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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칼럼]길거리에서 채소 파는 이웃들
'따뜻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
2015년 11월 28일 (토) 19:18:24 김인규 kimhope10@hanmail.net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며칠 전, 저녁 약속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가는데 뒷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 집에 들어가는 길인데 저녁 마련하는 게 걱정이라면서 짜증이 난다는, 삶에 지친 넋두리였다.

   
▲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필자가 사는 동네는 LH공사가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부근이다. 토지 수용에서 벗어난 땅과 나대지가 있어서 주말농장과 본래 밭농사 짓는 분들이 있다.

봄부터 가을철까지 농사 지은 토마토며 상추, 고추, 애호박, 가지 등을 횡단보도 근처에서 신문지 서너 장에 펴놓고 파는 분들이 다섯 분으로 고정 멤버였다. 가끔 사다 먹기도 했다. 상품으로 보면 볼품은 없지만, 마트보다 저렴하고 지난 날 어머니 보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나오신 거 다 팔아봤자 기껏 2~3만원 정도라고 한다. 해 떨어지기 전에 다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는데, 그래야 손자 손녀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는데. 다 팔지 못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울 게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시청 구내식당을 축소하자는 주장을 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필수 요원들만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그외 직원들은 시내 식당을 이용해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자는 취지였다.

실제 사례도 있다. 경남 함안에 있는 육군 39사단에서는 격주로 간부급 300여 명이 군 밖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지역민들과 소통도 한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매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제안은 누구로부터 이뤄졌을까? 관계자는 최고 지휘관에게 공을 돌리지만, 아마도 간부급 군인이 지역 식당을 이용하면서 장사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낸 것이 아닐까.

우리 부천도 관내 기관 공직자와 학교 선생님들까지 하면 수천 명에 이른다. 시청 공무원이 앞장선다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대 재학생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9급 공무원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꼭 직장이 있어야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얼마 안 되는 물건을 길거리에서 다 팔아야만 하는 이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은 같은 바람일 것이다. 길에서 추위에 떨며 몇 가지 물건을 파는 이웃들을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물건을 사주는 운동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

요즘에는 동별로 복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니, 늘 지나치는 이웃에게 따뜻한 저녁을 선사할 수 있는 안건으로 상정해 보면 좋겠다.

어느 큰 교회에서 주말마다 길거리 전도 활동으로 전단지를 나눠 주는데, 교회 모퉁이에서 과일을 놓고 파는 한 아주머니가 전단지는 줄 때마다 받았지만 교회에 나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중년 남자가 퇴근길에 꼭 그 아주머니 과일을 사는데, 흠집이 있는 것만 골라 사가는 것이다. 아주머니가 좋은 것으로 고르라고 하면, 집에 가서 바로 먹을 것이고 남으면 내일 아침에 먹을 것이니 흠집이 있어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가 아주머니에게 "교회에 좀 나오시죠."라는 말에 두말없이 교회에 나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피할 수 없는 이 겨울을 견뎌야 하는 소시민들에게 공직자들이 나서서 따뜻한 저녁을 맞이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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