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중년 이상이거나 패션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싸고 편해서' 누구나 즐겨 입던 청바지는 이제 '고급스럽고 섹시한'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청바지를 입으면 다리가 실제보다 훨씬 길어보인다'는 이유로 청바지를 찾는 여성이 크게 늘었을 정도로 청바지의 디자인 개념이 활동성을 추구해온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청바지 하나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브랜드들이 크게 늘었으며, 청바지를 취급하지 않던 명품 브랜드들도 다투어 패션 청바지를 선보이고 있다. CK진,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게스 등 디자이너 청바지 브랜드 이외에 페라가모, 샤넬 등 소위 명품 브랜드들도 청바지 천 소재인 데님을 활용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로 라이즈 진의 열풍

청바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아이템은 '로 라이즈 진(Low Rise Jean)'이라 불리는, 골반뼈가 보일 정도로 밑위가 짧은 청바지이다. 프랭키비, 얼진, 세븐진 등 수많은 로라이즈 진의 열풍은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을 거쳐, 일본에서 국내에 이르기까지 현재 전 세계의 패션 트렌드를 휩쓸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외국 선수 부인들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후 10대 청소년부터 30대 명품족에게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 라이즈 진'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몸매를 보다 날씬하고 섹시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청바지를 골반에 걸친 듯 입으면 보다 날씬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 밑위를 내릴수록 다리는 길어 보이고 성적 매력이 배가된다. 또 믹스 앤 매치(Mix ＆ Match)로 패션 센스를 자랑하던 사람들에게는 차려입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세련됨을 표현할 방법을 준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패션아이콘'으로 불리는 제니퍼 로페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기네스 팰트로, 멕 라이언, 할 베리 등 무수한 스타들이 로 라이즈 진을 즐겨 입는다. 특히 프랭키비는 '3인치 센세이션(3inch Sensation)'이란 문구를 내걸고 채 한 뼘도 안 되는 아찔한 밑위 길이로 로 라이즈 진 시장을 장악했다.

로 라이즈 진을 멋입게 입으려면

이 같은 열풍에 키가 크고 늘씬한 여성뿐 아니라 160cm내외의 키를 지닌 여성들도 과감히 로 라이즈 진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로라이즈 진은 허리가 잘록하고 다리가 긴 서양 여성들 체형에 맞춰 설계된 스타일로, 동양 여성들이 입었을 때 자칫 배가 튀어나와 보이는 역효과가 있다. 디자이너 박윤수 씨는 "데님은 옷에 몸을 맞추는 아이템으로, 원래 몸을 날씬하게 보이게 하지만 로라이즈 진의 경우 허리가 굵은 사람은 불리하다"며 피할 것을 조언했다. 또 로 라이즈 진을 멋스럽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의를 짧게 입어 상대적으로 하체가 길어 보이도록 해야 한다.

김명희 기자 kmh1917@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