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플래닝: 배국남 기자

최근 두 연예인이 지상의 무대를 떠났다. 그들이 살아 생전 대중에게 주었던 기쁨과 즐거움에 비하면 마지막 하늘로 가는 길에 그들에게 보내는 대중의 시선은 너무 싸늘하기만 하다. 차가운 것은 대중의 시선만이 아니다. 대중매체도, 대중문화 종사자도,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탤런트 이미경(향년 44세)과 영화배우 독고성(향년 74세)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면서 나의 시선은 제임스 딘의 분홍색 묘비가 있는 미국 인디아나의 페어몬트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안장된 테네시의 그레이스랜드로 향한다. 거기에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의 참배 행렬과 생전에 보냈던 팬들의 사랑이 여전한 강도로 진동하고 있다.

물론 이미경과 독고성의 스타성과 인기 그리고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제임스 딘과 엘비스 프레슬리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대중의 연예인에 대한 평상시의 인식과 자세이다. 코미디언 이주일이 2002년 이땅의 웃음의 무대를 퇴장할 때 그의 여전한 인기도와 금연 바람이 일어 그의 죽음에 파격적인(?)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또한 그의 웃음의 편린들을 찾을 곳은 아무 데도 없다. 1960~70년대 스크린의 최고의 스타였던 최무룡, 박노식의 죽음도 대중의 시선밖에 있었고 LA에서 쓸쓸하게 죽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우리 국민이면 수없이 불러봤을 ‘두만강’의 가수 김정구의 마지막 가는 길도 그랬다.

지상과 고별을 고하는 연예인에게 보내는 대중의 시선만이 차가운 것은 아니다. 대중매체와 전문가들의 관심도 그렇다. 온갖 스캔들(추문)이나 있지도 않은 열애설 관련 기사에는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그들의 죽음앞에서 그들의 삶과 연기 또는 노래를 조명하는 변변한 부음기사(Obituary)쓰는 것조차 인색하다.

미국의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가 사망했을 때 세계적 권위지 뉴욕 타임스는 1면 주요 기사로 다루며 그의 연기세계를 장문으로 조망했으며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했을 때에는 미국의 대부분의 방송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그의 죽음을 알린데 이어 추모방송을 내보냈으며 대부분의 신문은 ‘왕이 죽었다’는 제목의 기사들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감독이 사망했을 때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등 주요 신문 등은 1면에서 사회면까지 6~7면에 달하는 지면에 그의 영화세계와 반응을 상세하게 다뤘다.

이뿐이겠는가. 대중문화 전문가나 애호가들은 스타의 박물관 등을 만들어 대중문화 연구나 대중문화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알 수 있게 만들어 대중문화의 질을 높이는 전당으로 삼고 있다. 연예인 한 사람이 대중문화의 역사이자 생생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변변한 대중문화 박물관 하나 없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대조된다.
우리가 생전에 우리 스타들에게 보내는 팬들의 환호와 열정, 그리고 사랑은 여느 나라의 스타 못지않다. 훨씬 더 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기가 사라지면 팬들은 스타를 떠나고 그리고 잊는다. 냄비 근성을 유감없이 보이는 것은 대중매체가 더 심하다.

이같은 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이중적 시각, 즉 한편으로 선망하면서도 한편으로 ‘딴따라’로 경원시하는 풍조 때문이다. 연예인을 광대라 무시하는 전통 유교적 인식의 엄존, 대중문화에 대한 낮은 평가, 대중 연예인의 부정적 보도의 범람 등으로 연예인의 인식은 매우 낮다.

또한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가 연예인의 죽음이 젊은 스타의 활동보다는 상업적 가치가 없다는 지극히 말초적인 인식(독자나 시청자를 끌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연예인의 평상시의 부정적인 활동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중문화와 연예인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재평가 작업을 해야한다. 그리고 지상의 무대를 떠나는 길에 애정의 시선을 보내자. 그러면 우리의 대중문화와 스타의 역사는 단절되지 않고 한차원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