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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칼럼 "춤꾼들의 외침"
2016년 02월 23일 (화) 23:04:59 정혜윤 bom0914@hanmail.net

정혜윤(부천시민)

지난 2월 5일 부산역 광장에서 (사)부산민예총 춤 위원회와 (사)부산무용협회 회원들로 구성된 '횃불의 춤 거리예술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앞서 1일에는 신라대학교 무용과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거리 공연도 있었다. 이들의 외침은 오직 하나 "우리는 예술을 하고 싶다"였다.

이는 부산 동아대학교가 지난 2011년 무용과를 폐지한데 이어 신라대와 경성대마저 무용과를 폐지하겠다는 통보에 따른 저항의 몸짓이다.

   
▲ 정혜윤
지방대에서부터 시작된 과(科) 통폐합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구조 개혁평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쉽게 말하면 취업률이 높은 대학에는 지원금을 많이 주고 50% 이하의 취업률을 내는 학교에는 지원금을 적게 주겠다는 반 협박에 가까운 지침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원금에 눈이 먼 대학이 평가에 방해가 되는 학과부터 통합하거나 아예 폐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학 측의 얘기는 그럴 듯하다. 지원금을 받으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왜냐하면 재벌기업에서부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고, 평생직 장보다 파리 목숨이 되어버린 현실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대학이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는 지식인의 산실이 아닌 취업학원이 되어버린 현실을 당연하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듯이 희생 대상은 만만하고 힘없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연히 폐과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취업이 잘되는 이공과 계열보다는 인문학부와 예술학부가 구조조정 1순위가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한때는 각 대학에서의 예술학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등록금이 제일 높았고 그에 반해 교육의 질과 기반시설이 부족한 대학도 있었다. 당연히 그런 대학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대학은 교육현장이지 돈벌이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폐과 1위라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는가?

예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전공과 달리 짧게는 7-8년, 길게는 10년 이상 배워서 대학을 진학한다. 우리 아이만 해도 6살에 무용을 시작하였으니 2년이 모자라는 20년을 한 길만 걸어온 것이다. 취미 삼아 시작한 무용을 전공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뒤로는 방학도, 명절도 없이 학원으로, 콩쿠르장을 찾으며 연습에 매진했다.

어디 그뿐인가? 무용 특성상 초등학교 6학년부터 다이어트와 싸워야 했고, 하루 3-4시간은 기본으로 훈련해야 했다. 먹고 싶은 것도 줄이고 하고 싶은 것도 줄이며, 친구와 제대로 놀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오로지 평생 무용을 하고 싶다는 열망하나 때문에 기나긴 시간을 열중해 전공자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은 쉽지 않았다. 1년에 44개 대학에서 2000명 정도의 졸업생들이 배출되는데 그들의 취업할 곳은 몇 개 안 되는 국*시립무용단과 거의 수입도 없는 개인 무용단에 소속되어 춤을 추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니 일단 어떤 무용단이든 들어가면 몇 년이 지나도 눌러앉고 나오지 않으니 무용단원을 한 명도 뽑지 않은 해도 있다.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고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인 학원이나 어린이 집에서 시간제 강사를 할 수 있는데 그조차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많은 전공자들이 졸업 후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러면 공연 현실은 어떨까? 미술전시회나 연극, 무용공연을 가보면 더 참담하다. 유명한 출연자가 나오는 공연이 아니면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가족이나 친구, 출연진들의 제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많은 공연이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출연진 주변인들이 팔지도 못한 티켓을 다량 구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이니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우는 아이에게 입을 막아 울음을 그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조한 취업률은 단순히 대학이나 교수들에게만 해결하라고 책임을 떠밀고 문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수와 대학과 정부가 협력하여 예술전공자들에게 각자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예술가는 늘 배 고프다. 몇 년 전엔 최고학부를 졸업하고도 생활고를 못 이겨 자살한 이도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다보니 예술전공자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 아이가 무용을 전공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을 졸업하다보니 가끔 상담을 해오는 엄마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정말 곤란하다. 아이나 엄마나 기대를 하고 물으니 좋은 얘기를 해주고 싶은데, 앞 뒤 없이  어떻게 입에 발린 소리만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푸념만 늘어놓거나 안하면 그만이지 던져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면 자연히 대책을 세워야한다.

첫째, 아이들과 손잡고 공연장과 전시관에 놀러 가자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1년간 영화 관람은 3.25회인데 반해 연극은 0.4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0.3회이고 무용이나 댄스 공연은 01. 회라고 한다. 이렇게 문화생활이 적은 것은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화 관람은 TV를 통해 자주 보던 이들이 배우로 나오기 때문에 낯설지 않아서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자주 접하고 경험한 것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된다. 그러자면 어릴 때부터 많은 공연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것도 이유가 된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공연이냐고? 그러나 찾아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무료 공연이나 전시장은 널려있다. 그렇게 찾는 이가 많으면 당연히 공연과 전시가 늘어날 것이다.

둘째. 학교에서 기본을 가르쳐라.

옛 말에 정치를 하면 하루아침에 집안이 망하고, 아이에게 예술을 가르치면 천천히 망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집안에 한 사람의 예능 전공자가 있으면 집 한 채를 팔게 된다고 한다.
나도 우리 딸을 무용을 가르치며 식당 일에, 야간 슈퍼 케샤, 상조 영업 등 많은 일을 했다. 남편이 외국회사에 다녀 다른 이들보다 수입이 많은 편이었는데도 작품비에 의상, 분장 등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는 학원 원장님의 배려로 다른 아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용이 들었던 것이다. 선배가 입던 의상을 입거나,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 스포츠 마사지 비용을 아끼려 내가 책을 보고 직접 마사지를 해주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학교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나라 교육은 국영수에 집중되어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자니 예능은 사교육을 통해서 배울 수밖에 없고 배우는 아이들이 적으니 당연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무용을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몇 년 전에,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문화행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나라의 전통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들은 비전공자였는데 멋들어지게 민속춤을 추는 것을 보고 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무시하던 그들이 아닌가? 그러나 한 번도 우리 춤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춤과 민요를 자주 접하고 배울 기회를 학교에서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민족적 자긍심과 애착은 자연스럽게 길러질 것이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만이라도 무용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에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책상에만 앉아 있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용교육은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과목이요, 숨통을 틜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은 하는 이도, 보는 이에게도 삶의 여유와 힘을 주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글을 쓰며 잠든 딸의(유진) 얼굴을 본다. 자신이 선택한 춤(무용)을 평생 추고 싶어 오늘도 양재와 홍대를 오가며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하면서도 늘 지쳐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남들보다 작은 키에 콤플렉스를 느끼면서도 얼마 뒤에 있을 '국립국악원' 무용단 입단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유진이를 응원을 하며 내 얼굴을 살짝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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