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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영화음악-23]그랑블루(LE Grand Blue)
영화라는 깊은 바다에서 숨쉬기
2017년 04월 30일 (일) 10:38:07 그랑블루 lavinyang@naver.com

필명:글랑블루(부천타임즈문화예술칼럼니스트)

   
▲ 그랑블루 포스터

영화에 대해 쓰인 이 세계의 수많은 문장들 중, 오늘은 두 개의 문장으로 글의 문을 시작해보려 한다.

"그러나 영화광들이여, 잊지 말라. 당신의 영화가 인생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지는 못한다. 창 너머로 보기보다는 직접 몸을 담글 때 바다는 더 잘 이해되는 법.' 이 문장은 박찬욱 감독이 그의 책 <박찬욱의 오마주>에 담아 놓은 한줌 바닷물 같은 문장이다.

두 번째 문장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의 대사다. "영화는 인생을 서너 배 더 살게 해준 대."

필자는 이 두 개의 문장을 지극히 공평히 사랑한다. 하나의 문장이 창 너머의 바다에 몸을 직접 담그는 인생의 감각을 더욱 예찬하고 있다면, 또 다른 문장은 그때 그 바다를 예찬할 수 있는 심미, 관조의 깊음을 응시하고 결국 이는 분리가 아닌 공유이기 때문이다.

   
▲ 그랑블루

그렇다. 한 편의 영화 속에 인생의 모든 바다가 담겨 있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때로 한 편의 영화를 경험한 당신은 당신 인생을 더욱 깊이 호흡할 폐활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1988년에 개봉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끝없이 광활한 바다를 숨 쉬고 있는 영화 <그랑 블루(Le Grand Bleu, The Big Blue)>의 창을 여는 수사다.

지중해 그리스의 작은 마을에서 자크(장-마크 바 역)와 엔조(장 르노 역)는 땅 위보다 바닷속을 더욱 친근하게 여기며 성장한다. 잠수부였던 자크의 아버지는 바다에서 돌아가셨다. 그런 바다의 내력을 가진 자크에게 바다, 돌고래는 자크가 누릴 수 있는 대체 가족이며 아버지에게로의 회귀 장소, 곧, 집이다.

두 친구는 세계 최고의 잠수부(다이버)로 성장한다. 최고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들의 관계는 세계 챔피언인 엔조가 자크를 초청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열린 다이빙 대회에서 엔조가 사망하면서 복잡해진다.

자크에게도 엔조에게도 바다가 전부였다. 자크를 사랑하는 연인 조안나(로잔나 아퀘트 역)마저도 자크를 바다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크는 지상의 인간이기보다 바다의 인간이었고, 인간이자 돌고래였기 때문이다. 이 중첩은, 공유는 자크가 꿈꾸는 자이기 때문이다.

자크의 인생 서사에 계속 이어지는 죽음에 대한 의미망은 자크가 오히려 광활한 바다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자크에게 바다는 생명, 호흡의 근원이고 고향이다.

이러한 메타포(은유)들은 인간과 지상에서의 인간 삶을 응시하던 카메라가 바다라는 공간 속을 직접 뛰어들어 바다를 삶의 공간으로 확장, 육화한 실험적 시도의 산물이다. 

80년대 프랑스 영화의 누벨 이마주(새로운 이미지)를 이끈 대표적인 감독인 뤽 베송은 어린 시절 돌고래 조련사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한 소년의 꿈은 영화로 육화되었다. 삶이 꿈꿨던 누벨 이마주는 그렇게 영화가 되었다.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에릭 세라의 OST는 뤽 베송이 꿈꿨던 누벨 이마주의 바다, 돌고래의 음파를 달팽이관 속으로 옮겨 놓았다.

에릭 세라는 뤽 베송 필모그래피의 오랜 파트너였다. 뤽 베송의 데뷔작인 마지막 전투(1983)부터 서브웨이(1985), 니키타(1990), 아틀란티스(1991), 레옹(1994), 제5원소(1997), 잔 다르크(1999), 아더와 미니보이 1~3 시리즈(2006, 2009, 2010), 더 레이디(2011), 루시(2014)에 이르기까지 에릭 세라는 뤽 베송 영화 중 총 14편의 음악들을 담당했다.

광활한 밤의 푸른 바다 위로 별천지가 펼쳐진다. 인간의 상반신과 돌고래가 화면 정중앙에서 같은 빛깔의 실루엣을 공유하고 있고 한 몸인 듯,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바다에서 실존을 나누고 있다.
 
이 환상적 풍경을 지배하는 심상의 색깔은 여지없이 파랑이다. 최근 미셸 파스투로 교수의 <파랑의 역사(부제: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가 국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 그랑블루 스틸


 이 책에 따르면 "색은 결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색은 하나 이상의 다른 색과 조화 또는 대립 관계를 이룰 때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또 완전히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파랑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다른 색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인용해 환언하자면, 그랑블루의 색도 결코 저절로 생겨나지 않았다. 영화와 영화음악을 지배하는 심상의 색은 무수한 조화와 대립 관계라는 실존적 긴장 속에서 배태되고 발아된다. 그 속에는 인간의 꿈, 열정, 사랑의 숱한 실존적 긴장 과정이 있고 그것을 포용하는 정신이자 육체의 연장 장소로서의 광활한 바다가 있다.

한 편의 영화와 영화음악은 그 광활한 장소들을 당신 앞에 옮겨다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처음의 문장들로 돌아가 보자면, 그 심미와 관조의 깊음을 응시하는 자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사는 당신이다. 당신과 영화는 분리인 동시에 공유다.

당신은 삶의 깊음을 어디까지 호흡할 수 있는 바다를 유영해보았는가? 영화 <그랑블루>는 영화로 호흡하는 황홀을 알려준 한 편의 바다였고 환상적인 유영지였다.

필자 그랑블루님은 학부에서 '영화'를 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적 현상들을 연구하고 있다.

   
▲ 그랑블루-조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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