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하태은 기자

부천 KEB하나은행 여자프로농구 선수들에게 들어보는 궁금했던 이야기. 환희의 순간부터 아팠던 기억까지. 그녀들의 사소한 생각을 서슴없이 캐물어 보는 하태은 기자의 '팬이 궁금해 하는 사소한 인터뷰'.

부천 KEB하나은행 주장 백지은(1987.12.08. 신장, 177cm) 선수와의 첫 번째 인터뷰. 현재까지 백지은 선수는 평균 8득점, 평균리바운드 4.29개, 경기당 어시스트 2개로 2점슛 성공율 부문 리그 전체 5위에 랭크되어 있다.

▲ 하태은 기자의 '팬이 궁금해 하는 사소한 인터뷰'.첫번째 인터뷰 상대는 부천 KEB하나은행의 주장 백지은 선수이다.ⓒ부천타임즈 하태은 기자

경기가 끝난 직후 땀을 뻘뻘 흘리며 대기실로 들어가려는 백지은 선수를 붙잡아 세웠다. 사전 예고 없었던 기자의 무례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승리의 브이'V'손을 올려 사진을 남겨 주었다.
 
Q. 시즌이 중반에 이르면서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각 팀들의 순위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부천이 플레이오프에 진출 하는것에 대해 희망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나요?
 
A.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있죠. 지금처럼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친다면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라운드가 계속 되면서 이제 각팀들이 서로에 대한 파악이 다 되었어요. 좀더 세밀하게 플레이 하되 기본을 지키며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Q. 최근 언론에서는 이환우 감독대행의 리더로서의 평가가 대단 합니다. 감독님은 어떤 사람입니까?

A.감독님은 기본을 굉장히 중요시 하십니다. 또 감독님과 약속을 한 부분이 있다면 꼭 지켜내야 할 만큼 정해진 루틴에서 어긋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세밀한 면이 많으세요. 요즘은 신뢰와 존중에 대해 많이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Q. 김정은 선수가 부상에서 복귀한 후 팀전력이 상승되는게 느껴집니다. 김이슬, 신지현의 부상 복귀가 다가오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들의 복귀가 조직력에 해가 될수도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A.네. (김)정은이가 돌아오면서 팀전력도 올라갔습니다. 강이슬이의 부담도 덜어줄구 있구 수비나 공격 양면에서 든든함을 주고 있어요. 팀에 플러스되는 요인이 많습니다.그리고 김이슬과 신지현이 복귀해서 돌아오면 조직력에 해가 될수 있다고 많이들 말씀 하시지만 걱정 안합니다. 항상 선수들 모두가 저부터 제일 막내 (최)세영이까지 작전을 모두 공유하면서 함께 연습하고 있어요. 두 사람 모두 농구 센스가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금방 적응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상 당했던 주전 선수들의 복귀는 현재 경기에 뛰고있는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 됨을 예고 하는 것이기에 조금은 민감한 질문이었다. 게다가 부상 선수들의 경우 시즌의 시작을 함께 하지 못했기에 조직력 와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정작 구단에서는 그 점에 대한 걱정은 없어 보였다.
 
Q. 요즘 팀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관중도 늘어난것 같고 부천팀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많아 졌습니다. 팬들의 관심 또한 대단합니다. 직접 느껴지는지?

A.느껴져요. 1라운드 전패 했을때는 진짜 관중이 없었는데 2라운드 4승하고 3라운드 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니 관중들이 점점 늘어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요즘은 더 힘내서 뛸 수 있는거 같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A.기억에 남는 팬을 딱 고르지는 못할거 같구요, 그냥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선수로서 늦은 나이에 경기에 나서는 만큼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이 너무 감사하죠.사실 저의 팬이 많은것도 아닌데...<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사실 백지은 선수의 팬은 많다.>

▲ "허슬의 여왕" 백지은 선수가 코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은 매 경기마다 볼 수 있는 장면이다.

Q. '백지은'하면 몸을 사리지않는 플레이로 팀에 헌신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볼을 차지하기 위해 가장 많이 넘어지는 선수중 한명이기도 한데 부상도 염려 됩니다.

A.제가 제 포지션에서 많이 부족하다 보니까 몸을 많이 날리는거 같습니다.
제 농구를 보시고 흔히들 '몸빵'이라고도 많이 하시죠.근데 저는 오히려 몸을 사리면 부상을 당할거 같아서 몸을 날리는게 더 좋습니다.

