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 정혜윤씨가 부천시민연합 배혜란씨와 함께 역곡역 인근 한 커피숖에서 (주)미셀푸드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누가 노동을 신성하다했는가? 피와 땀만 요구하는 무자비한 갑의 횡포를,참된 노동은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 <정혜윤씨의 부천S병원 식당 노동체험기 중에서>

부천S병원 환자식을 공급하는 식당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했던 정혜윤씨가 열악한 식당의  노동환경을 기고문을 통해 고발한 기사(부천타임즈4월25일자)와 관련하여 병원으로부터 식당을 수탁 운영하고 있는 (주)미셀푸드 관계자와 정혜윤씨가 28일 오후 부천 역곡역 인근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정혜윤씨와 (주)미셀푸드 총무과장, 부천시민연합 배혜란씨 등이 함께했다.

정혜윤씨는 지난 1월부터 3월말까지 3개월간 근무했던 부천S병원 식당 노동체험기를 통해 근무인원이 부족해  화장실 가는 일도 참아야만 했고, 아침 근무조의 시간은 5시30분부터 임에도 7시부터 시작하는 배식준비를 위해서는 한 시간 앞서 4시 30분에 출근해야 하는 등 힘든 9시간의 노동환경을 고발하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정혜윤씨는 (주)미셀푸드 관계자에게 "최소한 조별(아침근무,오후근무) 근무인원 2명, 총 4명만 증원해 준다면 식당 근무자들이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근무 인원의 증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셀푸드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본사에 보고해  일주일~10일 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혜윤씨의 기고문 전문
              

"부천S병원 일을 그만 둔지 일주일째"  누가 노동을 신성하다 했는가? 피와 땀만 요구하는 갑의 횡포

본 기고문은 부천S병원 식당에서 지난 1월에서 3월말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한 정혜윤씨가 고용의 불합리함을 알리고자 전해온 내용입니다 정혜윤(부천S병원 3개월 노동 체험기) S병원 일을 그만 둔지 일주일째다. 여전히 손목이 아파 무거운 것을 들 수 없다. 겨우 3개월을 일했을 뿐인데... 작년 12월 30일 S병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식당은 총 관리 감독하는 본원과, 1차 위탁업체인 미쉘푸드, 인력관리를 하는 2차 용역업체인 케파맥스(주)가 운영한다. 입원환자의 식사와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야채를 다듬고, 씻는 전처리 작업과, 조리된 음식을 담고 병실에 배달하는 배선일이다. 그리고 근무 조건은 일 9시간/ 주 5일제다. 또한 2조로 나뉘어 새벽조(5:30- 14:30)와 아침조(10:00- 19:00)로 날마다 교대로 일하는 것이다.     ▲ 정혜윤 연차와 상여금이 (설, 추석, 하기휴가) 있고. 병원 이용 시 본인은 물론 직계 가족할인도 있단다. 식당일 치고 꽤 좋은 조건이었다. 당장 딸아이의 등록금 마련 때문에 면접을 보았지만, 오래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다행히 동기도 한 명 있어 더 든든하게 여겨졌다. 서로 의지하며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서 힘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나의 이런 꿈은 근무 첫날부터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첫날 10시부터 시작 된 일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바쁘게 움직였다. 잡담은커녕 옆 사람 얼굴을 볼 새도 없다. 9시간 근무에는 식사시간을 포함하여 1시간 무급시간이 있는 걸로 아는데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다. 그래서 짧으면 5분, 길면 15분 사이에 밥을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삼켜야한다. 어느 때는 밥숟가락을 뜨면서 일어서야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예 못 먹을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퇴근시간이 19시인데 30-40분이 지나서야 퇴근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좀 늦게 퇴근할 수도 있으려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우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19시 퇴근인데, 병실에 야식을 배달하는 시간이 19시부터이다. 