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 진주경남 정봉갑 기자

며칠전(3월24일) 상경길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 인사동거리 허술한 건물의 좁디 좁은 공간 귀천(歸天)을 찾아갔습니다.
천상병(千祥炳) 시인...그는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출생했으며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 4년 중퇴했습니다.

1949년 마산중학 5학년 때, 《죽순(竹筍)》 11집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추천받았고, 1952년 문예(文藝) 에 <강물> <갈매기> 등을 추천받은 후 여러 문예지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했습니다.

1967년 7월 동베를린공작단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루기도 했으며, 가난 ·무직 ·방탕 ·주벽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습니다.

1971년 가을 문우들이 주선해서 내준 제1시집 《새》는 그가 소식도 없이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그의 생사를 몰라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고,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또는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으로 불리던 그는 지병인 간경병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주막에서》 《귀천(歸天)》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등의 시집과 산문집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림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등이 있으며, 미망인 목순옥(睦順玉)이 1993년 8월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라는 글모음집을 펴내면서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를 함께 펴냈습니다.

▲ ⓒ 부천타임즈 정봉갑 기자

진주에서 상경한 촌놈으로서는 스쳐 지나가기 쉽상인 작은 간판의 좁은 골목 안에 귀천(歸天)이 있었습니다.

▲ ⓒ부천타임즈 정봉갑 기자

4~5평 남짓한 찻집 안에는 조명도 어둑했는데, 그 공간에는 千祥炳님을 기리는 젊은 연인들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밀어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 ⓒ부천타임즈 정봉갑 기자

손부채에 기재된 매실차를 주문했는데, 오랜 시간 천천히 마시라고 그랬는지 찻잔이 엄청커서 맥주컵으로 3컵은 족히 되었습니다.

▲ ⓒ부천타임즈 정봉갑 기자

귀천을 찾은 어떤 작가분이 전시회를 마친 작품을 이곳에 두고간 것이라 합니다.

▲ ⓒ부천타임즈 정봉갑 기자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부천타임즈 정봉갑 기자

천상병님의 시 한편  소개합니다.

나는 행복(幸福)합니다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幸福)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세살이니
부지런한 게 싫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제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最高)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幸福).

텔레비젼의 희극(喜劇)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랑병(炳)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