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마음은 아직 꽁꽁 얼어 있지만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역설적으로 반영하듯 올 봄 패션계는 화사한 꽃 무늬가 점령했다. 패션에 내려 앉은 꽃을 감상하며 정치에 빼앗겼던 봄을 되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디자이너 이영주 씨는 자신의 청담동 매장에서'에너지 오브 네이처(Energy of Nature)'라는 주제로, 지난 주 초 작은 살롱쇼를 열었다. 은은한 꽃냄새가 봄 정취를 더한 이날 쇼에서 이 씨는 핑크색 트위드 재킷, 아이보리색 원피스 등 어두운 컬러를 버리고 부드럽고 달콤한 색으로 새봄을 제안했다. 화사한 색상 외에도 꽃무늬 프린트와 바람에 날릴 듯 얇은 시폰 소재가 우아한 여성미를 뽐내게 했다.

국내 디자이너뿐 아니라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컬렉션 등에서 선보인 2004년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은 복고 스타일의 우아하고 로맨틱한 여성미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컬렉션이 밝고 경쾌한 바탕색에 프릴, 러플, 리본, 코사지, 주름 등 여성스러운 장식으로 가득했다.

▒ '꽃무늬=촌스럽다'

편견은 깨라. 올 봄에는 정말 꽃무늬를 피하고서는 옷을 고를 수 없다. 크고 화려한 꽃은 물론이고 작은 들풀까지 종류별로 온갖 꽃무늬들이 '대혼란'을 이룬다. 이 외에도 넓은 야자수잎 무늬, 에트로나 미소니처럼 꽃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프린트도 유행이다.

▒  봄은 색으로 말한다

봄은 색의 계절굨 순수한 화이트가 메인 컬러로 등장했지만 이와 함께 옐로, 핑크, 옐로그린, 스카이블루 등 향기로운 꽃과 상큼한 과일을 연상시키는 색들도 강세다. 푸른 계열은 청명한 아쿠아 계열이 강세, 그린 계열도 쿨 그린이 많이 보인다. 특히 블랙이 사라진 자리에 파스텔 컬러보다 좀더 진하고 강렬한 장미색, 레몬색, 바나나 빛의 노란색, 오렌지색, 푸른 사과색 등 꽃과 열매에서 모티브를 딴 컬러가 봄맞이에 나섰다.

▒  여성은 바람을 타고

소재 역시 자연주의의 영향으로 코튼, 실크, 리넨 등 가벼운 천연 소재들과 시폰, 새틴처럼 얇고 부드러운 소재들을 사용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실크 새틴은 특유의 광택과 움직임에 따라 실루엣을 살려주는 소재.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에나 사용될 것 같던 새틴 소재가 바지나 재킷, 심지어 점퍼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  어떻게 코디하나

꽃무늬 패션으로 단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보이는 것. 그러나 달콤하고 유아적인 천사표 이미지보다는 우아한 여성미를 살리거나, 발랄하고 도발적인 분위기를 주는 것이 올해 로맨틱 룩의 경향이다.

여기에 캐주얼, 스포츠룩의 아이템을 섞어 룩믹스＆매치룩 스타일로 연출하면 '공주'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무늬가 유행하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에 프린트된 무늬를 응용하거나 스커트, 재킷, 가방, 신발 등 하나의 아이템에 무늬를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