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공연기획 연출가, 화가, 사진작가, TV토크쇼 사회자, 라디오 DJ, 요리평론 등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는 무라카미 류는 13세라는 나이를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표현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유망한 500여종의 직업을 소개하고 에세이를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1월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80만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 요리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푸드 코디네이터부터 파티셰, 바리스타, 맥주 마이스터 등의 직업을 택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류의 주장은 한국에서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기업 간 치열한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굳어지면서, 한국이나 일본이나 '평생 직장'의 신화는 깨어진 지 오래다.

부모나 교사나 명문대 진학을 권하고 이른바 '좋은 직장'에 일자리를 얻으라고 말하는 것은 이들 역시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류는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지금까지 사는 방법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 외의 사는 방법을 모른다"고 단언한다.

중학교 시절, 학교에 반항한다며 매일같이 매를 맞으며 자란 류는,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른의 역할은 어린이들의 이런 마음을 해치지 않으면서 스스로 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보기를 제시하는 것. 그래서 류는 '꽃과 나무가 좋다' '불과 불꽃과 연기가 좋다' '춤이 좋다' '텔레비젼과 라디오가 좋다' 등 호기심의 대상에 따라 관련 직업을 분류해 제시한다.

토피어리 디자이너, 애니멀 테라피스트,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보디 디자이너, 바리스타, 맥주 마이스터 등 새로이 등장한 유망 일자리가 등장한다. 전쟁, 야한 것, 싸움과 같은 '나쁜 짓' 말고는 좋아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따로 페이지가 마련됐다.

각 직업군의 세계를 풀이하는 류의 에세이에는 TV 출연, 글쓰기, 해외 여행, 영화 작업 등 그만의 다양한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외국어를 여러 개 마스터한 사람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견해에서는 '세계인'을 지향하는 그 특유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한국어판은 일본어판에 등장한 직업들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