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꿈 프로젝트 부천 대표酒 개발 전시 '복사주'ⓒ부천타임즈

고경숙(시인/부천문화원 편집위원) 

커피가 서양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사랑의 묘약'이라면 동양에는 사랑에 눈 멀게 하고, 일의 성사를 가름하는 매개체가 되던 '술'을 대치어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상징을 함유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커피가 단지 사교문화의 발달을 불러왔다면, 우리의 술, 특히 가양주(家釀酒)는 남자들의 사교문화는 물론 제사와 차례상에 오르내리며 조상을 받드는 예(禮)의 역할까지 해왔다.

사내들은 술을 통해 거사를 도모했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酒道(주도)를 배웠다. 지방마다 가문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빚은 술은 장(醬)맛과 함께 그 집안을 대표하는 개별적인 음식문화로 자리잡았다.

지금이야 세상이 변해 남녀 균등하게 기호식품으로 술을 즐길 수 있지만, 옛날 사대부들의 사랑방을 들락이던 술병의 맛을 쥐고 있던 것은 정작 아녀자들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쌀이 귀해 곡주의 재료가 궁하면, 그때 그때 서민들의 주식과 부식재료를 이용해 술을 빚었다. 일제강점기엔 누룩 냄새만 나도 잡아가던 시절도 있었건만, 위험을 무릅쓰고 밀주를 빚던 아녀자들 덕분에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은 술을 빚을 필요없이 돈 몇 푼만 쥐고나가면 술이 지천으로 널린 세상에 살고 있다. 획일화된 술맛도 모른 채, 배고팠던 시절엔 배를 채우기 위해서 술을 마셨고, 삶이 고달플 땐 취하기 위해 마셨다. 경제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사람들은 술맛에 멋을 결부시켜 분위기를 찾으며 기호에 따라 골라마시다가,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고 전통으로의 회귀까지도 생각한다.

특히 문화원에서 벌이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강좌 중 하나인 '가양주수업'을 통해 나온 '복사주'는 맛의 개발과 전수에 이르기까지 기업 생산이 아닌 시민 저변에서 확대된다는 측면은, 고유의 가양주 성격을 훼손하지 않는 명실상부한 명가명주(名家銘酒)여서 더욱 긍정적이다.

시청 분수대 주변 메타세콰이어 나무에 노랗게 물이 들어가는 가을이다. 쪽빛 차일 친 폐백상과 가마,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야외세트에서 가양주의 맛을 보며 볼이 발그레지는 일, 폐백상에 앉아 체험을 해보는 시민들은 오랜만에 시청 청사에서 색다른 경험에 즐거워하고 있다. '사랑의 묘약'에 지금 서서히 빠지는 중이다.

고경숙(시인/부천문화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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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꿈 프로젝트 부천 대표酒 개발 전시 '복사주'ⓒ부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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