Q. 경기 중에 상대편과 그런 몸싸움을 하다보면 신경전이 종종 생길 텐데요 코트 밖에서는 상대편 선수와 잘 지내십니까?

A.경기중에 그런것 이기 때문에 경기 끝나고는 다들 사이가 좋아요. 크게 신경전 같은거는 없습니다.

백지은 선수가 부천에 입단한게 된 시기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서 였다.

당시 용인대를 졸업한 26세의 나이로 아직 고등학교도 마치지 않은 어린 선수들과 함께 드래프트에 나서 전체 12순위로 부천 하나외환의 지명을 받았다. 조동기 전 감독 체제에서는 3경기 출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후 부임한 박종천 전 감독에게는 믿음을 얻어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 가다가 그 다음해 부터는 주전의 대열에 서서 시즌을 치루게 되었다.

유난히 허슬 플레이가 많은 백지은의 경기 스타일은 몸을사리지 않는 투지로 어린 후배선수들에게 귀감이 됨과 동시에 팀에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백지은 선수는 궂은 일을 마다않고 헌신적인 선수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 시즌 팀의 주장으로 임명 되었다.

▲ 지난 시즌까지 김정은선수가 맡았던 부천 KEB하나은행의 주장 자리를 이번시즌 부터는 백지은 선수가 맡고있다

Q. 팀의 주장이 되었을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A.처음 주장이 되었을땐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아무래도 리더쉽도 부족하고 제가 누구 챙길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Q.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A.크게 강조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운동할때만 열심히 하면 크게 다그칠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애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습니다.

Q. 후배중에 10살 이상 차이나는 선수도 있습니다. 세대차이가 느껴지진 않습니까?

A.세대차이는 아이돌가수를 볼때 느껴요.(웃음)  후배들과 나이차는 많이나는데 크게 불편하고 그런거는 없는거 같습니다. 후배들이 맨날 모찌모찌~ 이러면서 장난치구 그래요.(모찌는 '못된 지은'을 줄인 백지은선수의 별명이다.)

Q. 팀에서 의지가 되는 팀원이 있습니까?

A.아무래도 동년생인 (염)윤아랑 (김)정은이가 제일 많이 의지가 됩니다. 요즘은 (박)언주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백지은 선수는 87년생 30세로 며칠만 지나면 31세를 맞이하게 된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볼때 31세는 많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다르다.

운동선수로서의 30세는 운동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을 약 10년가량 투자한 베테랑으로서 인정해준다. 실력의 완성도를 제쳐 놓고라도 10년 동안 코트위에서 겪었을 산전수전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베테랑이라 칭할수 있다.
 
흔히들 '노장'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매년 새롭게 영입되는 신인 선수들과 10살이상 차이가 나게되는 경계의 나이 이기도 하다. 어쩌면 조카뻘 연령차의 선수가 한팀의 팀원으로 함께 생활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일수도 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이 30세에 이르면 결혼의 대한 생각 또한 마냥 접어둘 수는 없다. 선수 생활에 너무 집중 하다 보면 결혼 정년기를 놓쳐 버리거나 반대로 결혼에 대한 걱정이 너무 크면 훈련에 집중력이 떨어져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농구의 열정을 버리지 못한 선수의 경우 비시즌 중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농구에만 집중하는 두 집 살림(?)도 서슴치 않는다. 젊은 유망주들의 등장과 차오르는 나이의 압박.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몇몇 선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WKBL선수들은 30세를 넘기면 은퇴를 고려하거나 계획하게 된다.

Q. 남자친구가 있습니까?

A. 없습니다.

Q. 결혼에 관해 생각할 나이가 다가오지 않았나요? 만나고 싶은 이상형이 있습니까?

A.네.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됐죠. 이상형은 저(177cm) 보다는 키가 크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Q. 선수생활은 "언제까지 할것이다"라고 생각한 시기가 있습니까?

A.선수생활은 33세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몸이 괜찮다면 더 할수도 있겠죠?

Q. 선수로서는 적지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직 논하기 이르겠지만 선수생활 이후에 어떤 일을 할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지?

A.가끔 생각하긴 하는데 아직 뚜렷하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공부를 더할까? 생각도 하고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해요.

