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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음악 한우물판 자유인, 정치 안 한다"
2004년 04월 08일 (목)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기자    
 
"난 정치인감이 안 된다. 정치도 모른다. 노래도 아무나 못하는 것처럼 정치인도 타고나야 한다. 내가 왜 구속된 삶을 택하나. 난 자유인이 좋다. 나는 36년간 한 우물만 파서 이제야 물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물을 다시 파서 언제 물이 나오겠나? 거저 시켜도 할 수 없다."

   
▲ 6일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조용필씨. ⓒ2004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국민가수' 조용필(53)씨의 기자간담회 자리. 때가 때인 만큼 기자들은 조씨의 정치권 진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조씨는 정치권 진입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그의 말에는 힘이 넘쳤다.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조씨는 "교수 등 다른 일을 하다 정치권으로 간 사람이나 돈 좀 있다고 정치하는 사람을 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조금 그렇다"며 이름과 돈만으로 정치계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는 오는 5월부터 시작하는 '필앤필(Pil&Feel) 2004' 공연에 앞서 마련된 자리다. 지난 주 일간지와 스포츠지 기자들과 만났던 조씨는 6일 저녁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방송사와 통신사 등 10여명의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매우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은 내용에 상관 없이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냈고 조씨는 때론 간단하게 때론 자세히, 솔직하고도 거침 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독특한 손짓과 함께 다양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끈 것이 인상깊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는 특히 공연과 뮤지컬, 정치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또 사생활에 대한 일명 '카더라'표 소문에 대한 확인도 이어졌다.

 "새로운 무대 보지 않으면 발전 없다"

조용필씨가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오후 7시 30분. 조씨는 "안녕하세요"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자리를 잡았다. 옅은 회색 스웨터 안에 깃 세운 노란 티셔츠를 입은 조씨와의 대화는 이번 공연에 대한 것으로 시작했다.

"일단 봄이고, 정치며 경제며 어수선하기 때문에 국민들 마음도 그럴 테고, 특히 총선 끝나면 말들이 많을 것 아닌가. 그래서 이번 공연은 밝게 가려 한다. 선곡 빠르고 강한 비트를 중심으로 할 것이다."

5월 1일 서울을 시작으로 6월 20일까지 전국 투어를 하게 될 조씨의 이번 공연은 '젊음과 열정'이 주제. 젊은층 공략을 위해 조씨는 기존의 히트곡 중 빠른 곡들과 80년대 팝송을 위주로 공연을 꾸밀 것이라고 한다.

조씨는 90년대 들어 텔레비전 출연은 거의 하지 않고 매년 35회에서 40회 가까이 공연을 해왔다. 최근에는 매 공연 매진행진이다. 특히 99년 시작한 예술의전당 공연은 첫해 4회를 시작으로 지난해는 9회까지 횟수를 늘렸는데도 표는 일찌감치 다 팔렸다고.

"텔레비전 안하고 공연만 한 뒤, 처음 3년은 고생했다. 특히 '사라졌다' '한물 갔다'는 식의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96년부터 사정이 좋아졌다. 특히 작년 35주년 기념공연은 굉장한 빗속에서 진행됐는데도 유료 관중만 4만 5천명이 왔다. 개구멍을 통해 들어온 사람까지 더하면 5만 3천명은 될 것이다.(서울시 등에서 입장시킨 무료 관객이 8천여명이었다고) 무대 조명 100개 중 38개가 나가는 등 악천후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것에 고마웠다."

조씨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어져온 이유는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늘 새로운 공연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최근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여러 쇼들을 접했다고 한다. 또 미국과 영국의 공연 등이 담긴 비디오를 통해 새로운 무대를 접하기도 한다.

조씨의 공연은 다양한 공연 이벤트들이 준비된다. 곡마다 무대가 바뀐 적도 있고 뮤지컬적인 요소를 도입해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2000년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 만들어진 '필'(弼)자 모양의 대형 장치가 회전해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조씨에게는 고민이 있다.

"콘서트는 음악으로 관객과 호흡하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음악 이외의 이벤트적인 요소)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자주 하다보니 색다른 요소를 도입하고 싶고 놀라게 하고 싶기도 하다. 잘못하면 이벤트에 묻혀 가수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셀린느 디옹의 콘서트를 봤는데 가수가 말을 많이 하고 나중엔 너무 화려해 가수는 안보이더라. 보기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공연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안하고 노래만 했다. 앙코르 2번째 곡을 부를 때야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다'고 첫말을 건넨 적도 있다. 내겐 풀어야 할 숙제다."

80년대 초반, 사회적 메시지 담은 음악 선보이려다 실패
대화의 주제는 조씨의 활동이 한창이었던 70·80년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음악 얘기가 나오자 조씨는 하며 더욱 활발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였다.

- 샌드페블즈, 건아들, 휘버스, 구창모, 송골매 등이 참가하는 '추억의 빅콘서트 7080'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오는 10일,11일 열릴 예정)
"좋지 않나? 나이가 중년, 노년인 사람들은 텔레비전 보며 소외감 느낀다. 젊었을 때 좋아했던 음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장 그룹 공연에서 50대 부부가 눈감고 눈물 흘리는 것을 봤다. 노래는 당시 상태 그대로를 정지상태로 보여준다. 작년 잠실 35주년 공연에서도 느꼈다."

