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취재 : 손병관 박형숙 최경준 권박효원 기자 -사진 : 이종호 기자

▲ 본회의가 4시로 지연된 것을 모르고 기다리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2시 40분께가 되서야 의사국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공전 중, '실리' '명분' 다 취한 한나라당

17대 국회는 첫 본회의가 열린 지난 5일에 이어 7일 본회의에서도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했다. 2시간 40여분의 본회의 지연 끝에 양당이 '선 부의장 선출, 후 국회개혁특위 협상'에 가까스로 합의한 배경에는 김덕룡 원내대표의 능숙능란한 협상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 7일 두번에 걸쳐 실시된 국회 부의장선거에서 첫번째는 김덕규 열린우리당 후보를 써내야 한다고 주지시키는 메모가 천정배 원내대표 명의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전달됐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7일 오후 2시 30분경 김원기 국회의장실에서 3자 회동을 갖고 부의장 선출 문제와 관련 막판 협상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국회개혁특위를 처리하지 않으면 부의장을 선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열린우리당은 부의장을 먼저 선출한 뒤 국회개혁특위는 상임위 배정 문제와 동시에 처리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천 원내대표와의 막판 협상 자리에서 부의장을 먼저 선출하는 대신 예결특위 일반 상임위화를 다루게 될 국회개혁특위 위원장을 한나라당이 갖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천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과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주춤거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장단 구성을 빌미로 주요 특위를 자신들이 차지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전략에 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결국 협상이 결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소집, 대여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자신감을 피력한 뒤, "본회의가 지연될수록 여론이 불리해 질 수 있다"며 '선 부의장 선출, 후 국회개혁특위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박수를 쳐 만장일치로 김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본회의장에 입장을 결행한 것이다.

얼핏보면 김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리는 모습으로 비춰졌지만, 실상은 열린우리당이 협상 내내 한나라당에 끌려 다니는 꼴이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부의장 자리를 비교섭단체에게 주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예결위 상임위 전환을 따내는 '실리'를 다 취한 셈이다.

이후 원 구성 협상에서는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와 6개의 특위 구성 문제가 남았다. 한나라당은 국회개혁특위 위원장을 차지하는 대신 열린우리당에 나머지 특위 중 3개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안을 제시했고, 열린우리당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재보궐 선거 압승과 김덕룡 원내대표의 노련한 협상력이 더해져 더욱 자신감이 붙은 한나라당을 상대로 열린우리당이 어떤 원내전략을 구사할 지 주목된다.

[5신 : 7일 저녁 6시20분]

김덕규-박희태 의원, 국회 부의장 선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속개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덕규 열린우리당,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부의장에 선출됐다.

전반기 의장단 구성을 놓고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던 17대 국회는 앞으로도 상임위 및 6개 특별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4시40분경 속개된 본회의에서 김덕규 의원이 재석의원 259명 가운데 243표를 얻어 여당몫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밖에 무효 5표, 기권 4표가 나왔으며, 일부는 박희태(3표)·김혁규(1표)·유필우(1표)·한화갑(1표)·정몽준(1표)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

야당몫 부의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에서는 박희태 의원이 재석의원 252명 가운데 232표를 얻어 야당몫 부의장을 차지했다. 이밖에 무효 5표가 나왔으며, 일부는 박근혜(4표)·천영세(3표)·이상득(2표)·권영길(1표)·김종인(1표)·김용갑(1표)·이낙연(1표)·이미경(1표)·이계경(1표)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

투표에 앞선 자유발언을 통해 양당 위주의 국회 운영을 통렬하게 비판했던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이 야당몫 부의장 선거에서 3표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투표를 마친 김덕규 의원은 당선을 확신한 듯 한나라당 김용갑·이규택·이재창 의원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고, 박희태 의원도 당선 직후 박근혜 의원 등 당 지도부의 축하를 받았다.

한편, 국회 부의장 선거에 앞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양당 위주의 국회 운영에 강력 항의했지만,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 의원은 "국민들은 수십년 특권관행을 벗어 던지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국회를 바라고 있는데, 17대 국회 역시 교섭단체를 위한 국회, 패권적 국회운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천 의원이 "관행대로 양당 원내대표로부터 통보받은 이름을 적어내는 것이 정당한 선거방식이냐?"고 힐난하자 좌중에서는 '잘했어'라는 격려(?)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뒤이어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5분 발언을 신청했지만, 김원기 의장은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투표를 진행했다. 손 의원은 투표 직후 발언권을 행사했지만, 좌중의 반응은 냉랭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양대 교섭단체 위주의 국회운영에 항의하는 의미로 19명 의원 전원이 투표에 불참했다.

그러나 전반기 의장단 구성만으로 여야 간의 대치국면이 사그라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오는 8일까지 상임위원장단 선거를 완료해야 하지만, 문화관광위와 법사위 등 핵심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8일까지 합의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7일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된 김덕규 열린우리당 의원과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이 개표결과를 기다리며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4신 : 7일 오후 5시27분]
본회의 예정보다 2시간40분 지연돼... 부의장 선출중
열린우리-한나라 "누가 신뢰를 위반한 것이냐"며 감정 대립

오후 4시40분경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40분 가량 지연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원구성 협상에 관한 이견으로 회의가 지연되었으나 양당은 일단 부의장 선출을 한 뒤 협상을 이어가겠다는데 뜻을 모으고 현재 국회 부의장 선출에 들어갔다.

