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15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보도와 관련해 "방송이 편파적이다"며 KBS·MBC 등 방송사를 항의 방문했다.

▲ 15일 오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등 주요당직자들이 KBS를 찾아 탄핵사태에 방송이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며 안동수(왼쪽) 부사장에게 시정을 요구하고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최 대표 일행은 안동수 KBS 부사장에게 공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다가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을 벌여야 했고, MBC에서는 김용철 부사장과 면담 도중 MBC 노조로부터 "방송 장악 음모"라며 거센 항의를 받는 등 곤혹을 치르고 돌아왔다.

한나라 "약자로서 항의하러 왔다"... MBC 노조 "누가 약자란 말인가"

 최병렬 대표 일행은 이날 오후 3시경 MBC를 방문해 김용철 부사장, 구본홍 보도본부장 등과 면담했다.

최 대표는 김 부사장에게 "탄핵 가결 첫날은 KBS보다 MBC가 더 요란했는데 그 이후에는 KBS보다 냉정하게 견해를 유지하는 것 같더라"고 인사말을 건넨 뒤 "방송에서 우리가 불법적으로 국가를 전도하고 헌정유린을 했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냉정하게 다뤄달라, '냉정하게'라는 말 속에 모든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 등이 15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보도와 관련 MBC를 항의 방문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이경재 의원은 "방송이 대의정치를 부정하는 쪽에 서서 바깥의 포퓰리즘 정치를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며 "심지어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국회의원을 탄핵해야 한다'는 것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등 방송이 불안을 더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우리는 헌정 중단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고, 대통령 직무정지라고 했다"며 "탄핵안 가결 이후 임원회의를 통해 '가능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보도하자'고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어 "회사의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 보도와 제작을 하고 있다"며 "최 대표의 말은 우리가 참고할 수 있도록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때 면담장 문밖에서 "MBC 경영진은 거대야당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10여명이 "방송장악 획책음모, 온 국민이 분노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한나라당의 항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것.

최승호 MBC 노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방문은 방송에 대한 압력이고, 말도 안되는 사유로 탄핵안을 가결시킨 거대 야당의 횡포"라며 "민주당과 공조해 사실상 방송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켜 총선 전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맹비난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그렇지 않아도 MBC는 탄핵 정국에 대해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접근해 전국민의 분노와 역사적 정의를 담아내지 못하는 것 때문에 노조에서 분노하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한나라당에서 항의 방문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면담 도중 최 대표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최 위원장은 최 대표에게 다가가 "지금 이 시국에 방송국까지 찾아와서…"라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면담장 안으로 최 대표를 따라 들어가며 항의를 계속했고, 급기야 최 대표의 경호원들이 최 위원장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어이없다는 듯 경호원들을 쳐다보며 "당신 누구야? 여기가 한나라당인줄 알아?"라고 화를 냈다. 최 위원장은 이어 면담장 안으로 들어가 최 대표에게 "가시기 전에 우리가 항의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강두 정책위의장이 "우리는 여기에 약자로서 항의하러 온 것"이라고 발끈했다. 유한열 의원도 "예의가 없다"고 가세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누가 약자인가? 한나라당은 약자가 아니다, 어떻게 한나라당이 약자인가?"라고 반박했다. 최 위원장은 결국 김용철 부사장의 설득으로 면담장을 나왔다.

면담이 끝난 뒤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쾌감을 삭히지 못했다.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최 대표 일행을 향해 노조는 "언론장악 획책하는 집권야당 심판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엘리베이터 앞에 선 최병렬 대표는 최 위원장의 집요한 항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신 유한열 의원이 끼어들어 최 위원장을 향해 "당신 집에 찾아온 야당 대표에게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느냐"고 버럭 화를 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데 항의도 못하느냐"고 따졌다. MBC 노조는 최 대표 일행이 탄 버스가 방송국을 떠날 때까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계속했다.

