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달다. 짜기도 하다. 달콤짭쪼름한 짜장면과 얼큰한 짬뽕. 바삭한 탕수육. 언제 먹어도 맛있고 질리지 않는 절대불변의 국민 인기 메뉴다.

부천에는 달콤짭쪼름하게 사랑을 요리하는 중국집이 많다. <첸>, <라이차이>, <베이징>, <굿모닝차이나>. 그들은 중국음식을 요리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나눔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들이 이웃에게 전하는 사랑의 요리, 그 맛있는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 중화요리 <첸>

<첸>, 사랑쿠폰을 나누다

부천시 춘의동 테크노파크 2단지에 중식당 <첸>이 있다. 점심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가게. 그 사이로 어르신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첸>은 매달 어르신들에게 식사쿠폰 50매를 선물한다. 임형윤, 서인순 부부가 이 가게의 주인이다.

식사쿠폰에는 정해진 메뉴와 금액이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저마다 맛있는 메뉴를 주문한다. 부부는 쿠폰 금액보다 비싼 것도 그냥 준다. 가끔은 ‘셀프 반찬 코너’에 준비된 군만두, 빵을 봉지에 챙겨가는 어르신도 있다.

<첸> 주인장 임형윤 씨는 개의치 않는다. 다만 음식이 상해서 탈이 날까 걱정이다. 와서 공짜로 먹는다는 생각에 어려워 할 수도 있기에 절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어려울 때도 있죠. 어려울 때 돕고 사는 거죠" 부부는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게 그저 행복하다. 뿌듯하다.

▲ 중화요릴 첸 서인순-임형윤 부부

부모님께는 드리지 못한 짜장면

그들의 나눔은 2013년 여름 테크노파크에 <첸>을 개업하며 시작됐다. 어느 날 부천시 춘의동주민센터에 점심 배달을 간 그는 먼저 물었다. "어르신들에게 '대접'을 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는지?" <첸> 부부의 아름다운 나눔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전에도 가게에 어르신들이 오면 가끔 음식 값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됐다는 임형윤 사장. "내 부모님도 짜장면 한 그릇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 아쉬움에 어르신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 같다" 그가 어르신들에게 차마 음식 값을 받지 못한 이유다.

그에겐 부모님께 짜장면을 드릴 수 없던 사연이 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난했다. 10남매 중 막내.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고 한 달 후쯤 세상을 떠났고, 고향인 전남 고흥에서 해남으로 이사를 갔다. 아버지 수술비로 빚이 생겨 도망가듯 떠난 이사였다. 어머니는 그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병으로 고생하다 25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사는 게 전쟁 같다 느꼈던 시절"이라며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냈다.

경찰 대신 중국집 사장되다

21살 되던 해인 1996년 임형윤 사장은 처음 부천에 왔다. 경찰 시험을 치르려고 '상경'했다. 그는 내촌사거리와 도당동사거리 사이에 있던 '대성반점'에 살았다. 다섯째 누나와 매형이 하는 가게였다.

배달을 도왔다. 그것이 중화요리와 그의 첫 인연. 처음엔 철가방이 창피했다. 하지만 남들이 잘 때, 놀 때 그는 일했다. 배달을 하며 받은 월급 120만 원, 우유 배달이나 다른 일도 겸했다. 그렇게 2년 동안 2천만 원을 모았다. 그는 음식점을 하면 굶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요리도 못했다. 아무도 그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미리 나와서 주방 일을 대신 해놓고, 점심도 스스로 만들어 먹었다. 작은 가르침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어깨너머로 배웠다. 이제 주방, 배달, 서빙. 못하는 게 없다.

그러던 중 매형이 가게를 내놓았다. 땀과 눈물로 일한 가게라 남에게 넘기가 아까웠던 그는 결심했다. 매형에게 3천만 원을 빌려 가게를 인수했다. 24살의 젊은 나이에 '중국집' 사장이 됐다.

그가 성공하기까지 부인의 공이 컸다. 22살 때 소개팅으로 18살 소녀였던 부인을 만났다. 일과가 끝나면 저녁에 와서 가게 일을 도왔다. 일하는 게 데이트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기에 힘든 시절 더 힘 낼 수 있었다"는 그의 말에 부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7년 가까이 연애를 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장인어른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가장 든든한 응원군. 12살, 10살 아들까지 다섯 식구가 한 집에 산다. 중국집에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

▲ 중화요리 라이차이

<라이차이>, 월요일 오후 2시 맛있는 초대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쯤이면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중식당 <라이차이>로 모인다. <라이차이> 이석산 사장은 매주 어르신들을 가게로 초대한다. 부천시 송내1동 엘드림병원 옆에 있어서 처음 방문하는 어르신들이 찾기에도 어렵지 않다.

시원하게 트인 창문으로 가게가 들여다보인다. 모인 어르신은 10여 명. 많을 때는 20여 명 정도. 일주일에 한번씩, 적지 않은 숫자다. <라이차이> 이석산 사장은 음식점을 하기 전에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39세에 새로운 도전.

그는 2012년 5월, 송내1동에 <라이차이>를 시작했다. 부인이 어릴 때부터 자란 부천에 터를 잡은 것. 그의 첫 나눔은 직장에 다닐 때였다. 월드비전을 통한 소액 기부가 바로 그것이었다. 가게를 열고나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가서 봉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천시 송내1동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2014년 10월 나눔가게가 됐다.

▲ 매주 저소득층 홀몸어르신 20명에게 무료 급식서비스를 실시하는 라이차이

당연히 해야 하는 나눔

그는 나눔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일 하는 중에 조금 더 하는 것뿐이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보람도 없다"는 그. 그에게 나눔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식사를 하러 오는 어르신들에게 맛있게 잘 먹었는지도 묻지 않는다. 특별히 더 친절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냥 다른 손님과 똑같이 대한다. 그의 '무관심'에는 이유가 있다. 어르신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나눔가게 현판도, 알려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말투는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매장 사정 때문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2시에 식사를 준비한다. <라이차이> 이석산 사장은 "그 시간까지 기다리려면 배가 많이 고플 텐데 그게 마음에 걸린다"며 아쉬워했다. 가게를 확장해서 공간이 더 넓어지거나 방이 생기면 제 시간에 편안한 식사를 준비하고 싶다고 다짐한다. 멋지다. 부천의 중화요리는 사랑이다.

나눔가게는?
지역 가게(기업)에서 재능이나 판매하는 물품, 정기 후원 등 다양한 나눔을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모범적인 가게(기업)와 동 복지협의체, 복지관과 협약하고 나눔내용을 기록한 현판을 달아주는 인증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