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을 막아라.'

천신만고 끝에 탄핵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제는 고민에 빠졌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불안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야당의 최대 고민거리는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 양당은 공식적으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야당이 탄핵 사유로 제시한 선거법 위반, 부정부패, 경제 파탄 등이 과연 헌법에 위배될 만큼 명백하고 중대한 과실이 될 수 있느냐에 의문을 품는 헌법학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고,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지켜보겠다"며 사뭇 수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정혼란을 우려하는 국민여론도 부담스럽다. 한나라당이 탄핵안 통과 직후 당직자 회의를 마친 뒤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연속일 뿐이다. 혼란을 막을 법률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으며, 민생 안정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다 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불안심리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최병렬 대표 역시 "승리했지만 기쁜 날은 아니다"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야당의 책임을 다하자"고 국민 반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한편 당초 탄핵 반대 의견을 냈던 자민련은 소속 의원 10명 중 8명이 투표에 참가해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거부한 데다 김종필 총재의 중재 노력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후문. 김 총재는 "마지막까지 (탄핵안 처리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오늘(12일) 아침 대통령을 만나려 했는데 '경남을 간다'고 해서 못 만났다"며 "대통령이 대화의 길을 막았기 때문에 탄핵에 전원 찬성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