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8.11.15 목 21:32
,
   
+ 로그인 독자회원가입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보도자료
> 뉴스 > 문화/예술
       
[목수정 칼럼]부천시가 준비하는 '목일신 문학마을' 소식에 부쳐
'목일신문학마을은' 창작을 위한 새로운 활력과 원동력으로 자리해야 할 사명...
2016년 11월 19일 (토) 02:06:15 목수정 moksj@hotmail.com

국민동요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 <누가누가 잠자나> 등을 작사한 아동문학가 故목일신 선생의 차녀 목수정 작가께서 「부천시가 준비하는 '목일신 문학마을' 소식에 부쳐」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목수정 작가는 저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파리의 생활좌파들>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등이 있습니다. 故목일신 선생은 1960년부터 1986년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26년간 부천 범박동에서 살았습니다.<편집자 주>

지난 9월 중순, 언니(목민정)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버지의 30주기를 맞는 10월에 추모 음악제가 열린다는 한줄 메시지. 30년 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언니는 고3, 남동생은 중3이었다. 남겨진 가족은 그 날 이후 한 동안 생존을 위해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아버지의 기일은 가족들끼리 모여 조용히 보내는 자리였다. 비록 10여년 전부터 프랑스에 살고 있었기에, 아버지의 기일을 가족들과 함께 보낸 기억조차 까마득하지만. 그런데 30년 만에 갑자기 추모 문화제라니?

모든 것은 오롯이 장녀인 언니의 열정이 빚은 결실이었다. 부천 일신초등학교 합창단 어린이들이 아버지의 노래들을 부르고, 한 민간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추모 음악회 <따르릉 목일신 문화예술제>가 부천대학교에 강당과 영등포아트홀에서 마련된다 했다.

언니는 마흔을 넘어서면서부터 아버지의 삶과 작업들이 세상에서 더 큰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을 안타깝게 여겼고, 아버지의 작업을 자료로 정리하고 복원하며, 세상에 알리겠다는 생각을 한걸음씩 밀고 나갔다.

목일신 전집 발간...목일신 시(詩) 4편이 윤이상 선생 작곡으로 재탄생

   
▲ 목일신 전집 표지

2013년, 전남대 이동순 교수를 통해 <목일신 전집>이 발간되었고, 그 과정에서 당대 저명한 음악가들이 작곡한 새로운 노래들이 발굴되었으며, 자녀인 우리들도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이력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아버지의 시가 4곡이나 발견되었고, 월북한 천재 작곡가 안기영도 아버지에게 시에 곡을 붙여 주었다.

17세의 나이에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하였던 아버지는 그 일로 투옥 당하고, 학교에서도 퇴학 당했으며, 이후 서울로 올라가 야학운동에 함께 하시기도 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들으며

아버지는 1960년 할머니와 함께 부천시 범박동으로 이주하셔서, 1986년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26년간 부천에서 사셨다. 그리고 여전히 재개발된 범박동에서 어머니와 남동생이 살고 있다.

서울가는 버스가 30분에 한 대 다니던 시절, 학교에 가려면 꼬불꼬불 산길을 30-40분간 걸어야 했던 시절부터 우린 거기에서 살았다. 우린 아버지가 지으신 동시들을 초등학교 음악시간과 국어시간에 배우고, 역곡역에서 전철을 타려고 서 있으면, 들려오는 전동차 신호음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음악을 들으며.
 
어느 해 갑자기  사라진 '목일신 따르릉 동요대회'

부천문화원에서  한 때 '목일신 따르릉 동요대회' (2008-2011)를 진행했으나, 유족인 우린 그 행사의 존재에 대해 들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음악제는 사라졌다.

그 사이 아버지가 태어나신 전라남도 고흥에서 부천시가 그만 둔 동요제(2010- 현재)를 이어갔다. 한반도 남단의 고흥반도까지 온 가족들이 초대되어 어린이들에 의해 재현되는 동요의 축제를 참관했다.

이 행사를 통해, 아버지가 남기신 작업들을 재조명 하는 일이 후손에게 과제로 남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언니는 사단법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첫 결실이 바로 <따르릉 목일신 문화예술제>였다.

부천대학교에서 열린 '따르릉 목일신 문화예술제'

10월 7일 부천대학교에서 열린 음악회에는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3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시의원도 오셨고, 부천지역 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석해 주셨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동요들이 아이들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에 담겨 청중의 가슴에 찰랑찰랑 부딪혀 오며 감동을 전했다.

