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훌륭한 장애인운동가'에서부터 '조폭' '사기꾼' 등 극단의 평가가 교차되는 전병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장. 지난달 30일 사기 등의 혐의로 전 지회장은 검찰에 의해 긴급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한 제보자의 제보를 토대로 지난 4월 초순부터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추적해 왔다. 1개월간에 걸친 취재끝에 각종 문서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전 회장의 비리를 확인한 <오마이뉴스>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비리백태를 고발한다. 신변보호를 위해 제보자들은 모두 익명 처리했다... 편집자 주)

▲ 4월 26일 밤 지체장애인협회 시흥시지부에서는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2004 오마이TV 김호중

 올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지역의 한 장애인단체 지회장이 장애인 복지를 위해 정부 지원금을 횡령하고 각종 이권개입, 사기행각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장애인단체를 이끌고 있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 전병희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다. 그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자치단체의 지원금 등 수억원에 달하는 공금을 횡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 단체의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치단체도 이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입수한 이 단체의 회계장부 등에 따르면, 전 회장은 가정생활비, 애인 원룸 임대료, 아들 학비와 용돈, 개인빚 탕감은 물론 도박과 구두 닦는 푼돈까지 공금으로 치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 회장은 또 회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따른 피해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와 전 회장 주변의 관계자들은 "전 회장의 주요 사기수법은 주로 장애인 자활용 공영주자창, 장애인자립장, 관공서 자판기, 매점 등의 입찰로 시작해 비장애인에게 '웃돈 얹어팔기' 방식"이라며 "회계장부는 '차입' 형식으로 수입지출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전병희 회장 2003년에만 수억원 공금유용 의혹

실제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회계자료를 관계자들과 함께 분석한 결과, 전병희 회장은 2003년 한해만도 수억원대의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회장은 장애인 복지와 인권은 도외시 한 채, 시흥지역 내 크고 작은 사업의 이권개입,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상대 사기, 지자체 보조금 사기, 허위탄원서 작성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 전병희 회장은 아들의 학원비까지 공금에서 지출했다. ⓒ 오마이뉴스 장윤선

  하지만 전 회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내가 과거에 깡패이고 나쁜 사람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남은 여생을 장애인복지와 독거노인들에게 봉사하면서 살려는데 왜 나를 음해하려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도 나는 시흥지역의 낙후된 장애인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있다"면서 "무료급식으로 하루에 200명씩 밥을 먹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런 식으로 장애인복지를 하라고 하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와해하려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우선 전 회장이 시흥시청에서 설립계획도 세우지 않은 옥구공원에 매점이 들어선다고 허위사실을 퍼트린 뒤 돈을 가로챈 혐의를 추적하고 있으며, 지난달 29일 저녁 전 회장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오마이뉴스>는 전 회장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증언과 이를 토대로 한 확인취재를 통해 전 회장이 벌인 사기행각, 공금횡령 의혹 등을 사례별로 정리해 보았다.

1. 전병희식 자산증식 방법론

"시흥 옥구공원 매점, 입찰 받아서 너 줄게!"

전 회장이 K씨에게 던진 말이다. K씨는 시흥지회 청년부장이지만 무급 자원봉사자였다. 전 회장이 K씨에게 옥구공원 매점운영권을 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K씨는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20일까지 세 번에 걸쳐 계약금 7000만원 중 5500만원을 전 회장에게 줬다"면서 "그러나 그 뒤로 몇 달이 지나도 전 회장은 옥구공원 매점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기다리라고 말할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K씨는 시흥시청 공원관리과 김 아무개 계장에게 문의했다고 한다. 김 계장은 K씨에게 "옥구공원 매점설립 계획은 없다"고 말해줬다. K씨는 김 계장을 통해 전 회장이 사기 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K씨는 이 내용을 수원지검 안산지청 특수부에 고소했다.

김영규 시흥시청 공원관리과 주사도 "옥구공원 안에는 불법 노점상이 많아 이를 단속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매점 설립은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찰 받아 이중삼중 팔고 사는 독특한 사기 수법

전 회장이 주로 장애인용 공영주자창, 장애인자립장, 관공서 매점, 자판기, 지하철 자판기 등 입찰과 관련해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씨의 말을 들어보자.

"전 회장은 관공서가 장애인 자립을 위해 우선 제공한 시설 입찰에 나선다. 입찰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 동사무소 자판기' 운영할 사람을 모집해 미리 돈을 받는다. 그 다음 시흥지회 명의나 시흥지회 회원(장애인) 명의로 입찰을 성공시킨다. 이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집회신고 해서 장애인들을 동원하고, 완력도 쓴다.

입찰 뒤에도 제2, 제3의 인물을 찾아 이중삼중 계약을 통해 사고 판다. 부르는 값에 더 얹어주겠다는 사람에게 계속 되파는 형식으로 자산을 불리는 것이다. 관공서는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명의로 돼 있으니 안심할 지 모르나, 전 회장은 대체로 비장애인에게 임대 혹은 판매한다. 이건 불법행위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 입은 장애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흥시 관내에는 시흥지회가 운영권을 위탁받은 5개의 공영주차장이 있다. 이중 3군데는 시흥지회가 타인에게 임대했고, 현재는 2군데만 운영하고 있다. 엉뚱한 사람이 장애인 자활을 위해 시흥시가 마련한 공영주차장 주인이 됐다.