한편, 최병렬 대표는 이어진 SBS 항의 방문에는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탄핵안 가결 보도와 관련 MBC를 항의 방문한 가운데 면담장 밖에서 MBC 노조가 이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한나라 "전혀 반성이 없나?"... KBS "누구도 간섭하거나 관여 못해"

최병렬 대표 일행은 MBC 방문에 앞서 이날 오후 2시경 KBS를 방문해 안동수 부사장에게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보도는 지나친 편파보도"라며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안 부사장은 "편성·제작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며 사과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이원창·김종하 의원은 "시정하지 않으면 'KBS 안 보기 운동',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 등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안 부사장은 "그것이야말로 방송에 대한 압박"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다음은 최병렬 대표 일행과 안동수 부사장의 대화록 요지이다.

최병렬 대표 "KBS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이미지가, 우리가 보기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자민련, 즉 야당이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 같은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헌정 테두리 내에서 생각하고 진행된 것이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 법을 어긴 것이고, 야당이 주장한 것이 아니라 선관위가 주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타격을 받은 것은 별개로 국민 전체가 불안하고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 헌법재판소의 냉정한 판단과 가부간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회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 아닌가. 그런데 KBS가 정반대로 한나라당이 몹쓸짓을 한 정당이고 헌정을 중단시킨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실제 충격 그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국무총리에게 힘을 모아주고 국민을 안정시키는 것이 공영방송 아닌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 달라는 생각을 전달하려고 왔다."

김종하 의원 "(탄핵과 관련) 하루 중에 12시간씩 방송하더라. 할 때마다 의도가 보인다. 마치 폭력사태처럼, 야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들을 끌어낸 것처럼 보도하는데,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경위들이 한 것이다. 반항하니까 그렇게 됐다. 그런데 토론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뒷 배경으로 계속 내보내고 있다. KBS 토론 등에 나오는 연사들은 교육을 받았는지 세뇌를 받았는지 몰라도 전부 탄핵사유를 경미한 것으로 몰고 가더라.

3·1절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심지어는 '하야 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왔다. 탄핵 찬성하는 의견은 몇 초만에 지나가고, 촛불시위만 내보내는 것을 보면 눈에 보이도록 편파적이다. 시청률 납부 거부운동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야당은 부도덕한 범죄집단으로 몰고가고 외국 신용등급도 영향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가면 KBS 안보기 운동이 벌어지는 등 역풍이 엄청날 것이다. '국민의 방송'으로서 자격이 없다. 대대적인 국민의 저항이 있을 것이다."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 등이 15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보도와 관련 KBS를 방문, 안동수 부사장에게 공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최병렬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탄핵안 가결 당시 본회의장 환경을 반복적으로 리얼하게 사용하는 것은 의도성이 있다고 의심이 된다. 자제를 해달라. 특집 편성은 KBS의 자율영역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KBS가 이 문제를 다루는 특집은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만큼 과도하다. 앞으로 그런 점을 반영해달라."

박원홍 의원 "공영방송이면 국익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데 (시민들을) 거리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거리로 나가지 말라고 했겠는가. (방송이) 국회가 국민의 대표 기관이라는 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우리의 일을 한 것이다."

이원창 의원 "시청자들의 비난 전화가 빗발치지 않나? (안동수 부사장 "전화가 많이 온다.") 자료화면(탄핵 가결 당시 본회의장)을 계속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의도적이고, 특집 방송을 내보다는 것도 의도적이다. 국회 문광위에서 방송위를 불러서 편파성 문제를 따질 것이다. KBS 수신료 거부 문제와 연계돼 있다. 간부들이 보도국에 지침을 내려라.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공영방송이 아니다."

안동수 부사장 "KBS 직원들의 기본적인 역량과 일 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로 평가할 수 있지만, 믿어달라. 직원들이 방송을 송출하는데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을 개인적인 신상에 따라 하는 것은 전무하다. 공개적으로 뽑아서 한다. 또 방송윤리강령이 있다. 편성보도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또 국회에서 방송법을 만들었다. 그 방송법 틀 안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하려고 노력한다. 보는 측면에 따라 다르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 하신 얘기들은 제작 임원회의에서 논의해 반영할 것이 있으면 반영하겠다."

