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한영기자    

도의회 개정안 "원안통과" 움직임에 공무원노조 "독소조항" 삭제요구 
 경기도의회가 공무원의 비밀엄수조항 신설과 연가일수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경기도의 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움직임을 보이자 공무원노조가 '개악'이라며 비밀엄수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경기도의회와 공무원노조 경기도지부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행정자치부의 지방공무원복무조례 표준안을 근거로 경기도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9일까지 열리는 경기도의회 정례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1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경기도가 제출한 '경기도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을 원안대로 가결 처리해 오는 9일 열리는 본회의로 넘겼다.

▲ 경기도의회 전경. ⓒ2004 김한영

그러나 공무원노조 경기도지부는 경기도의 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에 신설된 '비밀엄수조항'(제4조2항)은 공무원의 입을 막으려는 독소조항이라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어 조례안의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비밀엄수조항은 내부고발 차단하는 독소조항"

경기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한 경기도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의 비밀엄수조항을 보면 ▲법령에 의해 비밀로 지정된 사항 ▲정책결정이나 사업집행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된 사항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이익 또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비밀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측은 "국가공무원법에 비밀엄수 규정이 있고, 행정정보공개법에도 정보보호대상이 특정돼 있는 등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데도 공무원복무조례에 세분화된 비밀엄수조항을 두는 것은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내부고발을 원천봉쇄하려는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측은 또 동절기(11~12월) 근무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내용(제13조)과 연가일수를 재직기간에 따라 1~2일 축소하는 내용(제18조)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자는 입장이다.

남윤수 지부장은 "지난달 29일과 30일, 도의회 의장과 자치행정위원들을 만나 비밀엄수조항의 문제점을 설명했으나 자치행정위는 이를 묵살한 채 경기도의 원안대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며, "비밀엄수조항은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내부고발을 차단하고, 도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서 삭제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와 경기도 측은 경기도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은 크게 문제될 내용이 없다며 공무원노조 측의 요구와 주장을 일축했다.

도의회 "비밀엄수조항 공직사회 내부고발 걸림돌 아니다"

경기도의회 진종설 자치행정위원장은 "경기도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의 비밀엄수조항은 공무원사회의 내부고발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면서 "비밀엄수 조항과 관련된 공무원노조 측의 주장은 그들의 입장일 뿐, 조례안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 공무원노조 경기도지부가 일부 자치행정위원들을 겨냥해 자체 홈페이지에 띄운 팝업창. ⓒ2004 공무원노조경기도지부

경기도 관계자도 "이번 조례개정안의 비밀엄수조항은 국가공무원법의 포괄적 비밀엄수규정을 세분화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며 "과거 공무원법규정에 따라 내부고발자들이 구속된 전례가 있다보니, 공무원노조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는 중앙행정기관과 민간기업의 주 40시간 근무에 대비해 지난 5월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 강화, 토요일 휴무확대에 따른 연가일수축소 등을 담은 '지방공무원복무조례' 표준안을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 7월 시행을 목표로 조례개정을 요구했었다.

부산과 울산 등 일부 광역의회는 조례개정 때 문제조항 삭제

그러나 부산과 울산 등 일부 광역시의회는 최근 자치단체가 제출한 지방공무원복무조례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공무원 비밀엄수조항을 삭제하고, 연가일수 축소와 동절기 연장근무규정은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을 반영키로 하는 등 경기도의회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부산과 울산시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를 자치단체는 당초 행정자치부의 표준안대로 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했으나 의회는 의결과정에서 현행 제도로 충분하다며 공무원 비밀엄수조항을 삭제했다.

또 의회는 동절기 연장근무와 연가일수축소 문제도 전국의 통일된 안이 나올 때까지 유보키로 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편 공무원노조 경기도지부는 1일 도의회 자치행정위의 공무원복무조례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황아무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공무원노조가 내부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는 등 공무원노조에 대한 비방과 폄하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며 해당 의원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공무원노조 경기도지부는 성명을 내고 "반 개혁적인 공무원복무조례안을 심도 있게 심의는 하지 않고 안건과 관계없는 공무원노조 성토로 일관한 경기도의회 자치행정위원회를 규탄한다"며 "경기지역본부와 함께 전 조합원은 경기도의회 개혁을 위해 전면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