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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스마일
[정용인의 시네프리뷰 44] 낯설면서도 익숙한 가부장제의 얼굴
2004년 03월 09일 (화) 00:00:00 시민의신문 ngotimes@ngotimes.net

모나리자가 입가에 묘하게 흘리고 있는 미소에 대한 ‘담론’은 그 자체가 수백권의 책 분량이 될만큼 많다. 그렇다면, 다빈치의 모델이 되었던 모나리자는 행복했을까. 다빈치가 그렸던 것이 알고 보니 자신의 얼굴이었다는 음모론에서부터 온갖 미술사적 논의를 깡그리 무시해보자. 때론 텍스트에 대한 오독이 보다 창조적인 생산물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뉴웰 감독의 새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왼쪽 사진, 사진제공=콜럼비아 트리아스타 코리아)은 아직도 2차대전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1950년대 초반 미국 동부의 한 여자대학이라는 시공간적 풍경을 담고 있는 영화다. 미혼의 미술사 교수인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 분)은 ‘제자들에게 휘둘리면 안된다’는 경고를 동료들에게 단단히 듣고 들어간다. 그녀의 첫 강의. 슬라이드를 채 넘기기도 전에 학생들은 그녀가 보여주려고 했던 미술작품의 이름을 줄줄이 맞추고 그녀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든다. 마치 지난해 말 유행했던 ‘솔로-커플부대’의 선전포스터에 나오는 듯한 차림의 이 여학생들, 교수가 앞에서 떠들던 말든 딴 짓에 열중하는 한국 대학의 평범한 교양수업과는 너무나 판이해 저게 무슨 술수를 부린 것이 아니라면 대단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마음을 다잡아들고 다시 수업에 들어간 캐서린이 현대 전위미술의 슬라이드를 보여주고, 창조적인 토론을 요구하자 이들의 지식은 봄에 눈 녹듯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대부분 중산층 가정 출신인 그녀들이 얻고자하는 ‘교양’이란 하버드나 예일대 등 당대의 상류층 남편을 만나기 위한 장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들의 새 학기는 독특한 행사로 시작된다. 학교대표가 문을 노크하면, 총장이 “밖에 온 여인이 누군가”묻고 그녀는 “나는 세상의 모든 처녀들입니다”라고 답한다. ‘여인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겠다’는 이 대학의 가치관은 얼핏 평등주의에 기반한 것 같지만, 곧 드러나듯 지독한 가부장적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녀들은 영악하기조차 하다. 대학신문은 홍위병의 대자보가 그랬듯 대학이 지향하는 가족ㆍ보수주의적 가치관에 불순한 기미를 보이는 교수들을 자르는 마녀사냥의 도구가 된다. 캐서린이 싸워야 하는 ‘적’은 이들 영악한 어린처녀들만이 아니다. 총장을 비롯, 대학의 학과장 등은 캐서린에게 정규 커리큘럼을 벗어난 강의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는다.

이렇게 쓰다보니, 알고보니 외계인들이 이들의 몸에 침입했다는 ‘크레들 베이’나 ‘바디 스내쳐’와 같은 호러영화 또는 코미디영화처럼 묘사했지만 영화는 진지하고 처절하다. 그녀가 마음을 주었던 사람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때리며 결국 그녀를 홀로 내동뎅이 쳐낸다. 캐서린도 마침내 그의 ‘결혼관’ 때문에 마녀사냥을 위한 심판대에 올려진다. 과연 그녀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확실히, 줄리아 로버츠는 ‘에린 브로코비치’ 이후 로맨틱 코미디물(특히 여성학 강의에서 단골로 교재로 사용되던 ‘귀여운 여인’과 같은)보단 성격파 배우로 거듭난 것 같다. ‘모나리자 스마일’도 그렇지만 ‘사랑스러움’이나 ‘귀여움’과 같은 이미지가 아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

각각 개성적인 베티(커스틴 던스트 분), 조앤(줄리아 스타일스 분), 지젤(매기 질렌홀 분) 등 캐릭터도 전체적인 시놉시스와 맞물려 시대적 전형성을 담아내며 배치해낸 것은 로렌스 코너와 마크 로젠탈의 각본과 마이클 뉴웰 감독의 연출력이 보여준 찰떡궁합의 산물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법학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가정을 선택한 조앤의 캐릭터인데, 그녀는 결혼과 전업주부가 자기의 선택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재능을 썩히지 않도록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는 캐서린 앞에서 돌아선다. 그녀는 ‘나중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다짐한다.(반면, 관객들은 젊은 시절의 ‘선택’에 대해 평생 후회하는 한 노파를 상상한다)

 

역사는 과거와 대화라고 했던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70년대 한국 고등학교가 군사독재에 오염된 권력관계의 단면을 통해 오늘날 여전한 학교폭력(명확히 할 것이 있다. 학생 간의 폭력이 아니라 남자고교에 일상화되어 있고, 때로는 찬미되는 교사폭력을 말하는 것이다)을 드러냈다면,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이 담고 있는 50년대 미국사회의 낯선 풍경은 한 여성대학을 매개로 현대사회에서 위장되어 있는 가부장제의 발톱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문득, 한국의 유명 여자대학들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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