부의장 선출에 앞서 발언권을 신청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겨냥해 "양당은 수의 정치, 오기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의장단 선출이 당리당략적으로 전락하였고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부의장 선거가 끝난 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협상대표들은 국회개혁특위와 상임위원회 구성 시기를 두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본회의에 앞서 천정배 대표는 "합의를 깨는 것은 신뢰의 문제이고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스럽다"며 "4시 회의에 한나라당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상호신뢰를 통해 국회를 운영하겠느냐"고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수석부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중에 신뢰를 위반했다고 표현하면 되냐, 내가 만약 저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좋겠냐"며 "최소한 상호비난은 하지 말아야 협상이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불쾌한 내색을 드러냈다.

한편 한나라당은 예결위 상임위 전환을 못박기 위해 국회개혁특위 구성을 다른 상임위 구성보다 앞서 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동시에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3신 : 7일 오후 4시55분]
민노당 의원, 의장 항의방문 "본회의 정상적 진행하라"
"비교섭단체 배제 계속되면 행동거지 다시 숙고할 것"

국회 부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오후 4시로 연기된 가운데 본회의장에 남아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오후 2시40분께 김원기 국회의장을 항의방문하고 "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오전 개원식과 대통령 간담회에서 뵈었는데 오후에 본회의장에서 뵐 수가 없어서 의장님 신변에 변고가 생겼나 해서 왔다"고 본회의 지연 상황을 꼬집었다. 천 대표는 "4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본회의 지연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며 "오후 4시에는 교섭단체간 합의가 됐든 안 됐든 의장이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권영길 의원의 주문은 더 강경했다. 권 의원은 "앞으로도 이렇게 통보로만 끝나면 저희 당으로서는 국회 안의 행동거지에 대해 다시 숙고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 운영에 비교섭단체를 실질적으로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원기 의장은 "할 수 있는 것은 해드리지만 법이 정한대로 해야하니 양해해달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김 의장은 "관례에 없던 것이지만, 민주노동당 의원님들이 (지난 5일) 본회의에서 발언도 하고 대통령 간담회에도 참여할 수 있게 하라고 내가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오후 2시부터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었지만, 같은 시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 바깥에 나가있었다. 2시 40분께 국회 의사국 관계자가 "본회의가 오후 4시로 미뤄졌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오늘은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과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오전에 전화해서 '난항이 예상되니 감안해달라'고 상황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12시간 가까이 국회 본회의가 지연되었던 지난 5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회의가 늦어진다는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며 비교섭단체를 배제시키는 양당의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와 의원들은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본회의 지연을 항의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김원기 의장과 민주노동당 의원간의 대화록 전문.

천영세 의원단대표 "개원식에서도 뵈었고 대통령 간담회에서도 뵈었는데, 본회의장에서는 40분이 넘도록 뵐 수가 없어서 의장님 신변에 변고가 생겼나 싶어서 왔다.

이것이 법이든 관행이든, 국회개혁특위를 이야기하는 마당에 첫 단추부터 이래서 되겠나. 연유가 어떻게 됐든 본회의장에는 민주노동당 의원밖에는 없었다. 교섭단체 중심으로 조치를 취하고 40분까지 개회를 책임질 사람이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침에 의장님 하신 말씀에 공감했다. 4년간 이렇게만 하면 파행, 공전, 담합, 거래로 국민의 불신을 산 국회를 바꿀 수 있겠구나 했다. 그러나 실천으로는 여전히 소수정당 배려가 없고 민주주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원기 국회의장 "비교섭단체가 상황을 통보받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는 신속하게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과거의 전례가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본회의를 열려면 교섭단체끼리 사전합의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 다른 문제제기가 생겼다."

단병호 의원 "국회 의안은 그렇다쳐도, 최소한 운영에 대해서는 의장님이 비교섭단체를 참여시킬 수 있지 않냐."

김원기 "의장 뽑던 날, 인사문제에 대해서만 발언하도록 되어있다. (발언 신청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발언권 드리기 어렵다'는 통보가 갔을텐데 내가 "법에 어긋나는 거 아니면 해드리라"고 했다. 생색내는 것 같지만 대통령 간담회에도 원래는 교섭단체 대표들과 원내총무만 가는 것이었다. 비교섭단체는 전례가 없는데 처음 개원하는 자리니까 비교섭단체의 대표와 원내대표도 가도록, 내가 바꾼 것이다."

강기갑 의원 "발언 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법 이전에 상식과 예의라는 게 있지 않나. (지난 토요일) 12시간 우리도 쉴까하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국민에게 너무 죄송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앞으로 30분 전에 통보를 주고, 아니면 예정된 시간에 본회의장에 나와 다른 비교섭단체 의원들에게 열리지 않는다고 선언해달라."