- 음악 하면서 어느 때가 가장 좋았나?
"아무래도 처음 시작할 때가..."

- 처음 음악 할 때, 최고 기타리스트는 신중현씨였다. 혹시 본인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나 역시 기타리스트 출신이다. 기타쟁이였다. 그때 최고라기보다... 같은 미 8군 출신으로 서로 파가 달랐다. 서로 '저건 아니다'라고 했으니까.(웃음) 난 그룹에서 한 사람만 튀어서는 팀워크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팀이 강해야 한다고 여겼다."

조씨의 이런 생각은 25년째 계속되고 있는 그의 그룹 '위대한 탄생'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5명의 연주자 중 3명이 10년 근속을 하는 등 그룹의 리더로서 조씨는 팀원들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처럼 록과 소울 등 미국음악으로 출발한 조씨는 76년 트로트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인기가수 대열에 합류한 뒤 대마초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후 본격적으로 '장르 백화점'(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씨 표현)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록, 발라드, 뉴웨이브, 소울, 동요, 민요까지 다양한 영역의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판소리 요소를 도입하기도 했는데.

"내 목소리는 굉장히 미성이었다. 그게 큰 불만이었다. 그런 목소리로 정통 록과 소울을 못했다. 컨트리나 이태리 칸소네 정도 할 목소리였다. 그런데 '수박 겉 핥기'였지만 판소리를 한 뒤 목소리가 탁하게 변했다. 그러고 보니 안 해본 장르가 없는 것 같다."

- 혹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 노래해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
"음악엔 장르가 있다. 트로트를 하는 가수도, 사랑만을 소재로 삼는 가수도, 록커도 있을 수 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 노래하는 가수도 있다. 다만 멋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가지고 임해야 의미가 있다. 그런 것에 평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느닷없이 사회적이 가사를 들고 나온다면 시선 모으기밖에 안된다.

사실 80년대 초반 '생명' '한강'이란 사회성 짙은 노래를 만든 적이 있다. 군인이 왜 정치를 하는지. '광주민주화운동' 등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생명의 존엄성을 얘기하는 곡을 만들었는데 혼났다. 결국 나오지 못했다. 아마 가사 중 '짚신신고 오토바이 타네' 등의 내용이 있었을 것이다."(웃음)

 히트곡 담은 뮤지컬 준비

최근 조씨의 최대 관심사는 뮤지컬인 듯하다. 지난 92년. 조씨는 2년간 준비했던 '서울신화'란 뮤지컬을 선보이려 했다. 당시 팀과 함께 뉴욕에서 1달간 합숙을 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익혔고 예술의 전당에서는 36일 동안 빌려준다고 약속도 받은 상태. 하지만 완성 단계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대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막이 오르는 뮤지컬은 대부분 수입작품이다. 물론 명성황후도 있지만. 우리나라 창작극도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 일본의 관계자들과 만나서도 아시아를 넘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도 조심스럽게 뮤지컬을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예전의 아픔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다. 뮤지컬 배우를 키우는 건 할 수 있다. 줄거리가 어려워서 언제인지 장담할 수 없을 뿐이다. 내 인생의 실패작으로 오점을 남길 수는 없지 않은가."

정신 없이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지나갔다. 조용필씨는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만남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자주 보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음식점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에 간담회 때 묻지 못한 질문이 떠올랐다. 바로 지난해 세상을 뜬 부인 안진현씨에 대한 것이었다.

- 운동은 좀 하는가?
"운동기구를 집에 들여놓고 있어요. 그리고 골프는 15년 정도 됐어요. 그리고 일요일엔 항상 필드에 나갑니다. 우리 아줌마가 안 오기 때문에 밖에 있어야지 집에 있으면..."(웃음)
 

 

 

"조용필씨 궁금해요"


6일 조씨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기자들은 조씨에게 주량과 흡연량을 필두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묻기도 했다.

- 주량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요즘엔 많이 마시지 않는다. 친구들과 자리를 하면 꼭 안마시는 애들이 있다. 요샌 마시자는 분위기가 아니다. 좋아하는 술은 위스키다."

- 담배를 하루 4갑 피운다는 소문이. 또 담배를 일부러 잘라서 가지고 다닌다는 소문도.
"매일 다르다. 믹싱할 때나 음악 들어갈 때는 최고 2갑 반 정도 피운다. 담배를 잘라서 피운 적은 있어도 일부러 그렇게 가지고 다니진 않는다. 다만 한번 피울 때 많이 빨지 않는다."(모임을 마친 뒤, 조씨 재떨이에는 긴 장초들이 남아 있었다.)

- 인터넷은 하는가?
"신문은 인터넷 통해서 본다. 네이버 보면 주욱 나와 있지 않는가."

- 공연에서 가사를 잊어버리는 경우 어떻게 하나?
"약간 틀리면 넘어 가고, 한 줄 전체를 잊어버리면 '또 틀렸네'하고 그냥 간다. 특별히 관객에게 마이크 돌리거나 그렇게 하진 않는다."

- 목소리는 어디까지 올라가나?
"기타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긴 것은 3옥타브 6 정도인데 난 한창일 때 3옥타브 5에서 7까지 올라갔다."

- 공연할 때 스태프는 어느 정도인가?
"대략 130명 정도 우리 식구가 있다. 물론 작년 잠실 운동장 공연에서는 3천여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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