모두 배달을 하고 나면 20분-25분경이 된다. 그리고 마무리를 하면 당연히 30분이 넘는다. 물론 다른 이들도 그동안 일을 하고 있다. 거의 40분이 되어야 작업장을 나설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새벽 5시 15분경 출근을 하니 모든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면접 시에는 5시 20분경에 도착해 커피 한 잔 마시고 30분부터 일을 시작하면 된다고 하였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는 시선들이 곱지 않다. 난 속으로 왜 그럴까 생각하며 가운을 갈아입고 내 자리로 돌아가 일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5시 이전에 출근을 한단다. 어떤 이는 4시 30분에, 심지어는 4시에 출근하는 이도 있다니 기가 차다.(나도 다음 날부터는 4시 30분에 출근을 하거나 전날 미리 일을 해놓고 퇴근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면접 시 말한 것처럼 5시 30분에 시작해서는 7시 병실 배식을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양의 일이다. 마치 잘 훈련 된 기계처럼 손을 움직이는데도 시간 안에 배식준비를 하지 못할까봐 모두가 동동거리며 조급해한다. 겨우 내 일을 마치고 배식 전에 화장실을 가야겠다고하니 안된단다. 그러면 정해진 시간에 배식을 마칠 수 없으니 참으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배식이 끝날 때까지 한 시간을 참고 화장실을 갔다. 배식을 하는 동안도 계단을 거의 뛰어다니며 오르락내리락한다. 배식 순서가 층수 별로 되지 않아 (점심 8층-10층-6층-7층-5층) 시간이 촉박해 바삐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식이 끝나고 나서 후루룩 밥을 밀어 넣고 다시 퇴식(병실 그릇 수거)에 이어 세척을 한다. 세척을 하는 모습은 정말 미친 년 널뛰는 것 같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락스를 탄 구정물이 손이나 얼굴에 튀는 것은 예사다.     ▲ 정혜윤씨 출퇴근 기록부 그리고 아침 조는 점심을 먹지 못한다. 식당에는 병원직원들이 많아서인지 우리는 이용할 수가 없단다. 먹고 싶으면 퇴근 후에 먹으라는데 집에 가기 바쁘지 누가 옷을 갈아입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겠는가? 도저히 밥을 굶고는 세척을 할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세척실에 서서 배식 후 남는 밥이나 병실에서 취소된 식사로 대충 때운다. 그나마도 눈치를 봐야하고, 먹지 못할 때도 있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좋지 않은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정말로 그 모습이 보기 싫다 면 우유라도 주면 좋으련만. 새벽 조에 출근하면 한 사람당 우유 1개를 주는데, 예전에는 아침 조에게도 주었던 것을 어느 때부터인지 새벽 조에게만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9시간 내내 앉아보지도 못하고 일을 해도 끝나는 시간은 늘 2시 30분이 넘어서야 가능하다. 어느 때는 3시가 넘어서 퇴근할 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며칠 후,나는 손목에 보호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이 입사한 동기가 3일 만에 퇴직을 하고야 말았다. (사실 나도 근무를 하는 내내 마음의 저울질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자니 자연 실수도 잦았다. 나로 인해 고생한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이해해줘 감사하다. 그 이후로 내가 다닌 3개월 동안 8명가량의 직원이 들어왔고 그 중 2명이 한 달째 근무하고 있다. 모두들 힘들어서 도저히 다닐 수가 없다는 것이다. 2주를 넘기기 힘들고, 심한 사람은 한나절을 일하고 그만 두었다. 물론 오기로 하고 오지 않은 사람은 숫자에 넣지 않았다. 신입사원이 적응을 하자면 수습기간이 3개월인데, 3일만 지나면 속도를 재촉하니 어떻게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 병원 일을 처음 하니 낯설어 적응하기도 힘든데 "빨리 빨리"를 외치니 몸은 힘들고, 마음만 급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3달에 7-8명이 왔다가는 직장이 그리 흔한가? 