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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칼럼] "이제는 직성이 풀렸나"
"국민 근심 잠재울 '만파식적'의 소리로 울려 퍼져야"
2016년 12월 27일 (화) 03:19:00 김인규 kimhope10@hanmail.net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몸도 마음도 편치 않은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시국 집회에서 성탄 전야를 보내고 왔다.

   
▲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스무 살에 말단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평생 공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기가 막힌 일이다.

필자가 시골에서 살 때 술만 먹으면 한나절 동네 돌면서 술주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동네 어른들은 그 사람이 술주정을 다하고 잠든 모습을 보고서는 "이제 직성이 풀렸나 보다"라고 했다.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사전적 의미로 보니 "소망이나 욕망 따위가 제 뜻대로 성취되어 마음이 흡족하고 편한 상태"라고 한다.

대통령 탄핵 결정까지의 과정과 지금 전개되고 있는 특검, 헌재의 결과가 어떻게 나던 간에 우리나라가 민주 국가로서 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시위로 해결하려는 점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로 국격(國格)은 이미 외신들을 통해 웃음거리가 되었고 국가 신용도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저평가 받는 경우가 있어 왔다. 취임 초기에는 정말 잘할 것이라고 큰 기대를 가졌던 지지자들의 허탈감과 지지하지 않았던 층의 분노가 증폭되어 국민 갈등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집권여당 국회의원들까지 탄핵 결정에 동참했고 급기야 탈당으로 이어져 보수가 분열되는 지금 상황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일련의 사태 속에 탄핵과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 현장에서는 보기 민망한 대통령의 모습의 피켓을 들고 다니는가 하면, 야권의 잠정 대권 후보들은 시위 현장에서 차려진 밥상에 앉은 격으로 지지도 끌어 올리는데 만 급급한 나머지 여론의 따가운 논총을 받고 있다.

종편 방송들은 10년 가뭄에 단비라도 만난 듯 신바람이 나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끄집어내서 연일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또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국회의원들 역시 인기 경쟁하듯 자기 홍보를 하거나 질문이 수준 이하였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내서 무엇을 얻어냈는지 모르겠다고들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기업이 나라를 위해 투자하고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정치권은 지금 우리의 안보 현실과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에 철저한 대응이 없이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경기침체, 실업자 증가, 자영업 폐업, 특히 음식점이 대표적으로 직격탄을 맞는 등 국민이 먹고 사는 경제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온통 탄핵, 하야, 대권, 개헌 등 당장 국민 생활과 너무나 거리가 먼 일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자, 이제 대통령의 탄핵은 법과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만 남아 있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는가?.

집권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서서 신당 창당으로 분당이 현실화되면서 보수진영의 분열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서울 한복판에서 9차례 대규모 집회도 할 만큼 했다.

집회 규모가 뭐 그리 중요한가. 백만 명이 모이면 커 보이고 몇 만명 모이면 별 것 아닌 듯 하는 숫자도 마치 '쇼크 인플레이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종편 방송에 대해서도 또 그 소리냐며 짜증난다고들 하니 이제 그만 할 때다.

우리네 삶은 쓴 과거를 갖고 있다. 삶에 지쳐 나라나 그 누군가에게 분노와 증오가 왜 없겠냐마는, 지울 것은 지우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앞을 보고 가야 할 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해서 이제 모두 직성이 풀렸으면 한다. 이제는 진정으로 나라 걱정, 국민이 먹고 사는 일에 온힘을 쏟아야 할 때다.

2016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이자 주말인 제야(除夜)도 서울 한복판에서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서울 한복판에 모여 촛불집회와 맞불집회가 예고돼 있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국민의 근심 걱정이 가득한 가운데 2017년 새해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근하신년(謹賀新年)'은 이제부터는 가뭄 때는 비가 오고 홍수 때는 비가 그치며 적(敵)이 몰려오다가도 피리 소리를 들으면 물러가고 나라의 근심이 사라진다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소리로 울려 퍼지기를 대다수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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