   
▲ 2016년 10월 7일 부천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따르릉 목일신 문화예술제'에서 목수정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열흘 뒤, 부천시는 내년(2017년)부터 시 예산을 마련하여, 아버지를 테마로 하는 여러가지 시 차원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유족(언니와 나)을 시청에서 가진 회의에 불러주셨다. 부천대학교에서의 음악제가 가져다 준, 놀라운 여파였다. 

우선 금년에 가졌던 '따르릉문화예술제'는 2017년부터는 부천시청 어울마당 공연장에서 하기로 했고, 범박동 주변을 <목일신 문학마을>로 조성하며, 2020년 범박동에 완공될 도서관을 <목일신문학관>을 겸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 등이 청사진으로 제시되었다.

아버지 이름 '일신'을  딴 <일신초,일신중>, 호 '은성'을  딴 <은성로>

엄마가 살고 계시는 범박동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에서 보면, 일신초등학교가 보인다. 마을이 재개발 되면서 생겨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아버지 이름 <일신>이 붙게 되었고, 엄마는 마침 그 학교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사시게 되었으며, 아버지의 호인 <은성>을 따서 은성로가 만들어졌다.

   
▲ 부천시 소사구 동남사거리에 세워진 목일신 자전거 조형물ⓒ부천타임즈DB

이 모든 것이 우리 가족이 어떤 요청을 해서 이뤄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부천시청에서 이런 제안들을 해오셨을 때, 엄마는 노래비 등을 자꾸 만드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시기도 했다. 만들어만 놓고, 깨끗이 관리하지 못하면, 그것이 훗날 오히려 흉물이 되어 고인을 욕되게 할 수 있다고 염려하신 탓이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 노래비가 들어서고 난 후, 몇 년 뒤엔 자전거 동상이 동남사거리에 생겼다. 엄마는 아침마다 근방을 산책하시며, 자전거 동상 근처에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나 휴지를 주우신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추억하는 방식이며 주변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을 본인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 여기신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문화를 통해 아름다워지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워 지고자 하는 부천시가 이 고장의 예술인, 문인들을 찾아 나서면서 실시된 일들이며, 유족의 입장에선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중앙공원 '자전거' 시비-범박동 현대홈타운 '누가누가 잠자나'시비 ⓒ부천타임즈 DB

지금까진 추모 수준에 머물던 아버지에 대한 부천시의 문화사업이 갑자기 커다란 규모로 확대되게 되면서, 이제 이 사업은 추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창작을 위한 새로운 활력소와 원동력으로 자리해야 할 사명을 갖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내가 공부했던 영역은 문화정책이었고, 공부가 끝난 이후, 한국에서 했던 일도 문화정책 일이었기에, 감히 이 분야에 대한 의견을 더하고 싶다. 프랑스가 <문화예술의 나라>라는 근사한 신화를 만들어 내고, 그 명성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었 던 것은, 조상의 빛난 얼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문화예술 창작지원을 통해, 세계의 '예술수도'로서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투자와 예술가들에 대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회적 지원이 함께 빚어낸 결과이며 국가와 지자체가 일상적인 문화예술 사업에 부여하는 의미와 지속적 관심이 시민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끊임없이 자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부천시 문화열정 실체 확인

내가 부천시가 가진 문화에 대한 열정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2003년 프랑스 앙굴렘에서였다. 전세계 만화인의 축제인 앙굴렘만화축제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되어 서울시와 콘텐츠 진흥원, 몇몇 문광위 국회의원, 그리고 부천시 만화 담당 공무원들이 오셨었다.

당시 파리에서 유학중이던 나는 앙굴렘에 가서 1주일간 그 곳에 오신 한국 만화가들과 공무원들과 함께 지내며 통역으로 일했다. 그 때 만나 뵈었던 분들 가운데 부천에서 오신 두 공무원의 태도는 남달랐다.

그분들은 만화 캐릭터로 꾸며진 명함을 내미시며, 일에 대한 신념을 거침없이 드러내셨고, 부천시가 갖고 있는 문화에 대한 열정을 체내화 하고 계셨다.  그분들은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문화 강국에 대한 글귀를 자연스럽게 외고 계셨다. 대한민국 사람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두 명의 지도자는 세종대왕과 임시정부 주석 김구다.