그 와중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쌓인 조장이 급기야 근무 중 응급실에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직원들이 계속 들고나니 조장으로서 부족한 인원을 메우려고 쉬는 날 없이 일을 하다 무리가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하루를 쉬고 출근하는 조장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힘들다 아우성을 치니 <단장과의 대화> 시간이 만들어졌다. 조원들은 연장근무 시간의 부당함과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할 것과, 휴무근무에 대한 특근수당을 요구하였다. 또한 인원보충도 함께 주장하였다. 이에 단장은 설 연휴 후에 미쉘 측과 논의하여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하였으나 그 이후로 답변은 없었다.(휴무일 근무에 따른 특근은 처음에는 인원보충 후 휴무를 주겠다고 하였다가 1월부터는 수당을 지급하였다) 이런 일을 겪으며, 난 처음엔 분개했고 나중에는 절망했다. 동료들에게 힘든 상황을 왜 참고 견디냐고 따져 물었다. 그들의 반응은 첫째는 평균 나이 50세 이상인 이들이 달리 갈 곳이 없고 둘째는 힘들어도 주 5일 근무하는 식당 일이 없으며(다른 식당에 비해 적은 월급은 고려하지 않는다) 셋째는 말해봐야 개선은 안되고 미운 털만 박힌다는 것이다. 그러니 참고 다니던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방법밖에 없단다. 그렇다. 50이 넘은 사람이 일 할 곳은 정말 흔치않다. 나만해도 예전에는 내가 일을 선택하였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곳에서 나이를 물어보고 이력서조차 받지 않는다. 물론 구인란에는 연령무관이라고 쓰여 있는 곳에서조차 그러니 결국 식당 일(공장도 45세 이하이니) 밖에 할 것이 없고 다른 곳에서 적응하느라 맘고생, 몸 고생하느니 다니던 곳에서 좀 힘들어도 참고 다니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백세시대라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힘없고 부족한 사람들이라 아무 말도 못하고 참는 이들에게 실장은 아침조일 때도 한 시간 일찍 나와서 일하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찌 이리 염치가 없을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데 아무 말도 않고 있으니 완전히 바보취급을 하는구나. 이미 다른 조는 그렇게 하고 있으니 형평성을 맞추고자 한 것인지.(다행히 우리 조는 조장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피해는 환자들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 환자식이니 더 위생에 신경 써서 청결해야하지만 인원은 적고 할 일은 많다보니 야채나 식기를 씻을 때 규정대로 할 수가 없다. 나름대로 깨끗하게 한다고 해도 나물에서 이물질이 나오기도 하고, 식기가 좀 더러워도 그냥 담아낸다. 알면서도 그냥 담는 것이다. 가끔 세척할 때 본원에서 나와 검사를 하지만 그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지킨다면 배식이 제 시간에 불가능할 것이다. 본원에서도 그 점을 아는지 그들은 아침에는 절대로 검사를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3개월 동안 한 번도 아침시간에 검사 한 적이 없다. 대신 퇴근을 하는 점심과 저녁시간을 이용해 검사하고 재작업을 시킨다. 그런 날이면 우린 꼼짝없이 한 시간은 넘게 일해도 부족하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의 퇴근시간이나 식사 따위는 관심도 없다. 우리도 규정을 지키고 싶다. 병을 고치러 온 환자들에게 왜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인원을 보충해야한다. 적어도 한 조에 2명은 더 있어야 노동법에 맞는 휴식시간과 퇴근시간을 지킬 수 있고, 깨끗한 환자식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날마다 아침조회 시 우리는 환자를 위한 화살기도를 해야 한다. 조원들은 신자도 아니고 면접 볼 때 기도를 한다는 얘기도 없었는데 기도문을 나눠주며 모두에게 요구한다. 나처럼 무교도 있고, 개신교 신자도 있고, 불교 신자도 있는데 기도 강요는 누구의 발상인가? 그러려면 처음부터 신자를 뽑던지 적어도 면접할 때 이러한 안내를 했어야지. 가족인 직원을 소나 기계처럼 부리면서 환자를 위한 기도가 당키나 한 것인지. 기계도 쉬고 기름칠하는데.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환자는 돈을 벌어주는 존재이고 직원들은 그들이 돈을 주니까... IMF이후 생긴 비정규직은 2년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게 되어있는데, 대부분의 직장은 퇴직을 종용한다. 그런데 S병원은 케파맥스라는 2차 용역에서 2년을 근무하고 미쉘푸드로 재배치된다. 