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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영화 음악-​25]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나의 단 하나뿐인 사랑'은 죽음이고 절망이고 나락이다
2017년 05월 14일 (일) 10:51:13 그랑블루 lavinyang@naver.com

필명:글랑블루(부천타임즈문화예술칼럼니스트)

대학 시절, 자주 갔던 작은 바(bar)가 있었다. 학교 근처에 있었던 술집이다 보니 친구들과 수업을 마치고 한 잔씩 하러 가기도 편했고 분위기도 괜찮았으며 무엇보다 술값이 싼 편이라 부담이 없었다. 친구들과 돌아가며 술값을 내기도 했고 함께 섞여 많은 밤을 수많은 대화들 속에서 취했던 장소, 풍경, 시간들.

그곳은 내가 싱글 몰트 위스키에 처음 맛을 들였던 곳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인 '아드벡'의 맛을 나는 거기서 처음 경험했다. 위스키의 감흥을 부러 느낄 만큼 술을 미학적으로 마셨던 건 결코 아니었고 그저 바에서 친구들과 취하면서 놀면서 막막한 불안의 한 때를 견디고 흘려보내는 게 좋았다고 쓰는 게 옳을 것이다.

취기에 가득 차 자정을 훨씬 넘긴 깊은 밤이 되어서야 술집에서 나와 도로 캠퍼스로 돌아가 호숫가에서 산책을 하기도 했었던 밤들.(그때 친구 몇몇은 또 술을 사러 갔더랬다.)

과장의 문장이 분명하나, 그때 마셨던 술들은 아직 내 혈류에 진한 농도로 남아 있는 게 분명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불현듯 술에서 깨고 싶어지니 말이다. 대책 없이 슬퍼지니 말이다. 아직 깨지 못한 청춘의 농도 말이다. 불안의 밤들 말이다.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포스터

대학을 졸업하기 전 혼자 그 바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어떤 술을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바에서 흘렀던 음악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바로, 스팅의 'My one and only love'였다. 그때 바텐더가 내게 했던 말들도 기억한다.

"손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혹시 보셨어요?" 나는 끄덕였고 바텐더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그 영화가 진짜 죽이는 게, 거기 나오는 술들이 다 엄청 싼 술들이에요. 알콜 중독자가 마시는 술로는 더할 나위 없는 술들이죠. 제가 바텐더 알바를 하면서 술을 공부하다 보니까 그게 보이더라고요."

그 뒤로 필자에게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언제나 두 가지와 연관된다. 하나는 '스팅'의 ost. 다른 하나는 '엄청 싼 술'.

헐리우드의 극작가 '벤(니콜라스 케이지 역)'은 사는 걸 포기한 알콜 중독자다. 이제 남은 인생일랑 다 버리고 그냥 술이나 마시다 죽으려고 라스베가스로 가버리는 게 영화가 시작되고 그 남자에게 주어지는 인생 이야기다.

벤은 떠나기 전에 가족 사진도 여권도 불에 태워버린다. 알콜에 자신을 태워버리려고.

"아내가 떠나서 술을 먹게 된 건지, 술을 먹어서 아내가 떠난 건지 기억나지도 않아."라고 말하는 벤의 생에 더 이상 남은 기억은, 연민은, 없다.
 
벤은 라스베가스에서 매춘부인 '세라(엘리자베스 슈 역)'를 만난다. 둘은 처음부터 시한부였다. 인생의 나락, 절망의 늪에서 아직 죽지만 않았을 뿐 이미 지연된 죽음을 살아가던 존재들이었다. 이들이 동거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고통, 절망, 그러나 내지르기에는 이미 서로의 삶에 질식할 만큼 지쳐버린 힘없는 비명 같은 사랑.

   
▲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스틸

벤과 세라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서로의 곁에 머무른다. 그러나 이것은 애초에 실패할 관계의 조건이었다. 두 사람은 친밀해졌고 그래서 서로를 소유하고 싶어졌고 거리를 좁히려 했으며 결국 서로를 구속하게 되었으니까. 집착하게 되었으니까.

죽으려고 취하는 남자나 살려고 몸을 파는 여자나 결국은 모두 자기 자신의 육체라는 '산 주검'을 고통스러운 삶의 시간에 파묻고 있는 묘지기였다. 

서로의 묘지기, 각자의 죽음에 이미 취한 이들의 피로한 사랑, 내몰린 사랑.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1996년 작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생각하면 나는 결코 취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대신 스팅의 짙은 안개 속을 휘젓는 배의 노 같은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진다.

이 영화의 ost에는 스팅의 노래가 총 세 곡 등장한다. 'Angel Eyes','My One And Only Love','It` s A Lonesome Old Town'.

모두 벤과 세라를 위한 명선곡이지만 역시나 압권은 'My One And Only Love'다.

'나의 단 하나뿐인 사랑'은 죽음이고 절망이고 나락이다. 그 심적, 육체적 모멘트에 동반할 수 있는 나의 단 하나뿐인 사랑. 그 한 사랑이 있다면 라스베가스라는 이름의 초라할 만큼 화려한 이 삶의 환등가를 떠나는 일이 조금은 덜 두려울까. 스팅의 저음은 초연하다. 담담하다.

필자 그랑블루님은 학부에서 '영화'를 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적 현상들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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