   
▲ 2013 제40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임꺽정을 구입한 프랑스 현지인들이 작가 이두호(왼쪽에서 네번째) 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DB

이 두 사람이 희망한 나라, 그것은 바로 "문화의 힘이 큰 나라" 다. 한글을 만들고, 국악을 정리하고, 왕실학교와 도서관을 만들었던 성군 세종의 뜻은 한없이 큰 문화의 힘을 통해 우리도 행복해지고 남도 행복하게 하고자 했던 김구의 뜻과 맞닿아 있다.

혼자 파리 관광을 하느라 하루 늦게 앙굴렘에 내려온 서울시 공무원은 내게 왜 자신을 마중하러 앙굴렘 역에 오지 않았느냐 나무라며 내내 상전 노릇을 했지만, 부천시 공무원 두 사람은 자신들이 눈여겨보고 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척척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영혼 없는 공무원과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는 공무원은 눈빛부터 달랐다. 

'부천국제어린이만화가대회'에서  부천시의 기획력과 문화적 감수성 확인

금년 여름 부천시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AF)의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부천국제어린이만화가대회'에 올해 11살인 딸이 참가하면서 다시 한 번 놀라운 부천시의 기획력과 문화적 감수성이 배어 있는 섬세한 면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부천국제어린이만화가대회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폐막식에서 김만수 부천시장, 박재동 축제운영위원장, 만화가 등 참석 내빈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DB

만화가 대회에 예선을 통해 선발된 40명의 아이들 중에는 5명의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 있었다. 이 아이들은 순수한 외국인이기도 하고, 나의 딸처럼 혼혈아인 경우도 있었으며, 외국에 사는 한국 아이인 경우도 있었다. 국내 어린이들만이 참가할 때 보다, 5명의 해외참가 인원이 합세하게 되면 주관자 입장에서는 일이 2~3배로 복잡해진다.

그러나, 그 소수의 인원이 대회 전체에 주게 될 활력과 자극은 가중되는 수고와 예산에 비할 바 아니다. 대회에 다녀온 아이는 그곳에서의 3일이 <천국> 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아이는 연령 상으로 마지막 기회일 내년에도 꼭 참가하고 싶다며 오늘도 그림 실력을 연마한다. 아이들에게 일년 내내 꿈을 배양시킬 양분으로 작용하는 그 꿈같았던 사흘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나는 오늘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부천시향의 명성에 버금가는 시창작의 메카가 범박동에서...

하여, 오늘 부천시가 꺼내든 청사진이 기간 시설 한 두개를 덩그러니 만들고 그것으로 끝나는 허무한 일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 창작교실이 만들어지고, 작곡가가 키워지고, 그리하여 부천시향이 얻은 명성에 버금가는 어린이 시 창작의 메카로 부천시가 커가길, 그 보금자리가 오랜 시간, 부천시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던 범박동을 터로 하여 형성되길 고대한다.

목수정
재불 작가, 저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파리의 생활좌파들>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등을 출간했다.  국민동요 <자전거> <누가누가 잠자나> 등을 작사한 아동문학가 故목일신 선생의 차녀
.

     관련기사
· [중앙공원 詩碑-1] '누가누가 잠자나','자전거'· 제3회 부천시 전국 '따르릉'동요대회 참가자 모집
· [포토뉴스]제3회 부천시 전국 따르릉 동요대회· [추억의 사진한장] '누가 누가 잠자나'
· 아름다운 이야기,고향의 추억 옥길동· 부천아트벨리사업에 '글쓰기' 교육 추가해야
· [기자수첩]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부천시 문화정책· 부천시는 '목일신 따르릉 동요음악제' 부활시켜야
· '자전거'작사가 목일신 30주기 추모음악회
ⓒ 부천타임즈(http://www.bucheon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추천수 : 110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생생포토] '제12회 임종국상 시상
서양화가 김미정의 '푸른꿈'...첫번
오형민 부천대교수,'4차산업혁명시대의
문우람 "억울해도 너무 억울합니다"
부천동초, 11월 11일 '빼빼로'
펄벅의 소설과 음악의 만남은 한편의
굿바이 맘! "오늘 따라 어머니가 보
경기도,11월 13일부터 부천시에 대
혼혈아의 어머니 펄벅을 그리며 "어머
부천도시공사, "숨어있는 주차공간을
부천시 원미구 부흥로 315번길 14 포비스타 1414호 | 대표전화 032-329-2114 | Fax 032-329-2115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아00018 | 등록일:2005년 11월2일 | 사업자등록번호 130-19-41871
종별 : 인터넷신문 | 발행인겸 편집인 : 양주승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양주승
Copyright 2003 부천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u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