이강두 정책위의장 "우리가 여기게 항의하려고 온 것처럼 말하는데, 우리는 사실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혀 반성이 없나?"

안동수 "하나 하나 사안을 전부 구체적으로 해서 뭘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편성과 보도는 누구도 간섭하거나 압력을 넣어서는 안 된다."

이강두 "안다. 그러나 KBS에서 보도하고 있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럼 반성이 있어야지,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뭐하러 여기까지 왔겠나?"

최병렬 "(안동수 부사장의 말이) 구구절절 옳다. 지금부터라도 시정해 달라는 것이다. 시정할지, 안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진지하게 답변해달라."

안동수 "방송의 편성·제작에 대해서는 사장이나 부사장, 보도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 시스템에 의해서 공적인 절차를 걸쳐 결정된다. 지금 잘못됐으니 고쳐야 한다고 해서 할 수는 없다."

최병렬 "내가 설명한 내용에 대해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안동수 "개인적으로 공감하느냐고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유한열 의원 "유신이나 5·6공 때도 KBS에서 이런 방송은 안 했다. 오늘 오전에 KBS 2TV 보니까 국회를 동물들의 무리에 비유했던데, 이렇게 하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겠나. KBS는 공영방송 아닌가? 국민들이 내는 시청료로 운영되지 않나. 부사장이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나."

안동수 "우리가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 지금 결정할 수는 없다."
유한열 "너무 노무현 대통령 눈치보지 말고 공영방송으로서 노력해라."
안동수 "그게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눈치 안 본다."
유한열 "뭐가 아닌가, 완전히 노무현의…."

최병렬 "KBS가 언론사로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은 잘 안다. 동시에 KBS는 공영방송이다. 상업 방송과는 많이 차이가 있다. 이번 사태 이후 KBS는 사회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요 며칠 보여줬던 것은 야당에 피해를 주기 위해 공격한 것도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KBS는 탄핵이 잘못된 일이고, 야당에 그 책임이 있고, 빨리 매듭짓고 대통령을 집무정지에서 풀려나게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대외적으로 강조할 때 공감이 가겠나. 사실 관계를 차분히 다루면서 모든 것을 짚어보고 기본적으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다."

안동수 "우리가 그런 노력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잘못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최병렬 "그렇다. KBS는 지금 나라가 왜 이렇게 됐는지 조용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안동수 "회의에서 검토해보겠다."

이원창 "탄핵이 가결된 이유도 보도해야지, 탄핵 가결 현장만 보도하고 있다."
안동수 "그렇게 한 사안, 한 사안까지 얘기하면…."
이원창 "아니다. KBS에서 보도되는 사람들의 반응만 여론이 아니다. 앞으로 지켜봐라. 이런 식으로 방송이 되고 왜 가결됐는가는 없이, 걔들만 울고 애국가 부르고 한 것만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시청료 거부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안동수 "(발끈하며) 그것이야말로 KBS를 압박하고 협박하는 것 아닌가!"
이원창 "(목소리를 높이며) 국회 문광위원 입장에서 보면…."
안동수 "(함께 목소리를 높이며) 그런 식으로 KBS에 대해 하겠다는 것은…."

안희석 당 운영위원 "(목소리를 높이며) 편파방송이라는 것이 민심이다. 부사장은 전혀 강요하거나 영향을 줄 수 없다고만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인가? 최소한 부사장이 검토하겠다는…."

안동수 "(같이 목소리를 높이며) 개인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이원창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검토해라."
안동수 "그런 식으로 주문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바로 압력이다. 지금 나온 말들을 정리했으니 회의에서 논의해보겠다."

이강두 "차떼기처럼, 반복해서 세뇌공작이 되는 것 같다. 과거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는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
최병렬 "KBS의 위상을 확실하게 해 달라. 지금은 정말 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