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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칼럼] '악마의 옹호자'를 받아들이자
2015년 07월 31일 (금) 06:46:12 김인규 kimhope10@hanmail.net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최근 부천시에서 뒤숭숭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여 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유일한 노른자위 땅, 시청 옆 호텔 부지와 문예회관 부지를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65층짜리 아파트를 지어 문예회관도 들이고  개발 이익금을 구 시가지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이와 관련 주변 아파트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대단위 토목사업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급기야 부천시 의회에서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과 정파를 떠나 시의원 두 분도 가세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대단위 사업인 만큼 충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강행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 건과 관련해 바로 당정 회의를 소집하고 오는 8월 6일,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임시회의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임시회의를 열기 전에 국회의원의 요구로 이틀에 걸쳐 구별로 주민 설명회를 갖기로 했다고 한다.

시장의 의지는 간단하다. 시 재정이 날로 어려워져 땅을 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으로, 한정된 토지 위에 고층 건물을 짓는 조건으로 땅을 비싸게 팔아 문예회관도 건립하고 남는 돈으로 구 시가지를 지원한다는 것. 그렇다면 진작 충분한 설명을 해야 했다. 예상 수입은 어느 정도로 구 시가지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기에 일이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시중에 떠도는 말로는, 개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개인 소유 상가 블록까지 포함해야 하는 계획으로 토지와 상가 소유자들 중에 현직 시의원도 있고, 알박기로 임대한 상인들의 재계약도 불허하여 건물 공동화를 의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장과 같은 당 소속 시의원들의 적극 찬성이 더 이상하게 보인다고들 한다. 이런 소문들이 나도는 상황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함은 분명하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뒤늦게나마 주민 설명회를 구별로 한다는데, 먼저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앞이나 뒤의 조망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해줘야 한다. 둘째, 지금이 마지막 노른자위 땅을 팔아야 하는 골든타임인가? 셋째, 효과적인 집단 의사 결정 기법 중 '악마의 옹호자'라는 반대론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가? 넷째, 시 재정이 정말 어려워 다른 방법이 없다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바가 있는가? 마지막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부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될 터인데 어떤 상징성 있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세우기로 결정했을 때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에펠탑은 전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고, 파리 시민들은 안개가 끼어 에펠탑을 보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에펠탑 증후군까지 생겼다고 한다. 과연 부천시는 이런 모습을 그려 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악마의 옹호자'는 천주교 성인 추대에서 추천된 후보가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주장토록 공식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을 '악마'라고 부른데서 기인한다. 이 기법은 비용도 적게 들고,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 효과가 뛰어나 해외에서 잘 나가는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의사 결정 방법이다. 이 방법을 우리도 적용해 반론자들을 선정하여 시민들이 잘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급함을 버리고 차분하게 추진했으면 한다.

'화무십일홍 세불십년장'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이면 시들고, 긴 권세도 십년 못 간다는 중국의 시구가 떠오른다.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모두 부천 시민이 뽑아준 일시적인 자리임을 명심하고 진실로 시민을 위하는 일이라면 '악마의 옹호자'에게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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