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 '겨드랑이가 가렵다'展 개막전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상(李箱,1910~1937)의 소설 '날개'에서 희망과 야심을 말소시켰던 이상은 일본인 백화점 옥상에서 불현 듯 느낀 겨드랑이의 가려움을 통해 한 번 날고 싶은 희망을 외친다. 그의 겨드랑이는 그의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으로 이상은 번뜩이는 희망과 야심으로 하늘을 훨훨 날던 그때를 다시 욕망하고 갈구한다,

장애인 만화가 4인의 작품세계와 삶을 조명 한  박기소,이해경,지현곤,라일라의 '겨드랑이가 가렵다'展 개막식이 4월 19일 오후 4시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4명의 작가들은 모두 청각장애 또는 하반신마비의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말이 어눌하여 혼자 힘으로는 외출이 불가능하다. 누구나 듣고 말하고 걷고 뛰는 신체활동이 작가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들의 겨드랑이는 더욱 가렵다. 인공의 날개가 돋아난다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며 신체장애로 인해 허락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으리라.

▲ 한국만화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 <겨드랑이가 가렵다> 개막전에서 참석 만화가들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개막전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이사장을 비롯하여 오재록 원장, 한국원로만화가협회 권영섭 회장,한국카툰협회 조관제 회장,만화가 박기정,조항리,박기준,윤승운,이두호,김동화,이근철,장태산,권창진,사이로, 신명환,(도서출판)씨엔씨레볼루션 이재식 대표이사,덴마크 국립박물관 규레이터 마틴 페터슨(Matin Petersen),부천혜림학교 변상오 교장,기쁜우리복지관 남기보 교사 및 만화반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지현곤 작가와 라이라 작가는 지방에 있는 관계로 신체적 이동의 불편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희재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이 자리에 서니 갑자기 겨드랑이가 가렵다. 4월 장애인의 달을 넘어서서 진흥원이 이런 기획을 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박기소 선생은 자주 뵙는데 12살(초등학교5년)에 귀가 안 들려 88세 오랜 세월 동안 적막과  고독 속에서 살아오신 분이다. 일생을 몸과 마음으로 카툰에 담아 한평생을 살아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희재 이사장은 "이혜경 누나도 (휠체어 장애인이면서도) 항상 웃고 에너지가 넘친다.  누나에게 만화는 일생의 벗이고 동력이었다고 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지현곤 씨는 방안에서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고 우주와 소통하며 손끝으로 펜끝으로 그림을 한 점 한점 찍어 그린다. 이 노고를 무엇으로 설명할까(30년 넘게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1급장애인). 내용도 좋다 결과물도 좋아 뉴욕에서도 전시를 한 적이 있다. 일생을 살면서 어둡게 살 수 있는데 이를 붙잡아 준게 만화다. 자기 생을 동반해 만화와 함께 걸어온 것  같다. 선천적 청각장애인 라일라(이수연)씨는 웹에서 연재를 하고 있다. 60회째 자기체험 실존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과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분들의 작품을  여건이 되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책으로 묶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한국원로만화가협회 권영섭 회장은 축사를 통해 "많은 전시가운데 배후에서 그림자처럼 영광도 없는 가운데 작품활동을 해온 이 귀한 분들의 작품을 전시하려는 기획을 누가 했겠는가 궁금해서 이 전시회를 꼭 참석하려고 기다려 왔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권 회장은 " 박기소 선생은 듣지는 못하지만 저(77)보다 나이가 윗분(88세) 인데도 쉬지 않고 창작에 열중하는 것을 보면 존경하고 있다. 후배인 이혜경 선생은 같은 크리스찬으로 더욱 사랑스럽다. 지현곤 작가는 카툰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귀한 존재다. 라일라는 그 청순함에 반했다. 이 놀라운 네 분이 만화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다"라고 말했다.

