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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르크의 칼, 한민공조 책임자 겨눈다
[분석] 재공천 놓고 추미애-당권파 '3일 전쟁'에 돌입
2004년 03월 29일 (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 ▲ 지난 26일 추미애 의원은 '조순형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틀 뒤인 28일 그는 조 대표 사퇴를 철회한 대신 '재공천' 등 당 운영권을 위임받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마이뉴스:이한기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북핵, 북핵' 하는데 북핵보다 더 위험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사람이 조순형 의원이다. 노 대통령이 북핵만큼이나 조 의원도 잘 달래야 할 것 같다."

지난해 2월, 대통령 취임을 며칠 앞두고 북핵 관련 방미 대표단으로 미국에 다녀온 추미애 의원이 기자와 만나 농반진반 한 이야기다. '조순형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섭섭한 게 있는지 부쩍 쓴소리가 늘었다'고 하자, 추 의원이 조건반사적으로 던진 뼈 있는 답변이다.

그로부터 1년 여가 흐른 3월말, 추미애 의원은 '북핵보다 더 위험한' 조순형 대표와 맞부닥쳤다. 두 사람 간의 팽팽한 대결은 표면상 무승부로 기록됐다. 조 대표는 사퇴하지 않고 대표직을 유지하지만 '머리털 깎인 삼손'이 됐고, 추 의원은 단독 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의 자리다.

추미애 "민주당은 '씻김굿' 필요"...
당권파·정통모임·후단협 등 겨냥

29일 현재 총선은 D-18일. 후보 등록 시작일인 31일까지는 이틀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늦추고 늦추었던 선대위는 가까스로 후보 등록일 바로 전날인 30일에 발족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선대위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벼랑끝 일정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추 의원은 28일 단독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는 자리에서 "(조순형 대표로부터) 선대위원장으로서 당 운영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당의 정체성과 역행하는 그런 공천이 있다고 한다면 재검토하고 재심사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사실상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조순형 대표의 사퇴를 거듭 주장하면서 버텨왔던 추 의원은 28일 끝내 '조 대표 사퇴' 주장을 철회하면서도, '재공천'을 포함한 당 운영권을 선대위원장의 몫으로 관철시켰다. 이는 추 의원에게 재공천 등 당 전반에 관한 운영권이 조 대표의 사퇴 건을 상쇄시킬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지난 26일 조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도 추 의원은 "이 상태로 지지부진하게 후보 등록 시간이 닥치고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나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실종시킨데 책임있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책임을 묻고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각오가 서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대표를 에워싸고 탄핵을 압박한 분들에게 분명히 책임이 있다"며 "선대위원장을 누가 맡든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은 '씻김굿'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그는 "(대통령 탄핵 관련) 한민공조는 많은 지지자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만 주었을 뿐이고,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한민공조에 있다"며 "한민공조를 주도한 분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에도 추 의원은 '공천혁명은 선대위의 필요조건'이라며 "민주당 후보를 내고도 다른 당 후보에게 부역한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도 지키지 않은 분과 분당에 핵심적인 책임있는 분들에 대한 공천은 절대 불가하고 철회되어야 한다"며 후단협과 정통모임 등 구파를 직접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추 의원은 탄핵과 관련해 한민공조를 능동적으로 수행하고 주도한 인사들의 공천 배제는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그는 그동안 민주당의 정체성을 실종시켜 지금의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사람들도 한민공조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와 같은 '씻김굿' 없이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고 총선 참패가 명약관화하다는 위기의식이다.

일각에서는 추 의원이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때에 이미 '재공천'의 범위와 폭, 반발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가다듬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때문에 최종 후보등록일인 4월 1일 전까지 남은 2, 3일 동안 민주당은 재공천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폭발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재공천과 관련, 추미애 의원과의 일전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표적인 인사들로는 탄핵 한민공조를 성공시켰던 원내 사령탑이자 지난 대선 후단협 멤버였던 유용태 의원과 당권파인 강운태 사무총장, 후단협 멤버이자 분당 책임론의 또 다른 당사자로 거명되던 정통모임의 박상천·정균환 의원 등이다. 이밖에도 '호남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됐던 일부 중진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상천 "탄핵 철회하면 우리당 2중대"... 유용태 "현실적으로 재공천 불가능"

 

 추미애 의원이 당권과 선대위를 모두 관할하게 되자, 기존의 당권파와 후단협·정통모임 등 구파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자칫 눈 깜짝할 사이에 본선에도 나가지 못하고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도 사활을 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6일 추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기 전 박상천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순형 대표 퇴진 반대'와 '탄핵 정당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박 의원은 "(탄핵 철회는) 민주당의 과오를 인정하고 열린우리당의 주장을 추종하는 것으로 비쳐져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2중대로 인식돼 감표 요인이 될 것"이라며 "탄핵을 철회하게 되면 탄핵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지를 철회할 것이고, 탄핵 반대자들은 시종일관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것이기에 양쪽으로부터 다 표가 떨어진다"고 현실론을 폈다.

이어 박 의원은 "추미애 의원이 주장한 재공천이 사실상 정통모임의 지도급 인사를 배제시키려는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민주당을 지키는 게 공천을 철회할 만큼 중요한 문제냐"며 "그런 논리는 민주당 해체론인데, 당을 해체하면 누가 표를 주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추 의원의 선대위원장 체제를 반대하느냐'는 물음에는 "나를 그렇게 속 좁은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고 비껴갔다.

추 의원이 단독 선대위원장을 수락했던 28일 오후에는 원내대표이자 후단협·정통모임·당권파를 고루 거쳤던 유용태 의원이 '재공천 불가론'을 펴며 추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공천을 재검토하게 되면)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부작용이 많을뿐더러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려워 절대 불가능하다"며 "후보 등록일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2∼3일 안에 어떻게 공천심사위에서 심사하고 새로운 사람을 물색하고 확정하는 등의 일을 모두 마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추 의원의 탄핵 사과'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추 의원이 그렇게 말했을 리가 없다"면서도 거듭된 질문에 "자꾸 그런 얘기를… 당이 잘 되도록 성원해줘야지, 괜히 딴지 걸고 그러지 말라"며 애써 부인했다. 이어 그는 "당이 화해하고 화합하기로 했으니 그 쪽 얘기만 하자"고 화제를 돌렸다.

추미애-당권파 사활을 건 '3일 전쟁' 돌입

선대위원장 수락을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세기로 소문난 추 의원이 3일 동안 두 차례나 국민들께 사죄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 28일 선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는 "민주당이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제가 먼저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탄핵역풍 속에서 돌팔매를 맞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정책과 인물선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추 의원은 "민심을 추스르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탄핵은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이고 후보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탄핵정국과 한민공조로 성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권파 등 옛 지도부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놓고 추 의원이 장고를 거듭하던 지난 24일 한 측근은 "계백장군이 황산벌 전투에 나가는데, 청동검을 쥐어주는 게 아니라 청동거울을 주는 꼴이다, 칼이 아닌 거울을 갖고 무슨 전투를 치르겠느냐"고 실권 없는 얼굴 마담으로 절대 나서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칼의 위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적어도 추 의원은 청동검을 부여받았다. 그 칼로 제일 먼저 민주당의 환부를 도려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추 의원이 초미의 관심사인 '재공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미애 의원이나 당권파 모두 사활을 건 '3일 전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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