Q. 선수로 뛰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A.팀이 우승하는거요! 여태 운동하면서 대학교때 우승 딱 한번 밖에 못했거든요. 항상 준우승에서 멈추더라구요.(웃음)

▲ 백지은은 이번시즌 평균8득점, 평균리바운드4.29개, 경기당 어시스트2개로 2점슛 성공율 부문 리그 전체 5위에 랭크되어 있다

백지은 선수의 아픈 과거도 들춰 보았다.
 
Q. 프로 데뷔를 구리 금호생명에서 했지요?. 당시 금호생명의 유망주로서 팀차원의 관리를 받았던 선수로 기억 하는데 샐러리캡 초과로 인해 계약을 하지 못했고 이후 대학에서 뛰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계약이 불발되었던 당시 어떤 기분이었나요?

A.팀에 계약이 안됐을때 그 심정은 말로 표현못하죠. 그냥 하루종일 계속 울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저의 농구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거 같아요.

▲ 백지은은 과거 정미란, 이경은, 김보미, 조은주와 함께 본인의 첫 프로 진출팀 구리 금호생명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인정받았었다/사진 점프볼제공

울음이 나올만한 일이었다. 백지은 선수는 2006년 고교 졸업후 구리 금호생명(현 구리 KDB생명)에 입단하여 프로에 입문 했었다.

당시 구단 차원의 적극적인 유망주 지원 프로그램에 대상이었던 백지은은 정미란, 이경은, 김보미, 조은주와 함께 팀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약속 받았었다.

구단에서는 유망주 선수들을 미국 바스켓볼 아카데미(ECBA) 훈련캠프까지 보내며 성장을 도울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었다.
 
※ ECBA 에메랄드시티 바스켓볼 아카데미 : 미국 프로농구 NBAD와 WNBA 선수들이 개인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이 찾는 전문 훈련 기관

구단의 표면적인 모습과는 반대로 2009-2010시즌이 끝나고 FA선수 4명과 협상을 마친 금호생명은 샐러리캡 초과로 인해 기존의 4선수와 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그 4명의 선수중 한명이 바로 백지은 선수였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방출된 사례 인지라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금호생명에서 뛰다 은퇴한 뒤 용인대에 진학했던 백지은은 다시 프로농구 신인드래프를 통해 현재 부천 KEB하나은행 선수가 되어있는 것이다.

▲ 백지은은 용인 대학시절 감독 추천으로 참가한 대학농구리그 올스타전에서 MVP에 선정된바 있다./사진 점프볼제공

Q. 대학시절 백지은은 올스타였습니다. 프로에 와서 아직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욕심 내볼 생각없습니까?

A.올스타. 대학때도 학교 추천으로 나간거 였어요. 제 플레이 자체가 막 재밌는 플레이는 아니 잖아요. 말 그대로 '올스타'는 인기 있고 잘하는 선수들이 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보면서 즐기려고요. 하지만 만약 된다면 기분은 좋을거 같습니다.
 
요즘 본인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에 비해 겸손 하였다.

Q. 이번 시즌 최종적인 목표는?

A.우선은 팀원 모두가 부상없이 시즌을 마무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플레이오프진출. 챔피언전까지 가면 더 좋을거 같애요. 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죠?

Q. 마지막으로 응원하는 팬들에게 앞으로의 각오에 대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앞으로도 남은 경기 다이나믹 하면서 즐겁게 뛰는 농구. 이기는 농구. 재미있는 농구 보여 드리도록 열심히 노력 할테니 항상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팬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구단에게 버림 받으며 반 강제적인 은퇴를 겪고 또다시 도전한 프로선수의 길.부상의 염려에도 불구 하고 실력이 부족해서 몸을 많이 날리는거 같다는 백지은 선수의 대답을 듣고 나니 그렇게 몸을 날려 상대를 저지할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도 드믈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헌신의 아이콘' '허슬의 여왕'등 언론상 백지은 선수를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말 하고픈 단어는 하나다. 바로 '투혼'이라는 것. 모든 종목의 스포츠에서 필요한 것이 투혼이다. 종목을 떠나서 또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의 편차를 떠나서 승패에 대한 적극성과 노력을 배가 시켜줄수 있는 정신의 힘 '투혼'.

기자를 대하는 친절한 미소 속에 감춰둔 그 '독한 이면'이 바로 쓰러지고 몸을 날려도 다시 일어설수 있게 하는 '힘'이라 느껴진다. 그녀가 선택한 농구인생 제 2막은 현재까지는 순항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