▲ 이해경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해경 작가는 인사말을 통해 "4월 20일을  장애인을 날로 정했는데 여러분은 아시는가"라고  물으면서 "저도 최근에 알았다. 장애인이 집에만  틀어 박혀 있어 꽃피는 봄날 밖으로 나와 즐기라고 20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가는 "장애인 4명과 함께하는  전시회를 선후배를 모시고 열게 되어 감사드린다. 만화가가 된다는 게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만화가의 이름에 장애인 만화라가는 이름이 덧붙여 졌다. 이런 전시가 많이 필요한데 기회가 없었고 기회를 주신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부천시에 감사드린다. 7월 17일까지 3개월간  진행되는 전시회에 많은 관람객들이 빡빡하고, 촉박하고, 이기적인 삶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살아온 장애인 만화가들이 그린 만화와 삶을 보고 마음의 힐링을 얻는데 일조한다면 장애인 만화가들의 빛이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재록 원장은 "전시를 통해 만화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 박기소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가르키며 웃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재록 원장도 함께 웃고 있다ⓒ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박기소 작가 "국토는 좁고,인구는 늘고 카툰작품"
박기소 작가는 어린시절 뇌막염을 앓은 후 청각장애인이 돼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 그림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이후 어린이 잡지 만화가에서 시사만화가로 영역을 넓혔다. 세상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하게 꿰뚫어 작품마다 익살스런 해학과 날카로운 풍자가 넘쳐난다.

▲이해경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해경 작가"잠들지 못하는 여자"
이해경 작가는 3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후 휠체어에 의지해온 장애인이다. 다수의 순정만화, 성인여성만화, 선교만화, 음악만화, 명작만화, 장애인인식개선 만화 등을 그려오고 있다. 특히 만화 <잠들지 못하는 여자>, <겨드랑이가 가렵다>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장애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주변 삶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장애인 만화가로서 삶을 느낄 수 있다.

▲ 지현곤 전시코너ⓒ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지현곤 작가 "자유를 그리워하다"
하반신 마비 중증 장애로 50년째 엎드려서 작업하는 지현곤 작가는 타고난 예술성과 열정으로 한국 만화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아트 게이트 갤러리'에 초청 받아 단독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또한 작가의 작품이 중학교 국어와 미술 교과서에 만화와 카툰을 설명하는 사례로 수록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정교하고 세밀한 필치로 휴머니즘, 평화, 사랑, 희망, 전쟁, 물질문명의 병폐 등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특유의 깊은 풍자가 담겨 있다.

▲ 라일라 전시부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라일락 작가 "나는 귀머거리다"
현재 네이버에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를 연재하고 있는 라일라 작가는 청각장애인인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인 작가와 가족이 강아지캐릭터로 등장해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귀엽고 발랄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이번 <겨드랑이가 가렵다>전은 신체적 환경을 극복하고 뛰어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4명의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대표작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또한 작가의 삶을 읽을 수 있는 사진 및 동영상, 작가의 작업과정을 볼 수 있는 창작도구 및 단행본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한편 한국만화영상진흥워은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6월 4일에는 이해경 작가의 '만화가와 만나는 날' 특강이 열리며, 만화실기교육 '공감! 만화창작교실'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전시기간 내 총 4회 진행될 예정이다. 장애인 영화 무료 상영 이벤트도 진행된다. 6월 12일은 영화 <블랙>, 7월 10일은 애니메이션 <도토리의 집>을 만화영화상영관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 원로작가 김동화 선생이 지현곤 작가의 전시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펜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이해경 작가ⓒ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원장이 작가들이 출간한 옛 작품과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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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소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해경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도서출판)씨엔씨레볼루션 이재식 대표이사,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국립박물관 규레이터 마틴 페터슨(Matin Petersen)씨가 축사를 하고 있다ⓒ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좌로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홍보팀 이효재 주임-이용철 전략사업본부장-김정미 경영본부상ⓒ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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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소 작가가 자신의 전시작품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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