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정유석 기자

▲ 융헤넨(Jung Henin) ⓒ부천타임즈

<피부색 꿀>의 감독 융 헤넨(Jung Henin)이 부천타임즈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유럽 만화의 흐름, 유럽 만화 시장에서 한국 만화의 위상, 그리고 PISAF(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축제)와 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융 감독은 10일 오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부천타임즈와 양주승 대표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통역은 김진영 프로그래머가 맡았다.<취재 정리 : 정유석 기자>
 
융 감독은 먼저 벨기에 출신이며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만화작가로서 두 국가가 유럽 만화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설명 했다.
 
융 감독은 70년대 까지는 벨기에의 출판만화가 더 유명했다고 설명하며 '유럽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르제(Hergé)등 중요한 작가들이 벨기에 출신으로 활동했다고 이야기 했다.
 
80년대 이후에는 프랑스에서 뫼비우스(Moebius)와 같은 작가들이 활약하기 시작했고, 글레나(Glenat)와 같은 대규모 만화 전문 출판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두 국가의 만화시장이 균형이 잡히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두 국가의 만화를 구분해서 보기보다는 프랑코-벨지에 만화(BD franco-belge)라고 표현하며 함께 묶어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융 감독은 "그럼에도 지금은 프랑스 출판만화가 조금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판매량 면에서도 프랑스 만화가 앞서가고 있다. 10권의 출판만화가 프랑스에서 팔린다면 벨기에에서는 1권 정도를 파는 수준이다. 프랑스 출판만화가 훨씬 더 대중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융 감독은 유럽만화시장에서 한국과 같은 아시아 만화의 위상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놓고 이야기를 이었다.
 
융 감독은 아직은 일본의 '망가'가 한국의 '만화'보다 훨씬 유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망가'는 어린 세대를 중심으로 놀라운 인기를 자랑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직까지 아트릭스(Astérix)나 띠떼프(titeuf)같은 프랑스만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나루토와 같은 일본 만화는 프랑스 만화보다도 훨씬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한국 만화의 경우 특정 작품보다는 작가들 위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융 감독은 "김동화(기생이야기,빨간자전거), 이두호(임꺽정)와 같은 작가들은 상당히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실력 있는 한국 작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만화작품들을 프랑스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구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융 감독은 이어 "프랑스나 벨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k-Pops, 강남스타일 등한류열풍을 타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또 알아가고 싶은 욕구가 늘어가고 있다"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툰(webtoon)의 성장가능성을 점쳤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축제(PISAF2013)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 융헤넨(Jung Henin) ⓒ부천타임즈

PISAF에 대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고 밝힌 융 감독은 특히 초청 손님들을 맞이하는 스태프들의 의전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다른 초청 손님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융 감독은 "심사위원이다 보니 많은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는데 프로그램들도 정말 잘 구성되어 있고 바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와의 비교를 부탁하자 "아주 다른 느낌이다. 안시는 축제의 규모나 관객면에서 확실히 부천보다는 큰 축제이다. 많은 사람이 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부천은 아담하고 더 좋은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한국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융 감독은 이번 한국 방문이 자신의 정체성과 근원을 다시 생각해보고 또 연결시켜보는 기회라고 이야기하며 한국문화를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한국인들의 감수성과 정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번 '마스터 클래스' 강연 당시 독자의 질문에 "차별은 어느곳에나 있다"라고 대답했는데 한국 입양아로서 벨기에에서 받았던 차별이 몸에 배어서인가? 아니면 '차별' 그 자체를 운명 또는 현실로 받아들여서 인가?

"차별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벨기에 입양되었을 때는 동양인의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 한국에 와서도 차별은 있다. 한국인이면서도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 있다. 나는 이 차별에 대해  소외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정말 큰 즐거움이다. 지금은 첫 번째 단계로 한국의 감성을 배우고 있고 생각하고 있는 두 번째 단계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교감이 한계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실 융 감독은 11월 8일부터 뉴욕에서의 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뉴욕에서의 중요한 시사회를 앞두고 있었다는 융감독은 참석해달라는 뉴욕 측의 요청을 거절하고 PISAF를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PISAF에 참석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고 이곳에 오기위해 망설이지 않고 뉴욕 일정을 취소했다. 한국에 온 것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융 감독은 차기 작품에 대한 질문에 (등장인물이) 내면의 고통을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 만화를 계획하고 있고 이를 실사 영화화 할 생각이 있다.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계획중이며 이것은 하나의 프로젝트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인터뷰가 끝난 후 기념촬영/좌로부터 프로그래머 김진영 -융헤넨 감독-양주승 대표기자-정유석 기자 ⓒ부천타임즈

 덧붙이는 글 
이번 축제기간 중 융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인 아내 나탈리 토트(Jee-Yun Nathalie Toth. 41)과 <피부색 꿀> OST를 맡은 딸 알리야 토트(Alya Sissina Toth. 18)와 함께 부천에 왔다.

융 헤넨은 1965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5살에 벨기에로 입양되었다. 한국에서 전정식이란 이름으로 불린 그는 벨기에에서 정(Jung)이라는 이름의 벨기에식 발음인 융(Jung)이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았다.

<피부색 꿀>(Couleur de peau: Miel Approved for Adoption)은 입양된 후 혼자만이 까만 머리와 눈동자로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가야 했던 유년 시절의 방황을 그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에는 생부모에 대한 융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담았다

피부색 꿀(Couleur de peau: Miel Approved for Adoption)>은 '33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부문 관객상과 유니세프상, 2013년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브라질 애니마문디 장편 대상, 덴마크영화제 대상, 상피에르영화제 대상, 관객상, 심사위원상을 휩쓴 화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