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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수구·꼴통 이미지 절감
김형오 총장, '북한정부' 발언 기자들의 거듭된 확인에 개탄
2004년 04월 25일 (일)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 김형오 한나라당 사무총장(가운데)이 25일 전여옥 대변인(왼쪽), 진영 대표비서실장과 함께 북한 룡천역 폭발참사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한나라당이 그동안 얼마나 수구·꼴통 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지, 이 자리에서 절감했다."

25일 오전 11시50분, 김형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북한 룡천역 폭발참사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대책을 발표한 뒤, 난처한 표정으로 천막당사 기자실을 빠져나가면서 한 말이다.

김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룡천역 열차폭발 참사로 인한 불의의 희생자와 피해주민 모두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하며 북한 정부에도 심심한 위로와 함께 조속한 피해복구가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북한 정부가 이틀만에 신속하게 사고 경위를 밝히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정부'라는 말에 거부감 없어"... "그동안에는 쓰지 않던 말"

 

 

"룡천역 폭발참사 인도적 지원 강구"

한나라, 대북 지원대책 발표

김형오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5일 북한 룡천역 폭발참사와 관련 "박근혜 대표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당 차원의 대북 지원책을 발표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이번 참사에 대한 지원은 적극적으로 하겠지만 현금 자체가 재난 상황에서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지금은 의료품이나 구호품 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기존 대북 현금지원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음은 한나라당이 발표한 대북 지원책이다.

▲ 정부의 신속한 구호품지원 및 구호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협력할 것임.
▲ 통일부는 차제에 체계적이고 실효성있는 구호활동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할 것. 국회에 승인을 요청해오면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것임.
▲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보다 의료인력을 긴급히 파견할 것.
▲한나라당은 대북 NGO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협력할 것임.
▲ 당 차원에서 국회의원, 당선자, 당직자, 당원을 대상으로 '룡천동포돕기 모금운동'을 전개할 것임.

문제는 김 총장이 사용한 '북한 정부'라는 용어가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생소한 표현이라는 데 있었다. 김 총장의 대북 지원책 발표가 끝나자 "북한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했던 한나라당내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이냐?",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냐?"는 등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총장은 "'북한 정부'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나는 아무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며 "벌써 남북 정상회담과 당국자 회담이 이뤄진 상황에서 북한과의 적대관계는 국가보안법 상에서만 쓰는 것이지, 인도적 관계에서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보수 단체에서도 쓰고 있다"고 답했다.

김 총장은 또 "한나라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하고 수구적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는 변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기자는 "한나라당은 그동안 '북한 정부'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며 "김 의원이 개인적으로 쓰는 것과 '사무총장 김형오'가 쓰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따졌다. 이에 김 총장은 "'북한 정부'라는 용어를 여러분들이 센세이셔널하게 받아들였다면 한나라당이 그동안 그렇게 수구·보수였다는 것이냐"며 당황해 했다.

이어 김 총장은 옆에 있던 전여옥 대변인을 돌아보며 "'북한 정부'라고 쓰는 게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라고 조언을 구했고,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앞으로 북한 문제를 유연하게 가져갈 것"이라며 "용어상의 큰 차이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기자는 "그동안 대북 관련 용어의 해석 차이를 가지고 문제를 삼은 것은 한나라당 아니냐"고 반박했고, 또 다른 기자는 "한나라당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재차 질문했다.

당 정체성 둘러싼 소장-보수파 격돌 예상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국가보안법 상에서는 북한이 국가가 아니지만, 남북교류협력법 상 북한은 국가,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동안 두 가지 잣대 속에서 살아왔고, 지금 말한 '북한 정부'는 국가보안법 상에서가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 상의 용어였다"고 해명했다.

한 기자는 김 총장을 향해 "모금운동 등 이 사안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정책이 똑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총장은 기자실을 나서며 "처음에 나는 '북한 정부'라는 용어에 대해 기자들이 왜 질문을 하는지 몰랐다"며 "그동안 얼마나 한나라당이 수구·꼴통 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지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김형오 총장의 대북 지원책 기자회견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은 단순히 '북한 정부'라는 용어의 해석차이로 촉발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오는 29, 30일 예정된 의원당선자 연찬회에서 당 정체성을 둘러싼 당내 소장파와 영남 보수 중진그룹간의 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총장의 기자회견은 그런 당내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한나라당은 기존 당론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 위해 이틀간 열리는 당선자 연찬회에서 당 정체성 재정립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진영 대표비서실장은 2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말로만 했지, 실질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겉모습만 새롭게 변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정책이나 당론 등을 새롭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 실장은 이어 "국가보안법에 대해 기존 당론이 '고수'였던 반면, 박근혜 대표는 일부 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며 "이와 같이 논란이 많은 부분에 대해 당론을 새롭게 모아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진 실장은 "(영남 보수 중진그룹 등)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과 토론하고 설득할 부분은 설득해서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당내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장파, '중도개혁' 지향...보수파 '당 정체성 재검토' 불만

이미 박근혜 대표는 지난 당 대표 경선 당시 '신보수', '신안보' 개념을 주창한 바 있다. 따라서 박 대표를 위시한 당내 소장파들이 전면에 나서 당 체질 개선 및 기존 노선에 대한 적지 않은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남경필·권영세·원희룡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들은 그동안 초선 당선자들과 접촉하면서 당의 개혁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 연찬회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나라당 노선이 그동안 지나치게 우편향적이었던 만큼 중도개혁 쪽으로 당의 정강·정책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전면 폐지는 아니지만 부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용갑 의원 등 '보수'를 자처하는 영남권 중진들은 당의 노선이나 정체성의 재검토 및 변화 움직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정을 비롯해 유연한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호 의원은 "시대 흐름이 진보쪽으로 가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정체성인 보수를 지켜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정당투표율 차이가 없었던 것에 국민의 뜻이 담겨있다"고 말해, 정체성 재정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형근 의원 역시 25일 오전 MBC TV 토론회에 출연 당내 일부 소장파들을 향해 "기회주의자"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4·15 총선 이후 당내 주도권 다툼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당 정체성 재정립 논란이 당선자 연찬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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