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고진화·정태근 등 수도권 소장파 공천후보자들이 21일 한강 둔치에 설치된 '천막당사' 앞에서 탄핵 철회 문제 등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마이뉴스 최경준

오마이뉴스:최경준 기자

"탄핵안 철회, 국민이 원하면 입법 못할 이유 없다"
최 대표 탈당 요구에는 "임기 이틀 남은 대표가..."

"임기 이틀 남은 대표의 말에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낀다."
- 김용수 (고양덕양을) 위원장

"그런 대표가 새로 뽑히지 않기를 바란다."
- 고진화 (서울 영등포갑) 위원장

21일, "탄핵철회를 주장하려면 당을 떠나라"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호통에 대한 당내 소장파 공천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들은 지난 19일부터 한강 둔치(KBS 뒷 편)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매일 밤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특히 소장파 공천자 27명은 21일 오후 4시경 천막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소추 과정은 물론 사후에도 국민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탄핵소추에 대한 사후처리는 국민여론과 사회각계 원로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김용수 위원장은 "탄핵안 철회 문제는 법률적으로 '입법불비, 입법미비' 상태"라며 "탄핵안 처럼 일방통행으로 처리하지 말고 국민여론을 듣고, 사회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여야 지도부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국민 대다수가 탄핵안 철회를 원한다면 왜 철회를 못하겠느냐"며 "법이 없으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해, '탄핵안 철회' 입장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들은 탄핵 문제 외에도 "▲ 새 대표는 전당대회 후 헌납한 당사에 출근 ▲ 부패하고 무능한 16대 국회에 대한 반성차원에서 국회의원 총사퇴, 의원회관 철수·세비 반납 조치 즉각 실시 ▲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중심 세력 교체" 등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오는 23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정태근(서울 성북갑)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를 가장 총체적으로 수렴하는데 앞장서겠다는 당 대표 경선 후보자가 있다면 (집단적으로) 지지해줄 용의가 있다"면서 "아직 어떤 후보와 결합할 지 논의 중이지만 연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수 위원장은 최 대표의 '탄핵 철회론자 탈당' 요구에 대해 "국민이 바라지 않고 저희들도 원하지 않던 탄핵 상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반문한 뒤, "27명의 원내외 소장파후보들이 추운 들판에서 밤을 새워가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임기가 끝나가는 분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형식에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될 수도권 후보자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최 대표의 말에 상관없이) 우리 갈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최 대표의 노 대통령 '하야' 요구에 대해서도 "임기 이틀 남은 분이 그런 말씀을 하면 새 대표는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이냐"며 "상식과 원칙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천막당사 비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소장파 공천자들은 대체로 탄핵안 가결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경우다. 반면 상대당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원희룡 의원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명단은 다음과 같다.

"고진화 권영세 권영진 김동성 김용수 김해수 남경필 박종운 박종희 서장은 신현태 유영하 윤석용 은진수 임준태 임해규 정두언 정성운 정용대 정태근 조희천 최수영 한현규 황영철 현경병 홍문종 홍희곤"

 최병렬 "탄핵 철회 주장하려면 당 떠나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철회 주장과 관련 "당을 더 이상 궁지로 몰지 말고 당을 떠나서 주장하는 것이 옳다"고 말해, 파문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심각한 비난 여론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탄핵안 철회론'이 공론화 되면서 '2차 후폭풍'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 대표는 이날 당사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탄핵을 철회한다고 해서 국민의 마음이 돌아서서 많은 의석을 만들어주겠느냐"며 "그것은 정당이 할 일도 아니고, 지지자 마저 떠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이어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는 신념에 따라서 외길을 가야 한다"면서 탄핵안 철회를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을 향해 탈당을 요구하고, "그것이 그 동안 자신들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 많은 것을 베풀어준 한나라당에 대한 도리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나라를 위해서는 지금 노 대통령 스스로 정리를 해주는 게 본인과 국가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며, 헌법재판소 판결 이전에 '하야'를 촉구했다.

최 대표는 또 "신념과 정체성이 중심에 자리한 정치적 결사체라는 게 정당에 대한 당연한 인식"이라며 "어렵다고 해서 신념과 정체성이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면 정당으로서의 의무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탄핵 철회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출당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고, 다음 대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날(20일)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는 "토론회에 나와서 말하는 것이나 현장에 나온 군중의 모습은 자발적인 군중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내 주장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임기 한 달 남은 국회가 대통령을 어떻게 탄핵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은 말 장난이고 정치적 공격용"이라며 "'차떼기당' 등 비판은 받을 수 있지만 국회의 기능을 정지하는 것은 맞지 않고, 엄청난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의도 한강 둔치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농성 중인 김용수(고양덕양을), 고진화(서울 영등포갑) 위원장 등 수도권 원외공천자 9명은 이날 오후 4시경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철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은 최대표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및 일문일답.