김원기 "30분 전 통보는, 정치가 그렇게 안 될 때가 많다. 앞으로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각당 원내총무가 일정 관계를 상의할 것이다."

권영길 의원 "이건 분명히 항의방문이다. 원내끼리 회의하고 설명만 해달라는 게 아니다. 통보만으로는 안 된다. 비교섭단체를 국회운영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도 이렇게 회의 통보로만 끝나면 저희로서는 참 어려운 국면이다. 국회 안 행동거지를 다시 한번 숙고할 수밖에 없다. 통보가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달라."

김원기 "의견은 충분히 알았다.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해드리고 법이 정한 것은 정한대로 해야하니 양해해 달라."

▲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의장과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의사일정을 논의한뒤 의장실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7일 오후 3시40분]
또 겉도는 국회...민주노동당 의장실 항의방문

양당 원내대표는 동시에 나오지 않았다. 원내대표 회담이 시작된지 40여 분이 지나 먼저 문을 열고 나온 건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다. 김원기 의장이 주재하는 가운데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대표회담은 고성이 오가는 등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나와 "본회의가 제 시간에 열릴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다. 본회의 안 할 모양인 것 같다"며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국회의장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김 원내대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오후 3시10분경 김 대표보다 5분 뒤에 의장실에서 나온 천정배 원내대표의 대답은 달랐다. 천 원내대표는 "본회의는 예정대로 열린다"며 "지난 5일 대표끼리 만나 오늘 오후 2시에 열기로 합의했으며 그쪽 사정을 고려해 문서에 쓰지만 않았을 뿐"이라고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천 대표는 "저쪽에서 자꾸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국회개혁특위를 구성해 예결위를 상임위화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 대표의 주장은 국회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짓고, 상임위장 배분 등 원구성을 끝내는 것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선결과제라는 얘기였다.

천 대표는 "대표들간의 합의를 어기는 것에 신뢰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대표들간의 감정대립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한편 양 대표가 자리를 빠져나온 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회가 양당의 이해관계로 인해 개의시간이 일방적으로 연기되는 것을 항의하기 위해 의장실로 들어갔다.

한나라당측은 열린우리당이 부의장 선출을 강행할 것에 대비, 핵심인사들이 김덕룡 원내대표실로 모이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원내 전략가'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과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인 진영 의원은 원내대표실로 들어가 대처방안을 숙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신 : 7일 오후 2시20분]
2번째 본회의도 제시간에 못열려...부의장 선출 불투명

다시 국회 본회의장은 텅 비어있다. 7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가 다시 제시간에 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방송을 통해 본회의 개의 시간이 오후 4시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이 공지되었다.

이같은 '지각회의'의 원인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예결위 상임위 전환 등을 논의할 국회개혁특위 구성 시기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예정대로 부의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국회개혁특위를 상임위 구성하기 전에 하지 않으면 부의장 선출 등 의사일정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본회의장에 입장했고, 각자의 자리에 앉아 동료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오후 2시40분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을 찾아가 항의할 예정이다.

지난 5일 국회법에 따라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지었어야 했으나 예결위 상임위 전환 문제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져 결국 의장만 선출하고 부의장 2명은 오늘(7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5일 합의한 사항을 열린우리당이 지키지 않고 있다"며 "오후 2시 본회의를 비롯해 확정된 의사일정이 없다"고 본회의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정오경 브리핑을 통해 "국회개혁특위 구성을 다른 상임위 구성과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은 합의사항을 뒤집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부의장 선출에 대한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양당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로 구성된 협상단은 "예결특위를 상임위원회로 하는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포함해 국회의 예산·결산 체계를 개혁하는 것을 국회개혁특위에서 최우선과제로 다룬다"고 의견을 모았다.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에 대한 한나라당의 요구를 열린우리당이 수용하면서, 한나라당은 비교섭단체에 부의장 1석을 주자는 당초의 입장을 바꾸고 "2일 오후 2시 열린우리당 몫으로 부의장 1석을 선출한다"는데 합의했다.

남 부대표는 "개혁특위구성을 다른 상임위 구성과 동시에 한다는 것은 예결위 상임위 전환문제를 미루려는 시간끌기"라며 "부의장 선출을 비롯해 모든 협상의 근본이 흔들렸다"고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진 열린우리당측의 브리핑에서 이종걸 수석부대표는 "부의장 선출은 오후 2시에 진행하기로 합의가 되었고 이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한나라당이 합의를 깬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종걸 부대표는 "상임위 구성 등 기본적인 개원조건을 마련한 뒤에 개혁특위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상임위원장 배정과 국회개혁특위의 구성을 가능한한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종걸·남경필 두 수석부대표는 낮 12시20분부터 의사일정을 포함해 국회특위 구성시기 등과 관련한 협상을 벌였으나 고성이 오가는 등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오후 2시 40분 현재 국회의장실에서는 김원기 의장의 주재 하에 양당 원내대표들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김덕규 의원을, 한나라당은 박희태 의원을 각각 부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들에 대한 투표가 본회의를 통해 이뤄져야 17대 국회 상반기(2년) 의장단 구성이 완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