현직경찰 B모씨(서울지방경찰청 소속)는 지난해 신천리 주차장 1억원, 은행동 주차장 5000만원 등 총1억5000만원을 주고 전 회장으로부터 주차장 운영권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회계장부에는 당시 B모씨로부터 입금된 액수만 표기돼 있지만 <오마이뉴스>는 양측간의 자필 계약서를 확보했다.

하지만 B모씨는 "자신과 아무 관계없고, 부인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지장협 시흥지회가 운영하는 것"이라고 번복했다. B모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뒤 전병희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내용을 말하고 "어떻게 된 것이냐"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시흥 장애인자립장에 산더미처럼 쌓인 구리껍질. 시청의 권고조치에도 그들은 치우지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윤선

2. 시흥 장애인자립장의 파행 운영

 양승학 시흥시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 담당은 "장애인자립장은 빈곤 장애인들의 급여생활을 위해 시흥시가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 3일 금요일 오전 11시20분경 시흥시 정왕동 1381-9 67 블럭에 자리한 장애인자립장에는 폐전선, 폐랜선 등 각종 전선들을 고르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현장에서 일하던 40대 남자들은 "우리는 장애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역시 비장애인 K씨가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K씨는 전 회장에게 1500만원을 주고 장애인자립장을 임대했다"면서 "시흥시청에서 자립장 운영비로 지급하는 돈은 지장협 사무실 운영비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몇차례에 걸쳐 K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3. 공금은 모두 내 돈?

  전 회장이 개인이 선임한 변호사 비용까지 시흥시지회 돈으로 충당했다.
 
"하루에 회장 개인이 쓰는 돈은 기본이 100만원이다. 노름하는 날은 100만원 가량 더 추가된다. 이 뿐만 아니라 부인 생활비, 부인 신용카드 대금, 애인 원룸 임대료, 애인 용돈, 애인의 핸드폰 구입과 이용료, 아들 등록금, 아들 학원비, 자택구입 부족분, 자택 양주장식장 구입비, 개인빚 탕감, 개인보험료…. 하다못해 세차비와 구두 닦는 푼돈까지 모두 지회 돈으로 처리한다."

▲ 전 회장이 개인이 선임한 변호사 비용까지 시흥시지회 돈으로 충당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이하 시흥지회) 한 관계자가 증언한 내용이다. 실제 시흥지회의 일계표(회계장부)를 확인한 결과 전 회장이 개인용도로 돈을 빼어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시흥지회 관계자는 "전 회장은 시흥지회의 공금을 횡령하면서 '차입'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장부상 전 회장이 지회에 돈을 빌려준 것으로 기록하고, 이 돈을 빼내 썼다는 것이다.

F씨는 "심지어 이혼상태인 두번째 부인의 다단계 영업을 위해 기초법 수급대상인 장애인 몰래 그의 신용카드를 썼고, 아직도 그 빚은 갚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장이 수 차례에 걸쳐 200만원 가량의 개인 벌금이나 1200만원을 웃도는 개인 변호사 비용까지 지회 공금으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F씨에 따르면, 전 회장은 200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1년간 7억원 규모의 시흥지회 재정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흥지회 공금이 도박 판돈, 애인 선물비 등 전 회장 개인의 사금고로 활용된 셈이다.

F씨는 "회장의 공금횡령은 단체 회원들까지도 다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지적하면 재떨이, 명패 등이 날아가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바른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전 회장에게 시흥지회의 회계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다가 심한 욕설과 부당 발령을 받은 전직 직원들도 있다.

야반도주한 신용불량자가 외제차 굴리는 '회장님'으로     전병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장은 누구? 전남 보성 출신의 전병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장은 교통사고 후유 장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해 장애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2000년 말, 고향인 전남 보성을 떠나 경기도 시흥에 둥지를 틀었다. 그때, 그의 수중엔 단 한푼도 없었다고 한다. 전 회장은 신용불량자였고 당시 지하 단칸방 월세도 내기 힘들었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인 주변 장애인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상태였다. 2001년 8월, 그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장이 된 뒤로 갑자기 씀씀이가 커졌다. 아파트를 구입하고, 부인 생활비뿐만 아니라 애인에게 원룸도 얻어줬다. 특히 외제차 BMW를 몰고 다니며 잦은 해외관광과 도박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일푼의 그가 졸지에 이렇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사기행각과 공금횡령 등을 통한 결과였다. 그러나 전 회장은 "내 돈을 투자해 200명이 넘는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고 직원 27명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며 "(그 같은 공로로) 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하고 있다. 전 회장을 잘 알고 지내는 한 주변 인사는 "글을 모르지만 머리가 비상하고 사업수완과 언변이 뛰어나 알고도 속는 사람이 많다"며 "그는 장애인을 팔아 정부 보조금 등을 개인적으로 탕진한 사기꾼"이라고 평가했다. / 장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