다른 회사보다 2년을 더 비정규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쉘푸드에서 2년을 근무한 사람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일을 하던 내내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일의 강도가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갑의 횡포에서 아무 소리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고민 끝에 노조사무실을 노크했다. 사무실에 있던 노조원에게 작업 상황을 얘기했으나 정규직도 한 시간 가량의 초과 근무를 하는 상황이라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여러 명이 있어야하는데 다들 적응을 하던지 퇴직을 하니 안타깝다고 말한다. 허탈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병원장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해야 되나? 몸이 흔들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병원은 서울대 교구에서 운영을 하는 곳이다. 예전에는 성가수녀회에서 운영하던 것을 몇 년 전부터 모든 가톨릭병원을 서울대교구에서 직접 경영하고 있다한다. 서울대교구는 현재 염수정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있다. 병원은 실제로 병실에는 몇몇 수녀들이 환자를 위해 봉사를 하고, 호스피스 병동도 운영한다. 많은 병원이 운영의 적자를 내세워 꺼리는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자원봉사도 한다.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이다. 적어도 내가 근무하기 전에는 이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안에서 일하는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 하루 9시간 내내 서서 일하며 쉬는 시간도 없는 직장이 우리나라에 몇%나 있을까? 식사를 제대로 못해 밥과 반찬을 국에 말아 훌훌 삼키고, 오줌이 마려워 몸을 배배 꼬며 참아가며 일하는 모습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하는 세상일까? 어느 날부터인가 난 배식을 하며 수녀들의 온화한 얼굴을 보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의 고충을 알까? 혹시 그 악역을 본원 직원들한테 슬쩍 미뤄놓고, 모르는 체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비정규직 용역이라지만 우리들도 사람인데, 우린 사람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노비가 있는 조선시대도 아니고, 일제치하도 아니며, 70년 유신독재 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2014년 대명천지에 비록 비정규직 용역이지만 우리도 사람이다. 그들이 떠받는 예수의 말씀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이란 이름값을 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윤추구에 앞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일이다. 천국은 하늘나라에서가 아닌 이 땅에서 만들기를 실천할 때 예수의 구원이 있지 않을까? 어렵고 가난한 이들에게 행하는 것이 곧 자신에게 행하는 것이라 말하던 예수의 참뜻을 실천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예수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이들을 보며 예수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독사의 자식들아! 지난밤을 꼬박 새우다 글을 마치는 지금은 새벽 6시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빌며 시작하는 나의 글쓰기가 혹시 그들을 더 힘들게 하고 욕되게 하면 어쩌나 걱정스럽다. 내 작은 외침이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실제로 변화된 직장생활을 보장해 주었으면 간절히 바라며 나의 넋두리로 마무리한다. <2014. 04. 08> 어떤 하루   정혜윤 퇴근하기 무섭게 이불을 편다 조금만 쉬었다 씻어야지. 잠깐 눈을 붙였나했는데 벌써 날이 밝았다. 시린 손목을 주무르며 아픈 엉치를 두드리며 식구들 밥을 뒤로한 채 집을 나선다. 새벽 5시 근무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마음 따라 손도 빠르게 움직인다. 누군가의 입에서 버릇처럼 쏟아진 말 "지겨워" 미친 년 널뛰듯 바쁜 하루가 이렇게 간다 누가 노동을 신성하다했는가? 피와 땀만 요구하는 무자비한 갑의 횡포를. 참된 노동은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