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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은 자연산 광어"
홍대앞의 힘, 문화공동체를 지켜라
2004년 03월 09일 (화) 00:00:00 시민의신문 ngotimes@ngotimes.net

홍대앞을 주요 거점으로 활동 중인 문화예술인들이 우리 손으로 홍대앞 문화를 살리자며 지난 1월 말 ‘홍대앞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홍문협’ 또는 ‘홍합’)을 결성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한다는 사람들이 000모임, 000협회가 아닌, 굳이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무얼까.

홍문협 대표 조윤석씨는 “문화지구지정이다, 부동산 정책이다 해서 홍대 앞은 ‘바람 앞에 한 갓 등불’”이라며 “홍문협은 문화예술 생산자들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고, 홍대앞 예술 생산 · 유통부터 소비 · 향유까지 공공 인프라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라고 답한다.
 
홍문협 결성을 주도한 대표 조윤석씨는 90년대 중반 ‘황신혜 밴드’를 꾸리고 홍대 앞에서 밴드활동을 하는가 하면 지난 2002년에는 마포구청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던 인물. “고향 같은 홍대 앞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실험하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라고 얘기하는 조윤석씨를 만났다.

   
▲ 홍대앞 문화예술연구단지를 꿈꾸는 조윤석씨. 사진 = 최문주 기자
씨어터제로를 살려라

  홍문협의 직접적 탄생 계기는 폐쇄위기에 놓인 홍대 앞 대표적 실험예술 전용 소극장 ‘씨어터제로’ 지키기 운동으로부터였다. 대학로와 홍대앞에 대한 정부의 문화지구 지정설과 거대 상업자본의 유입에 따른 급속한 지가상승으로 몇 년 새 홍대 앞은 월세가 폭등했고 소규모 문화시설 영업자들은 내쫓길 신세로 전락했다. ‘씨어터제로의 폐관 위기’는 홍대 인근 지역의 상업화에 따른 지역문화거점의 존폐여부라는, 홍대앞 문화의 현실을 드러낸 상징적인 일이었다. 홍문협은 모임이 구성되자마자 지난 2월 초 ‘극장을 지켜라-입춘대길 파티’를 열었다. 

   
예술, 음악, 연극 등 다들 분야는 다르지만 동네 형(씨어터제로 심철종 대표)에게 문제가 생겼다니까 모여서 해결을 궁리해보자 했죠. 월세 상승으로 쫓겨나는 문화시설들이 예전엔 개인의 몫으로 돌아갔다면 이제 문화예술활동도 공적 차원으로 논의해보자는 관점의 전환이 일어난 겁니다.”홍대 앞에 위치한  실험예술 전용 소극장 씨어터제로 전경(사진 출처 -홍문협 홈페이지 www.honghap.org

이들은 최근 폐관 위기를 겪은 바 있는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의 사례를 떠올렸다. 바탕골 소극장의 경우 해당 지역 예술인들과 종로구의 전격적인 노력 덕에 되살아났다. ‘씨어터제로 살리기’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최근 문광부가 ‘문화지구 합동대책팀’을 구성했고 이 태스크포스팀에 마포구청, 서울시, 홍문협이 참여하면서 씨어터제로의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홍대앞 문화를 논함에 있어 행정적이고 정책적인 장까지 논의가 확대된 셈이다. “과거 홍대앞은 문화관광부 직원들보다는 식약청이나 경찰서쪽에 더 가까웠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조윤석씨의 말 속엔 이러한 성과를 반기는 마음이 묻어난다.

홍대앞 문화는 ‘자연산 광어’

다만 그는 홍대 앞 문화의 자생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문화지구 논의에 참여한 것은 상업적 · 자본주의 환경 속에서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선 어느 정도 정책적 ‘양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홍대 앞 문화는 ‘자연산 광어’일 수밖에 없다. 그 관리를 또 뛰쳐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사이에서 현명한 조율이 필요하다.”

조씨는 또 현재 홍대 앞이 상업화되고 지가가 상승하는 이유가 반드시 문화지구 지정설 때문만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지금 서울시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곳은 유일하게 마포구에요.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까지 55만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죠. 동교동에 고속전철이 지나고 상암동 개발 · 합정동 뉴타운개발에다가, 토지거래 규제가 강하다보니 여유자금이 상가쪽으로 돌고, 서울시 정책이 융적률을 낮추는 추세이다 보니 그 복합적인 요소들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거죠.”

예술이 대접받는 유일한 곳

그는 2년 전 지자체 선거에 구청장 후보로 나선 일이 있는 지역 정치인이다. 때문인지 유권자 분석으로 시작하는 그의 지역 분석도 남다르다.

“도시 안에서 이렇게 특이하고 오래된 공동체 문화가 있을까요. 서교동 홍대앞 지역 주민(유권자)의 70%가 독신 남녀에요. 대한민국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이죠. 이 곳 사람들은 직업과 생활이 같이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연대나 이대 앞에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뜨내기들이 많기 때문이죠. 저만해도 이곳에서 살 궁리를 한 게 20년 가까이 되죠.” 

조윤석씨의 표현에 따르면 “홍대 앞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예술대학 앞”이고, “우리나라에서 예술이 대접받는 유일한 공간”이다.

 전국 출판사의 8%가 마포구, 그 중에도 이곳 서교동에 집중해 있다. 또 대안적 갤러리들이 주요 공간 거점을 지키고 있고 올해만도 7개가 더 생길 예정이다. 조씨는 이러한 문화적 인프라가 홍대앞의 힘이라고 말한다. 

“홍대 앞에서는 문화예술 인턴십이 가능해요. 예술가, 문화기획자, 경영자를 비롯 갤러리, 문화시설, 그리고 실제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시스템이 마련된 곳이 이곳이죠.” 그는 홍대 앞에서 문화예술 실습 · 연구 ·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 또 문화예술인들의 거주지역이 복합된 문화예술연구단지를 꿈꾼다.                                                               
   
전원일기의 종영과 공동체 실험

“전원일기의 종영은 우리사회 가부장적 공동체 문화의 붕괴를 공식적으로 알린 사건이죠. 어쩌면 ‘홍합’은 그 뒤 도시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공동체의 시작이라고 봐요. 홍대 앞의 거주민들은 삶과 직업이,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들이 중심이된 홍대앞은 로컬하면서도 인터내셔널하고 인터내셔널하면서도 로컬하죠. ”

조윤석씨의 관심사는 ‘홍대앞’과 ‘상상력’이라는 이 두 바퀴가 맞물려가는 지점에 있다. 그리고 지역 정치의 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자기 동네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 ‘전원일기’와 같은 고향을 갖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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