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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영화 음악-​24] 8월의 크리스마스
언제나 다시 보고 싶은 이 영화처럼
2017년 05월 10일 (수) 07:40:23 그랑블루 lavinyang@naver.com
   
▲ <8월의 크리스마스> 포스터

필명:글랑블루(부천타임즈문화예술칼럼니스트)

한 사람의 마음, 그가 지니는 속도와 시간이 세계에 내장된 디지털 센서에 초고속으로 투사될 때, 8월에 내리는 눈,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그리움이나 간절함이 아닌 인위적인 효과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서정은 효과가 아니다. 정서는 인위가 아니다.

8월에도 크리스마스는 온다. 8월에도 눈은 내린다. 바로 그곳은 인간의 마음이다. 사랑을 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

우리는 필름 카메라의 시대를 지났으며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의 시대를 지났다. 그리고 당도했다. '초원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대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손쉽게 편집 보정을 하거나 삭제해버리는 우리들의 시대로. 주차 단속용 티코 대신 무인 단속용 카메라가 도로망을 24시간 샅샅이 감시하는 우리들의 시대로 말이다.
 
마치 편집 보정되기 위해 찍히는 얼굴들처럼 렌즈에 우리 자신의 얼굴들, 풍경들을 너무 쉽게 내맡기느라 우리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놓치기도 한다. 때로 수많은 보정 효과를 내는 스마트폰 사진 어플 기능들은 서글프게 느껴진다. 흑백, 세피아가 편집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되고, 사진은 촬영되자마자 곧바로 포토샵에서 편집된다.

거대한 이미지 아카이브에 사는 우리는 센서화된 시간과 공간 속을 부유한다.

하지만 깊고 여린 자기만의 서정을 통과한 사람의 마음에는 캐시 메모리가 아닌 그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한 흔적이 남는 법이다. 귀한 것은 흔적도 귀하다. 그것은 쉽게 삭제되는 자욱이 아니다.

때로 그 자욱을 위해 서서히, 천천히, 우리는 조금 느려져도 좋을 것이다. 일상의 귀한 흔적, 자욱을 응시하기 위해 느려져도 좋기만 할 것이다. 불현듯 너무 숨가쁘게 사느라 느린 호흡으로부터 너무 멀리 가버렸을 때, 여전히 느린 시간을 흘러가고 있는 이 영화에 말을 걸어보아도 좋겠다.

   
▲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

"하나 둘, 찍습니다." 초원사진관을 2대째 운영하는 '정원(한석규 역)'의 섬세한 셔터 소리처럼 이 영화는 소소하게 느린 일상을 응축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자의 섬세한 관조다. 여린 응시다. 마음의 둘레다. 그 사이를 서성이는 아직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여자, '다림(심은하 역)'.

우리가 두고 온 느리고 여린 마음에 셔터를 누르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마음 한 켠에 언제나 다시 보기로 재생 가능한 VOD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어떤 장면을 자꾸 돌려보느라 유독 늘어져 버린 오래된 비디오 카세트 테이프 같은 마음이 다소곳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 영화.

아침 햇살의 순간에 섞여 있는 죽음 같은 잠을 우리도 매일 만난다. 정원이 빨간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달릴 때의 여름 오후 풍경을 우리도 계절 속에서 지나온 적이 있다. 초원사진관의 오래된 흑백 사진들, 확대해서 간직하고 싶은 첫사랑의 사진, 비 오는 밤에 다림을 기다리던 하염없는 마음 같은 것들을 우린 품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곧 닥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이불로 얼굴을 감싸고 온몸으로 흐느꼈을 때의 마음 같은 것, 그때 말없이 창가에 다가와 서성이던 아버지(신구 역)의 마음 같은 것. 그런 것들을 다시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사느라 조금 더 느리게 살아도 괜찮을 삶.

만년필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쓰고도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그런 온기의 마음, 음악감독 조성우가 참여한 <8월의 크리스마스> ost 중 '밤길(마지막 편지)'은 느린 밤길을 서로에게 기대어 걸어나가는 미완의 연인을 위한 서성임이다.
 
이 서성임, 설렘은 완성되지 못한다.

결국 우린 모두 어느 순간, 마지막 편지 한 장을 남기게 될지 알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산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는 긴 밤길, 우린 그 긴 밤길을 걷기 직전까지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밤길(마지막 편지)'은 소소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시간을 덮는다. 우리가 지나온 마음의 밤길과 지나갈 밤길의 시간을.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 된 1998년 작품이자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 한 사람의 유작이자 한 사람의 데뷔작인 이 기념비 같은 영화, 이 영화의 시간에도 지나온 밤길과 지나갈 밤길들이 교차하지 않던가.

언제나 다시 보고 싶은 이 영화의 시간은 거기, 그렇게 머무르고 있다.

필자 그랑블루님은 학부에서 '영화'를 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적 현상들을 연구하고 있다.

   
▲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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