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고태진(ktjmms) 기자  

악순환의 원리는 간단하다. 한번 잘못된 행위나 결정이 서로 계속 영향을 미쳐 점점 더 나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빈곤의 악순환이며, 카드 돌려막기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악순환의 현상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지 못한 결과는 파멸일 수밖에 없다. 사회 구조적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희망 없는 사회, 자포자기의 사회가 된다. 카드 돌려막기의 결과는 신용불량자로의 전락일 뿐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함께 처절한 자기반성과 고통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이상득 사무총장이 당 대표 경선을 위한 토론회를 방송사에서 생중계 해줄 것을 사정하면서 방송사에게 잘 봐달라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물론 방송사에 대한 압력도 상당했지만, 그런 진심 어린 읍소가 통해서일까? 방송사에서 생중계를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마한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왜 하늘같은 국민들에게는 저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인가? 여전히 국민들을 장기판의 장이 아니라 졸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에 사정하고 읍소하는 그런 태도로 탄핵안 가결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고 거듭날 것이니 한번만 지켜봐 달라고 매달렸으면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외면했을까?

'차떼기의 추억'은 이제 하도 식상하니 제쳐 두고라도,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더라도 국민들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태도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고 있지 않다.

국민들의 뜻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떡하든지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고 거스르고자 하고 있다. 국민들의 70% 이상이 반대해도 아직도 대통령 탄핵의 '로또 당첨'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들, 야당 연합이 믿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신문들이다. 하지만 야당 연합이나 수구 신문들이 서로가 믿는 구석이라고 믿고 있다는 자체가 서로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들 서로가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야당 연합은 표 떨어지는 길이고, 수구 신문들은 구독자가 떨어져 나가는 길로 달려가고 있다.

광화문 거리에 직접 참여한 인원만도 20만명이 넘었던 지난 토요일의 촛불 시위의 위력에 놀란 야당 연합과 수구 신문들은 '조직적 동원' 논란을 확산시켜 촛불 시위의 의미를 흐리려 애쓰고 있다.

신문지 한장으로 수십만의 촛불을 가리려는 짓

오늘(22일) <조선일보>는 토요일의 촛불 시위에 관한 기사를 '낮에는 탄핵지지... 밤에는 탄핵반대'라는 제목으로 편파보도를 했다. 모인 인원수가 100배가 차이나는 찬, 반 시위를 등가시키는 것은 탄핵 반대쪽을 애써 깎아내리려는 의도임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불공정이고 편파이다.

또한 촛불 시위 자체의 보도보다 민주당이 제기한 '조직 동원' 논란을 민주당 주장을 상세히 소개하는데 훨씬 중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다. 이것은 신문지 한 장으로 광화문에 모인 수십 만의 촛불을 가리려 하는 짓이다.

거짓 전화까지 해서 촛불 시위의 '조직 동원'을 입증하려 애쓴 민주당 부대변인의 노력도 가상하고, 신문사의 코앞에서 벌어진 촛불 시위의 의미와 목소리를 어떡하던지 신문지로 가려보고자 한 <조선일보>의 노력도 눈물겹다. 현재 그들이 벌이고 있는 악순환의 대표적 사례다.

'여론 조작'이고 '편파 방송' 때문이라던 국민들의 탄핵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한나라, 민주당의 지지도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지지율 하락은 편파 방송과 여론 조작 때문이고, 촛불 시위는 '이태백과 사오정'과 '어리석은 시민'들이 동원된 것이라고 거듭 강변하고 있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흡사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면 외에는 없는 듯하다. 수구 신문은 수구 야당을, 수구 야당은 수구 신문을 보고 세상을 다 보고 있노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옆과 뒤를 포위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의 시선과 목소리를 느낄 수 없단 말인가? 그들이 진정 국민의 표를 얻으려 하는 정치인이 맞는지, 그들이 사실을 보도하고 국민의 여론을 전하는 언론이 맞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 고태진 기자는 고정칼럼니스트 겸 오마이뉴스 편집자문위원 입니다. 경북의 한 소도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