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부천예총 고문/조형작가/H.O.W 에듀팜 대표)                            

1992년 중동 신도시 조성과 함께 계획된 문예회관 건립은 20여 년 동안 소모적인 논쟁을 거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는 시민적 합의에 기초를 두지 않은 일방적 결정에 의한 잦은 정책 방향의 변경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 
 

▲ 김창섭 부천예총 고문 ⓒ부천타임즈

상동 영상단지로 옮기고자 했던 계획이나 화장장 건립과 관련하여 입지를 선정한 과정, 중앙공원의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과정을 거친 채, 최근 중동특별계획의 통합개발 방식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되다가 급기야 매각 방침이 결정되는 양상으로까지 오게 되었다.

오랜 기간 수차례에 걸친 변경과정에 과연 시민의 의견이 제대로 된 절차에 의해 반영되었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든다.
애초의 위치에 대한 시민적 이견은 없었으나 잦은 변경에 대한 실질적 의사결정의 주체가 불분명하여 늘 많은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다. 이에, 최근 발표된 대안 없는 매각 방침에 대하여 강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 문예회관은 건립되어야 한다.

문예회관의 건립이 정치적으로 대립되거나 주민의 갈등으로 부각되는 점이 우려 된다.
문화공간의 조성은 문화적 가치를 극대화하여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고 지역 예술 생태계를 풍부하게할 목적으로 조성되어야함이 마땅하다. 문화적 인프라가 자리 잡을 수 있는 문화공간의 조성은 필연적이나 그 기본적 조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채 방치되어온 문제점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공공의 문화시설은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의 문화적 거점역할을 수행하여 지역이나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의 기준이 된다. 부천의 문화 환경-문화공간의 조성은 많은 문화 인자들이 왕성한 의욕과 함께 활발한 예술 행위를 함으로써 시민과 함께 향유되는 공감대를 마련하는 장소이다.
 
국내 어느 지자체보다 문화적 가치를 드높이고자 했던 우리시에 작은 규모의 시, 군, 구에도 있는 문예회관이 없는 모순된 실정이며, 문화도시 부천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분위기 있는 문화공간에서 다양한 공연을 접하고, 즐기며 창작예술, 조형예술을 관람하고 문화적 담소를 누릴 수 있는 곳, 창조적 사고가 근간이 되는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후대들-청소년들의 창의력을 신장할 수 있는 그 기본적 조건을 갖춘 공간이 절실히 요구된다.

■ 효율적 건립 방안의 모색이 요구된다.

서울,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주변 도시들의 문화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치열한 각축 속에 놓여진 부천은 문화공간의 상대적 열악함 속에 방치되어 있다.
 
굳이 국내외의 많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인근 고양시의 어울림누리, 아람누리 등과 수많은 문화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수원시, 성남의 아트센터나 디자인센터, 부평구의 아트센터 들은 단지 하드웨어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인자, 인프라들을 수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30여 년 전에 세워져 문화적 효용성이 퇴색된 시민회관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문예회관 건립은 ‘보여 주는 곳’이 아닌 실질적으로 ‘채워지는 곳’으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2000 년을 전후하여 세워진 거대한 규모의 건립과 이에 따른 낭비적 사례들이 지적되어, 수요와 공급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한 효율적 건립 방안이 요구된다. 훌륭한 문화 사업이나 문화공간으로 외형적으로는 그럴듯한 문화도시를 만들 수는 있겠으나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진정한 문화도시라고 할 수 없다. 

이 글을 통해 문예회관의 성격이나 규모, 위치 등의 세부적 제안을 할 생각은 아니나 작지만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의정부 예술의 전당이나 노원문예회관 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예회관이 효율적으로 건립되어 문화를 향유하는 시민들이 모여들고 분위기가 형성되고 주변 상권이 변화되어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고 주변 상권 또한 활기를 얻어가는 곳, 그 곳이 부천의 명소로 자리 잡는 모습을 기대한다.

■ 문예회관 건립은 찬, 반의 관점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지역 문예회관의 핵심은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이 바라고 동의하며 긍정적 참여를 이끌어 가는 공감대를 이루는 문화적 현상 속에 문화도시가 있고 결실을 맺는 문예회관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다양한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합리적 절차에 따른 건립 의지를 밝혀야 한다.문화가 담길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공간이 없는 곳에서 어떤 문화가 생성될 수 있기를 바라는가?

문예회관 건립은 건립에 대한 찬, 반의 논점이 아니다.부지 매각이 우선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바탕으로 한  대안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예회관 부지 일대는 지금도 문예로로 명기되어 있으며 문화의 거리 조성계획과 함께 발표된 공원, 도로 등과 같은 개념의  시민의 재산이다. 정책의 방향은 일관성이 있어야하며 예측 가능해야 한다. 결코 정치, 경제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일관된 추진의지가 보이지 않는 일방적 결정은 문화 환경 조성에 대한 철학적 의지의 실종이며 이는 부천의 미래 비전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이제 또 다시 표류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문예회관은 건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