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2.10.3 월 14:28
,
   
+ 로그인 독자회원가입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보도자료
> 뉴스 > 스포츠/연예
       
‘창녀’에 대한 김기덕의 집착
2004년 03월 08일 (월)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결국은 중단된 이승연의 ‘위안부 누드’. 원래 계획된 누드집의 줄거리는 1차 소재가 ‘위안부’이고, 2차가 ‘게이샤’이며 3차가 ‘사원’이라고 했다. ‘타락한’ 몸을 성스러운 장소에서 승화한다는 의미다. 누드집의 줄거리를 본 순간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김기덕 감독이 이승연씨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그 줄거리가 바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성에 ‘타락’과 ‘성스러움’을 동시에 배치해, ‘창녀’이자 ‘성녀’로서 여성이 자신을 포기하고 상대 남성을 구원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그의 영화가 주로 다루는 내용 아닌가.

남성 욕망의 핵심을 다룬다

사실 여성의 몸이 영화에서 온전하게 다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 특히 남성관객을 겨냥한 장르 영화에서 여성의 존재란 남성의 욕망을 반영하는 인물일 뿐이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유독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장르적인 관습과는 다르다. 그의 영화는 보는 관객들을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 불편함은 질에 낚시 바늘을 넣는 등 일련의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

그의 영화는 남성 욕망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의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여성의 몸에 ‘창녀’라고 낙인 찍어 성적 욕망을 분출하고 폭력을 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성녀’라고 표기함으로써 자신의 죄의식을 씻어버리고 ‘구원’되기를 원한다. 문제는 그가 만든 영화적 세계가 여성과 남성의 비대칭적인 권력구조를 가린 채, 남성 개인의 ‘구원’ 문제를 집요하게 다룸으로써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여성의 성적 희생을 신비화한다는 것이다.

<겨울여자> 이화와 <사마리아> 재영

여성의 몸에는 남성의 욕망이 다양하게 투사된다. 김영옥은 ‘소수 집단 문학으로서의 여성 문학과 그 정치학’(<근대, 여성이 가지 않은 길>, 또하나의문화)에서 1970-1980년대 영화에서 대중성을 획득한 여자들의 유형을 분석한다. 그 여성상들은 ‘영자/경아/이화’라는 세 인물로 요약된다.

‘영자’는 시골에서 짐 싸 들고 돈 벌기 위해 상경한 순진한 소녀가, 공장에서 일하거나 가정부로 일하다 주인집 남자들에게 강간당한 후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 결국 술집여자로 정착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두 번째로 ‘경아’는 천진난만한 성품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에게 계속 배신 당한 후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하는 여성이다. ‘경아’의 ‘통통하고 작은 몸’은 그녀를 소유했다 버리는 남성들의 욕망을 잘 충족시킨다.

   

‘이화’는 남성 지식인의 내면이 투영되는 존재로서, 어떤 남자와의 관계에서도 쾌락을

느끼지 않으며 단지 상대방을 깊게 연민할 뿐이다. 이처럼 어디서 들어본 듯 한 진부한 여성상들은 모두 파괴적으로 개인을 압박했던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폭력적인 사회의 단면과 일그러진 남성들의 내면을 투영한다. 그녀들은 남성들의 판타지 속에 존재하는 여성들이다.

이 같은 진부한 여성상은 김기덕의 영화 속 여성인물들과 일정부분 겹친다. 즉 ‘경아들’과 <나쁜 남자>의 선화, <사마리아>의 재영 모두 ‘성적 희생’과 ‘타락’이 여성 자신의 의지, 욕망과는 상관없이 당대 남성의 욕망/판타지를 위해 강조되는 인물들이다. 물론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김기덕 감독의 여성들의 몸에는 시대의 그늘-근대화 과정의 폭력성-이 투사되지는 않는다. 대신 ‘가진 것 없는’ 하류계급 남성, 혹은 ‘욕망해서는 안 되는’ 아버지의 감성이 투사된다.

이를테면 이전 영화들이 여성들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시대의 그늘을 눈물로 호소했다면, 김기덕 감독은 그 뒤에 가려졌던 남성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사회 관습과 윤리의 측면에서 남성들이 욕망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김기덕 감독은 억눌린 남성 주인공들로 하여금 이 설정을 부수게 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창녀’로 만들고 싶은 욕망, 딸을 감히 욕망하는 아버지의 욕망은 ‘젠틀한’ 남성들의 사회적 윤리 뒤편에 존재하는 말초적인 남성들의 욕망을 정확히 건드린다.

