력을 주고 여행의 묘미가 되어주는 존재 또한 결국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해리포터가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런던역의 9와 3/4 정거장을 뛰어들 듯 나 역시 부푼 가슴을 안고 동경 행 비행기에 올랐다. <계속....>
    
● 여행 Tips!
이번에 알게 된 사실 하나. 세계의 어느 국가를 방문하든 원칙적으로는 출발하는 날짜에서부터 여권만료일까지 6개월 이상의 여유기간이 남아있어야 한다. 물론 이는 말 그대로 원칙일 뿐 국가별로 융통성이 있기도 하다. 나의 경우에는 만료시점까지 5개월 미만이 남아 인도와 같이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나라나 여행사의 동남아 여행상품 등에는 아예 꿈도 꿀 수 없었다. 떠날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은 다시 확인해보실 것.

여권의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장신청은 해당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몇 개의 구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떠날 날짜가 촉박하다면 일단 각 구청별로 연락을 취해본 뒤 좀 멀더라도 비교적 덜 붐비는 구청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일본의 경우, 대사관에 문의해 알아본 바로는 비자에 무리사항이 있지 않고, 여권 만료일까지 돌아올 수 있다면 입국과 출국에 지장이 없다고 한다.

   

 <배선아님은>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작사가, 잡지 자유기고가 등으로 글을 쓰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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