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동(시인/부천만화정보센터 상임이사)

 꼭 만화가를 떠나서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코주부 김성환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신문시사만화 분야에서는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1932년,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나셨으며 서울로 와 학교를 다니셨다.

지금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되는 경복 중학교 5학년 때인 1949년, 당시 ‘연합신문’에 <멍텅구리>라는 만화를 연재하면서 일찍이 만화계에 데뷔했다. 이어 발발한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창작활동을 지속했고, 1955년 2월1일 동아일보에 <고바우 영감>을 연재하면서 명실공히 시사만화작가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고바우 영감>은 당시 힘없고 가난한 서민을 대변하는 캐릭터로서 자유당정권 말기부터 오랜 기간 동안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던 주인공이다.

그러나 세인의 사랑을 받은 만큼 시기와 질투도 많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유와 압력도 많았다고 한다. 김성환 선생님은 또 동, 서양화를 비롯한 회화에도 조예가 깊을 뿐 아니라 취미인 우표수집에서도 1인자로 통할만큼 대단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다. 지난 2000년 9월 29일 문화일보에 1만4천139회 연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고바우 영감>은 단일 작가의 신문연재 기록으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선생님의 초기 만화중 하나이다. 1954년에 발행된 ‘세태만상(219쪽, 신창사)’에 실린 것인데 요즘 봐도 참 의미가 깊다. 고장 난 의자의 스프링을 고치려다가 도리어 튀어나온 스프링에 꽁꽁 묶여 아연해 하고 있는 고바우 영감의 모습이 참으로 해학적이면서도 컷 속의 여백으로 전달하는 멧세지가 자못 의미 심장하다.

 대통령의 실정을 고치려다가 스스로의 족쇄에 걸려 이도 저도 못하는 작금의 야당 정치권 현상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