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성규(dangun76) 기자     
 
17대 총선을 앞두고 YTN이 한국 케이블티비 협회와 공동으로 25일 오후 3시부터 개최할 예정이던 5당 대표 토론회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불참으로 무산돼 불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의장의 토론 불참논란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열린우리당 쪽은 자민련의 토론 참여자가 격에 맞지않고 진행 형식 또한 불공평해 불참하게 됐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으나, 다소 궁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동영 의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신임 대표와의 맞대결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는 25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정 의장의 5당 대표 정책토론회 참석을 안건으로 상정, 논의를 진행했으나 상임중앙위원 대다수가 "자민련이 김종필 총재 대신 김학원 의원을 내보낸다고 하는 만큼 신기남 선대본부장이 출연하는 것이 좋겠다"며 정 의장의 출연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상임중앙위원은 "탄핵 문제와 관련해 1:4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자민련 쪽이 주최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정 의장 쪽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불참통보를 받은 YTN 등 주최측은 "국민과의 약속인만큼 참석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하면서 "자민련측 참석자가 문제가 된다면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 의장은 끝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의장쪽 "대표 참석 강제사항 아닌데다 1:1 맞붙는 형식 아니어서 불참"

정동영 의장의 한 측근은 "당 대표 참석이 강제사항이 아닌데다 토론회 형식에 대표들끼리 1:1로 맞붙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 않아 불참하게 됐다"며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5당 대표 토론회를 하기로 했는데, 참석자 자격이 당 대표나 선대위원장으로 돼 있었다. 주측쪽에서 어젯밤 논의를 하다가 오늘(25일) 김종필 총재가 김학원을 내보내겠다고 통보해왔다고 했다. 게다가 당 대표의 참석이 강제사항이 아닌데다 토론회 형식에 1:1로 맞붙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최근 탄핵문제에 대해 (야 3당 대표에게) 강력히 항의도 하고 문책도하고 사과도 제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1분씩 질문에 답하는 너무 평범한 형식이었다. 이같은 방식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굳이 당 의장이 나갈 필요 있느냐고 고심한 끝에 신기남 쪽으로 간다고 했다. 그러니 주최측이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

이에 대해 대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던 한나라당 쪽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 의장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전여옥 대변인은 "정동영 의장이 박 대표를 나오라고 요구한 바 있었는데 안나오겠다고 하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12시10분쯤 박근혜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 대표는 아침에 정 의장이 한다 안한다며 계속 말을 바꿨다고 말하더라. 박 대표는 정동영 의장이 나오면 이미 약속한 사항이므로 당연히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없어서 유감스럽다고 했다. 2시에 최종 무산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 정동영 의장도 그렇고 자민련도 나오지 않았고, 조순형 대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표는 정동영 의장이 그래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더 이상은 말할 내용이 없다는 게 현재 당의 입장이다. 한 마디로 대변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박근혜 대표와 정면대결 당분간 피하겠다는 전략

정 의장이 이날 토론회에 불참한 것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박 대표와의 만남을 당분간 피하는 것이 선거 전략상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정 의장의 때이른 박 대표와의 정면대결이 자칫 TK 지역 정서를 자극해 이 지역 열린우리당 지지율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의장 대신 상임중앙위원들이 이날 오전부터 박 대표의 97년, 2002년 대선 당시의 행보를 거론하며 "차떼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편 25일 오전 7시30분 개최됐던 매일경제 창간기념식에도 정 의장은 "오후에 있을 토론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