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국민일보는 시장없는 부천시 행정공백 현주소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부천시 초유의 장기 공백 사태는 민선 3기 원혜영 시장이 17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7일 사퇴하면서 비롯됐다.  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방비석 부시장도 시장보궐선거에 나서기 위해 지난 7일 그만두자 경기도는 부랴부랴 권두현 전 안양 부시장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하고 공백을 메우도록 했다.

하지만 권 대행 역시 다음 달 보궐선거일까지 ‘1개월 임기의 초미니 시장대행’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 시장이 선출되면 부천시민들은 6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무려 4명의 시장을 맞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부천시의 행정도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장 권한대행이란 입지 자체가 취약한 데다 시정에 대한 애정 역시 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혜영 전 시장의 행정 능력이 다른 어느 기초단체장보다 돋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지금 부천시가 체감하는 행정 공백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권한대행 시장들이 시정보다는 자신의 얼굴 알리기에 더욱 치중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보궐선거에서 전·현직 권한대행 시장들의 입김이 어떤 형태로든 작용하지 않겠느냐며 그들이 내세우는 ‘선거 중립’ 입장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수시로 시장 얼굴이 바뀌다보니 내막을 모르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봉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행정 공백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부천시의 현안이었던 고강동 부천장애인복지관의 민간 위탁 계획이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고용 승계를 둘러싼 수탁 기관 간의 갈등이 계속되자 장애 아동 부모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부천시는 민간 위탁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권 대행은 엄정 선거 중립과 일관성 있는 행정을 강조하고 있다. 권 대행은 “공무원의 명예를 걸고 엄정 중립을 지켜 법정 선거사무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업무보고도 새 시장이 선출된 뒤 받고 당면 현안만 파악한 뒤 간부들과 함께 현장을 순시하면서 시민들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는 일관성 있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1개월의 단명 시장’이 어느 정도 실천할지는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다만 어느 경우든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시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 부천시민들이 더이상 행정 공백을 피부로 느끼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