"신문에 '탄핵 연기 검토'가 보도된 뒤 당원들한테서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직은 내가 대표니까, 당 대표로서 입장을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쨌든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결의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옳은 일을 한 것이다. 이유가 분명하다. 그리고 헌법 테두리 속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시비할 수 없다. 과정이 약간 복잡하기는 했지만 당론의 이름으로 전원이 투표에 참여했고, 전원이 가표를 던진 것으로 생각한다. 후폭풍에 대해 많이 지적도 됐고 예상도 됐다. 그러나 극심한 선전·선동의 결과로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 이 상황을 접하면서 굳이 정당이 무엇하는 곳인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총선에 정당이 당의 운명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또 정당이라는 게 선거만을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신념과 정체성이 중심에 자리한 정치적 결사체라는 게 정당에 대한 당연한 인식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한나라당이 정당으로서 어쨌건 소속원 전부가 단결하고 추스리기에 전당대회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직접 국민을 설득해서 대의를 관철해내는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가는 것이 정도다. 어렵다고 해서 신념과 정체성이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면 정당으로서의 의무를 상실하는 것이다.

지금 탄핵을 철회한다고 해서 국민의 마음이 돌아서서 많은 의석을 만들어 줄 것인가. 그것은 정당이 할 일도 아니고, 지지자 마저 떠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는 신념에 따라서 외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국민의 믿음을 쌓을 수 있고, 그 바탕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철회를 주장하는 사람은 그 강도에 따라 여러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더 이상 궁지로 몰지 말고 당을 떠나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그 동안 자신들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 많은 것을 베풀어준 한나라당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 경우에 따라서는 출당도 검토하고 있나?
"지금은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다음 대표가 할 일이다. 나로서는 분명한 입장을 얘기하는 것이다."

- 탄핵 철회 검토를 주장했던 김문수 의원이 대표가 되면 거꾸로 최 대표가 당을 나갈 것인가.
"하하. 내가 말한 것 이상으로 자신의 말로 유도하지 말라."

- 수도권 공천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법도 하지 않나.
"선거에 나가서 지지도가 급락하는 것에 부딪힌 후보들의 심정을 백 번, 천 번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그 길이 옳은 길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다."

- 수세적인 입장을 공세적인 입장으로 전환해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할 수도 있나.
"'단결해서 우리 자신을 추스리고 국민을 설득해서 대의를 관철해야 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 말에 다 포함되어 있다. 그게 우리가 갈 길이다."

- 어제 촛불시위를 보고 느낀 점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잘 모른다. 다만 토론회에 나와서 말하는 것이나 현장에 나온 군중의 모습은 자발적인 군중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촛불시위가 선전·선동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했는데.
"그것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다 포함되는 것이다."

- 천막농성을 하는 수도권 공천자들의 행보에 대한 생각은.
"다 괴로운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것 아니겠나. 오늘도 여러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전화를 해 봤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성난 민심은 진정돼 가고 있다고 하더라.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20∼30%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에 뭘 느끼겠나. 사람이 서로 입장을 바꿔서 '역지사지' 해 보면 그 사람들 심정을 안다. 그럴수록 정도로 가야 한다. 도저히 정도로 가서 길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 아직 넉넉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추스릴 수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한국 정치 현실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정당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념과 원칙의 문제다."

- 새 당 대표 선출 이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는.
"나라를 위해서는 지금 노 대통령 스스로 정리를 해 주는 게 본인과 국가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본다."

- 정리라면?
"몰라서 묻나?"

- 탄핵 전이나 후나 국민의 반대가 크고 역풍도 심한데, 혹시 국민의 여론을 지도부가 잘못 판단한 것 아닌가.
"사전에 여론조사 결과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간의 편차는 있었다. 어떤 조사는 반반이고, 어떤 조사는 한 쪽으로 기울었고, 인터넷상에서는 언론 매체에 따라 편차가 컸다. 탄핵 찬성이 7대 3인 곳도 있었고, 반대도 있었다. 결국은 본회의장 장면이 국민을 화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방송매체에서 며칠 동안 반복적으로 방송했고, 각종 형태로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각인되어 왔다."

- 열린우리당은 '민주 대 반민주'로 했다가 지금은 '찬탄 대 반탄'으로 구호를 바꿔서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 대 반민주'는 뭐에 근거한 것인가? 우리가 헌정 질서 파괴했나? 헌법 테두리에서 한 것도 파괴인가? 각자 자기 편리한 대로 정치적 용어를 쓰기 마련이다."

- 차떼기당, 임기 한 달 남은 국회가 4년 임기 남은 대통령을 탄핵한 것에 대한 반감도 있는데.
"'임기 한 달 남은 국회가 대통령을 어떻게 탄핵할 수 있느냐'는 것은 말 장난이다. 한 달이 남았든, 두 달이 남았든, 국회는 국회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인데 어떻게 탄핵할 수 있느냐.' 그런 말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불법 선거자금을 썼다고해서 우리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옳지 않다. 국회의원으로서 비판은 받되 기능을 정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치적 공격용이지, 그것 때문에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은 엄청난 비약이다."

- 이번 사태가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이번 상황은 진보·보수의 벽을 넘어서, 말하자면 본회의장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화가 난 것이다. 진보·보수의 가늠과 관련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된다는 것이다. 진정되면 원 모습으로 갈 수 있다. 방송에서 뉴스로 단순히 보도만 되고 말았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