그렇다면 윤리의 위반에서 오는 죄의식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그 죄의식은 엉뚱하게도 상대 여성을 통해 구원된다. 그녀들은 남성들을 보듬어 안고, 위로해준다. 이제 영화는 절망 속에서 구원을 찾는 개인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변모하며, 여성들이 당하는 강간과 성매매는 구원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상징한다.

가부장적 여성상, 창녀/성녀 이분법

그렇다면 애초에 욕망해서는 안 될, ‘딸’ 혹은 ‘성녀’와 같은 존재로 여성들이 설정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창녀/성녀’ 구분법은 하나가 있으므로 다른 하나가 공존하는, 모순적이면서도 공모하는 체계다. ‘성녀’가 없다면 ‘창녀’도 없다. 이 구분은 여성이 성적으로 남성에게 종속된 구조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 역시 김기덕의 영화와 비슷한 여성을 그린다. 자신이 섹스를 함으로써 다친 남편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하고 착한 여성 베스. 그녀는 무차별적으로 마을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다가 결국 죽고 만다. 그녀의 죽음과 동시에 남편이 살아남으로써 그녀는 성녀로 남는다. <나쁜 남자>와 <브레이킹 더 웨이브> 모두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학대를 통해 보다 잔인하고 잔혹한 세계를

그려낸 후, 그녀들에게 남성 구원의 임무를 부여한다.

마치 ‘경아들’이 몸을 ‘버린’ 후 시대의 ‘기구함’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김기덕 영화 속 여성들은 그 ‘성스러움’을 통해 남성 욕망의 죄의식을 구원한다. 그의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들에게 딸 혹은 상류층 여대생으로서 존중 받아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폭력을 가하고 싶은 욕망을 부르는 ‘창녀’같은 존재다. 시작도, 끝도 모두 압축적인 설정을 통해 구현된 남성 욕망/판타지인 것이다.

남성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되는 여성

김기덕 영화에 대해 평론가들의 시선은 대체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영화이자, 작가주의적인 영화라는 데 맞춰지고 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윤리의 금기를 깨고 있다’, ‘피학/가학으로 엉킨 욕망의 덩어리를 잘 그러내고 있다’ 등의 평가가 그것이다. 이는 높지 않은 학력과 사회 ‘밑바닥’에 대한 경험으로 요약되는, 김기덕 감독이라는 인물 그 자체와 겹치면서 그의 영화에 대한 찬사로 이어진다. <사마리아>가 이번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써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확고해진 듯하다 -개인의 구원을 다루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찍는 감독.

그러나 그 구원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가? 결국 누구의 구원인가? 자신의 욕망에 몰두하다가 그 욕망에서 탈출하기 위해 여성의 성적 ‘타락’과 ‘희생’에 기대어 얻어진 '구원'이 왜 작품성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이 같은 비판은 결코 김기덕 감독만을 표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1970-1980년대 영화 속 여성상들에 대한 비판처럼, 여성의 몸에 다른 의미를 투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신비화하거나 상처를 가리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나쁜 남자>의 ‘나쁜 남자’나, <사마리아>에서 ‘아버지’는 단선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욕망하는 여성에게 상처 주고 싶은 가학적인 욕망과 관음증적 시선, 죄의식으로 인한 자학 등으로 엉클어진 묵직한 인물들이다. 반면 <나쁜 남자>의 선화와 <사마리아>의 재영은 종이처럼 얇은 캐릭터들이다. 그녀들은 인형처럼 웃기만 하며, 폭력적인 상황을 수용한다. 심지어 이런 모습은 남성들에겐 신비스러움으로 읽힌다.

영화 속에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 이것이 김기덕 영화에서 읽어내야 할 지점이다. 개인의 ‘구원’은 결국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구원이며, 이 때 여성은 오로지 이용당할 뿐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윤은미 기자
 

부천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 부천타임즈(http://www.bucheon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추천수 : 419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부천시주민자치회,부천시민체육대회 참가
좌충우돌 졸속진행 '제49주년 부천시
경기도지사 표창 신미자·김승민·송순복
부천시소리낭송회,'제15회 청마 유치
도시브랜드 상실한 부천의 '전국대학가
부천시, 광역동 페지 일반동 전환 민
부천 베트남 축구대회,군포 BAN&T
부천상의,불우이웃돕기 골프대회 4천3
조용익 부천시장, 최성운 부천시의회
도의원 김동희,시의원 윤단비·김선화
부천시 원미구 부흥로 315번길 14 포비스타 1414호 | 대표전화 032-329-2114 | Fax 032-329-2115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아00018 | 등록일:2005년 11월2일 | 사업자등록번호 130-19-41871
종별 : 인터넷신문 | 발행인겸 편집인 : 양주승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양주승
Copyright 2003 부천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u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